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원 노홍철, 두 ‘국민 예능’의 다른 듯 닮은 꼴
OSEN 기자
발행 2010.03.08 07: 29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국민 예능’으로 불리는 MBC ‘무한도전’과 KBS ‘1박 2일’이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주말 저녁 예능 프로그램의 수명이 그다지 길지 않은 한국 풍토에서 토, 일요일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자 시청률 면에서 최고의 자리(1박2일)를 지키고 창조적인 측면에서 한국 예능을 선도(무한도전)하는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캐릭터 구축에 기반한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인 두 프로그램이 장기화 체제에 접어들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출연진들의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안착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캐릭터의 안정과 익숙함은 프로그램에 있어 큰 복이기도 하지만 방송의 장기화가 진행되면서 불안요소가 되기도 한다. 시청자들이 매너리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두 프로그램 모두 캐릭터의 성숙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기존의 장점은 가져가면서 변화가 더해진 성숙을 통해 안정된 캐릭터에서 피할 수 없는 지루함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가장 두드러지는 캐릭터는 ‘1박2일’의 은지원과 ‘무한도전’의 노홍철이다. 특히 둘은 언뜻 보면 달라 보이지만 현재 두 프로그램이 장기화 체제로 들어선 시점을 전제로 살펴보면 상당히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매회 새로운 테마를 찾아 매너리즘을 극복하려 노력하지만 장기화에 따른, 상황과 캐릭터의 어쩔 수 없는 반복에서 발생할 수 있는 따분함을 은지원과 노홍철은 ‘예측불가능성’과 ‘속임수의 천재성’으로 극복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둘은 프로그램 초반 ‘은초딩’과 ‘돌아이’로 캐릭터를 구축했다. 이 두 캐릭터는 처음에는 예측불가능성만 갖고 있었다. 은초딩은 어른의 상식에, 돌아이는 일반인의 상식에 반하는 생각과 행동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 어른의 상식과 일반인의 상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유사한 측면을 갖고 있던 두 캐릭터는 성장도 비슷하게 진행됐다. 예측불가능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여기에 ‘속임수의 천재’ 캐릭터가 더해진 것이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은지원은 다른 멤버들의 속임수를 잡아내는 방향으로, 노홍철은 속이는 쪽으로 캐릭터가 각각 좀 더 기울어져 있다. 처음에 이 둘의 캐릭터였던 예측불가능함도 오래되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여기에 다른 상식적인(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캐릭터를 압도하는 지적 능력을 장착하게 되면 캐릭터가 훨씬 복잡해지고 예측불가능함은 몇 갑절 더 고차원이 된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오래 봐 왔어도 요즘 이 둘이 등장하면 긴장감을 갖게 된다. 그렇다 보니 최근에는 이 두 프로그램에서 큰 웃음을 터트리거나 나아가 에피소드의 흐름을 주도하는 기능을 하는 은지원과 노홍철을 자주 볼 수 있다. 지난 주말 방송분을 봐도 그렇다. 7일의 ‘1박2일’은 은지원이 말도 안 되는 탁구 내기를 강호동에 제안하지만 경기가 성사되는 것은 프로그램 제작진이 은지원의 편에 서면서이다. 제작진이 반신반의하면서도 은지원을 택하게 되는 것은 그간 은지원이 속임수를 잡아 내는 등 미스테리한 천재성으로 보여준 ‘한 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탁구는 이날 방송분의 가장 중요한 에피소드가 된다. 6일 ‘무한도전’에서 아마도 제일 큰 웃음은, 노홍철이 새끼 물고기를 놓아주면서 ‘부모님 모셔 오라’고 한 부분이나 윤종신의 ‘오래 전 그날’을 부르는 장면일 것이다. 이 두 부분이 그러한 것은 단순히 예측불가능한 엉뚱함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꼬리잡기’ 특집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쌓아온 노홍철의 사기 캐릭터가 풍기는 음흉함이 배경에 깔려 있어 더욱 큰 웃음을 터지게 만든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이 장수 프로그램화되는 이 순간에, 변화된 은초딩과 돌아이 캐릭터가 존재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장점이 많은 이 두 프로그램이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매너리즘을 극복하고 롱런을 계속 모색할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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