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적으로 투수 인스트럭터를 맡아 고려대 야구부의 일본 전지훈련(1월 26일~2월 23일)에 동참, 8년 만에 일본 미야자키를 다시 찾았습니다. 고려대 팀은 저의 주선으로 귀국 이틀 전에 요미우리 2군 팀과 연습게임을 했는데 1-2로 졌지만 괜찮은 투수 3명이 눈에 띄었습니다. 예전에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함께 운동했던 선수들은 거의 코칭스태프나 구단 프런트로 일하고 있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습니다. 따뜻한 날씨와 몰려드는 팬들이었죠. 거리나 다른 것들도 크게 변한 것이 없어 보였지만 왠지 분위기는 한층 활기차 보였습니다. 거기에다 예전엔 요미우리 구단만 훈련을 했는데 한국 팀들을 비롯하여 일본의 타 구단들도 미야자키를 찾으면서 한층 더 북적거렸습니다. 이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프트뱅크도 미야자키에 캠프의 둥지를 틀었지요. 일본의 스포츠신문을 들여다보니 한쪽 구석에 각 팀별로 하루에 방문한 팬들의 수치를 그려놓은 표가 있더군요. 하루에 많게는 3만 명 가까이, 적은 곳은 2000명 이상의 팬들이 각 팀의 스프링캠프를 찾고 있었습니다. 일본이 야구에 대해서는 팬들의 애정이 남다르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모습들이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더군요. 물론 선수들을 보기위해 전지훈련지까지 찾아오겠지만 ‘팬들을 오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선수 때와는 다른 시각으로 캠프 지를 둘러보았습니다. 팬들에 대한 서비스도 예전과는 달라져 있더군요. 구장 불펜에도 팬들이 들어와서 관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아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선수들의 피칭을 관전할 수 있게 만들어 놓고, 메인 구장에도 그라운드 안에 가드라인을 설치해 놓고 팬들을 입장시켜 훈련을 좀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더군요. 많은 먹을거리들과 구단 기념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을 장터 식으로 준비해 놓았고, 넓은 캠프 지를 순환하는 셔틀버스도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팬들을 위해 구장 밖에 연습일정표를 공시해 놓았더군요. 요미우리와 소프트뱅크의 연습경기 때는 수만 명의 팬들이 운집하기도 했습니다. 잠실종합운동장 부지보다 훨씬 더 큰 운동공원에 구장 5곳을 설치해 놓은 미야자키 시는 우천에 대비해 미니 돔 구장도 만들어놓았는데, 천장만 낮고 내, 외야가 정상적인 시설이어서 소프트볼이나 유소년 야구대회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규모였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요미우리 캠프로 인해 미야자키시의 수익이 2월 한 달 동안만 5억 엔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지금은 더 많은 수익창출을 하고 있는 것은 계산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수익이 창출됨으로써 야구장의 시설을 더 좋게 만들 수가 있으며 계속해서 많은 팀들이 미야자키를 찾아오게 할 수 있는 것이겠죠. 물론 우리나라가 일본보다는 춥기 때문에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할 수가 없지만 제주도 정도라면 좋은 날씨에서 훈련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후조건으로 인해 외국으로만 전지훈련을 떠나야 하는 우리나라보다 이럴 때는 겨울에도 기후가 따뜻한 지역이 있는 일본이 부러울 따름이네요.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하면 외화절약도 되고 해당지역의 내수도 좋아질 텐데 말이죠. 미야자키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스프링캠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무리 캠프도 있으니 국내에도 이러한 캠프타운을 조성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을 해봅니다. 남해나 강진에 이와 비슷한 타운이 있기는 하지만 팬들이 찾을 수 있는 여건에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지자체와 야구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한다면 우리의 야구팬들도 가까운 곳에서 선수들의 훈련과정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기후적 여건이나 국민적 정서가 일본과는 많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우리도 전지훈련장에 구름처럼 몰려오는 팬들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해 봅니다.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전 한화 이글스 투수 지난 2월 23일 두산과 요미우리가 연습경기를 벌였던 미야자키 산마린스타디움 모습(제공=두산 베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