’놀러와’, 가요에 애정을 보이는 예능
OSEN 기자
발행 2010.03.01 09: 00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MBC ‘놀러와’가 월요일 밤 심야 예능의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경쟁 시간대 여러 프로그램들이 ‘놀러와’보다 자극적인 내용이나 소재로 승부를 걸어온 때도 있었지만 꿋꿋이 자신만의 색깔로 버텨내고 지금은 동시간 대 최강자 위치에 올라서 있다. 이런 ‘놀러와’가 지닌 차별적인 경쟁력을 콕 찍어내기는 쉽지 않지만 ‘놀러와’의 특징인 ‘테마 맞춤형 섭외’와 이에 근거한 토크가 사랑 받고 있음은 분명하다. ‘놀러와’는 테마를 중시하는 토크 예능이다. 어떤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출연자를 섭외하고 그들의 토크에서 재미를 찾는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도 회별 테마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지만 ‘놀러와’처럼 테마에 엄격하지는 않다. ‘놀러와’의 철저한 테마 집중은 확실한 공통 분모가 있는 출연자들이 토크를 심도 있게 진행될 수 있는 힘이 된다. ‘놀러와’는 테마 맞춤형 방송을 지켜나가다 보니 다른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히 눈에 띄는 과도한 출연자 홍보 방송도 최소화한다. 물론 가끔은 홍보를 위한 출연자도 발견되지만 큰 틀에서 보면 테마를 지켜내는 형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이런 특징 속에 ‘놀러와’만의 또 하나의 차별점이 있다. 바로 가요 친화적인 태도다. 1일 방송되는 ‘가요의 아버지’ 2부는 지난 주에 이어 유명 작곡가(겸 가수) 4인이 출연자로 나와 토크를 펼친다. 그런데 ‘놀러와’는 지금까지 수많은 가요 관련 테마를 선보였다. 대략 가깝게만 따져봐도 ‘박진영과 친구들’ ‘S.E.S 스페셜’ ‘god 스페셜’ ‘무브먼트 특집’ ‘윤도현 러브레터 특집’ ‘공연의 지존’ ‘백 투 더 90’s’(90년대 댄스 스타 특집) ‘전설의 락커’ 등이 이어졌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가요에 관한 기획을 생산해 내는 것은 가요에 대한 관심과 지식, 애정이 없이는 힘든 일이다. 물론 음악적으로 심도 깊은 이야기들이 출연자들 사이에서 오고 가지는 않는다. 신변잡기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대중을 상대하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정도로 다루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놀러와’의 가요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무브먼트 특집’이나 ‘윤도현 러브레터 특집’처럼 스타형 인기 가수에 집착하지 않는 테마들에서다. 어느 정도 알려졌다고는 해도 주류 엔터테이너형 가수가 아니면서도 음악적 완성도를 갖춘 무브먼트 멤버를 전문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에서 함께 출연시킨 점은 돋보인다. 또한 가요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러브레터’에 오마주를 보내는 느낌의 특집도 ‘놀러와’가 좋은 가요(가수)를 소개하고 가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부분이다. ‘놀러와’가 이하늘과 길을 고정 패널로 계속 함께 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바라보게 된다. 뮤지션인 이들이 예능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이들의 음악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한다면 그것은 예능 프로그램이 할 수 있는 가요계에 대한 최고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길은 ‘놀러와’를 통해 예능인이 됐고 주목 받으면서 지난 해 길의 힙합 듀오 리쌍이 내놓은 음반이 그 어느 때보다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가요에 대한 관심이 20대 이하 대중들로 쏠리고 좁아져 가는 상황에서 ‘놀러와’의 행보는 주목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예능이 가수를 데려다 망가뜨리기만 하면서 웃음을 얻어내는 경향이 강한 풍토에서 적어도 가수와 가요에 대한 관심과 존중이 느껴지는 ‘놀러와’는 그 자체로 가요 친화적이고 가요계에 보탬이 되는 예능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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