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인사이드 베이스볼]박찬호의 야구 사랑과 연봉 13억 원의 함수관계
OSEN 기자
발행 2010.03.08 13: 55

박찬호(37)가 LA 다저스에서 2001시즌을 마치고 처음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됐을 때의 일이다. 그는 귀국 후 기자회견에서 어떤 팀으로 가기를 원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 뉴욕 양키스에서 뛰고 싶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당시 박찬호는 FA 투수들 가운데 전체 랭킹 1위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박찬호의 예상과는 달리 뉴욕 양키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당시 에이전트였던 스캇 보라스는 그해 12월 보스턴에서 열린 윈터미팅에서 치밀하게 준비해온 일명 ‘박찬호 X 파일’을 전 구단에 배포하며 경쟁을 유도했으나 결국 그를 필요로 했던 팀은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있던 텍사스 레인저스였다. 세월은 많은 것을 변하게 하는 모양이다. 8년 전 박찬호를 붙잡지 않았던 뉴욕 양키스가 2010 시즌 투, 포수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후에 뒤늦게 박찬호와 계약을 했다. 보장된 연봉은 120만 달러(약 13억8000만 원, 1달러 1150원 환산)이다. 필자는 박찬호가 뉴욕 양키스를 선택하면서 받게 된 연봉을 보며 문득 ‘아무리 입고 싶었던 양키스 유니폼이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8년 전 정상급 투수로 FA 시장에 나왔을 때 양키스가 손을 내밀 지 않았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이다. 한편으로는 현재의 박찬호는 연봉이나 그 어떤 외형적인 조건보다 야구를 더 사랑하는 대선수로 성숙해졌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2010시즌 개막전 40인 로스터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그래서 박찬호의 연봉이 뉴욕 양키스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없어 2009시즌과 비교해보았다. 뉴욕 양키스는 2009시즌 선수단 전체 연봉이 2억140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1위였다. 팀 내 1위는 3300만 달러를 받은 알렉스 로드리게스, 2위는 2160만 달러의 캡틴, 데릭 지터 순이며 투수로는 A.J. 버넷이 1650만 달러로 1위, C.C 사바시아가 1500만 달러, 클로저인 마리아노 리베라 1500만 달러 순으로 이어졌다. 박찬호의 연봉 120만 달러를 2009시즌 팀 내 순위에 대입하면 워싱턴 내셔널스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우완 불펜 투수, 브라이언 브루니(125만 달러) 다음으로 21번째가 됐다. 그 밑으로는 연봉 40만 달러 대의 신예들뿐이다. 사실상 박찬호는 경력을 감안한다면 ‘스타들의 제국’이라는 뉴욕 양키스에서 최저 연봉에 가까운 선수이다. 양키스의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이 ‘박찬호에게 관심을 가지고 계약을 준비했다’는 인터뷰 기사를 읽어봤는데 인사 치레로 해준 말이 분명하다. 120만 달러가 양키스에 어디서 미리 만들어야 하는 액수인가? 필자의 판단으로 박찬호는 뉴욕 양키스에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러 간 것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에서 당당한 활약으로 자존심을 세우고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겠다는 각오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뉴욕 양키스는 세계의 모든 야구 선수들과 메이저리거들이 꿈꾸는 팀인데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역시 한국인 최초로 양키스 유니폼을 입는 선수가 됐다. 한편으로는 양키스가 박찬호를 너무 야박하게 대했다는 아쉬움도 크다. 한 때 1500만달러 대의 연봉을 받기도 했던 박찬호가 느끼는 감정은 어떠했을까? 박찬호가 33세였을 때인 2006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받은 연봉이 1533만 3679달러였다. 당시 환율로 편의상 1달러를 1000원으로 환산하면 153억 여 원에 달했다. 그는 2005년 텍사스-샌디에이고를 거치며 연봉 1500만 달러를 받은 데 이어 2006시즌 자신의 한 시즌 최고 연봉 고점을 찍었다. 박찬호가 2001 시즌을 마치고 LA 다저스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왔을 때 텍사스 레인저스가 인정하고 받아들인 몸값이 5년간 총액 6500만 달러였으니까 당시 그의 실력과 위상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박찬호의 2006시즌 몸값이 과연 어느 정도 액수인가를 알아보자. 메이저리그 칼럼니스트 할 보들리가 2006년 9월8일치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면에 박찬호의 그해 연봉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를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는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플로리다 말린스의 25인 로스터와 부상자 명단(DL)에 오른 선수들의 연봉을 합한 2006시즌 구단 전체 총액(Marlins Payroll)이 1530만 9500달러인데 메이저리그에 혼자 이 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모두 12명이나 된다’는 것이었다. 개인의 시즌 연봉을 놓고 보면 13명인데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로저 클레멘스는 당시 6월에 팀에 합류해 실제 수령액이 말린스의 연봉 총액보다 적기 때문에 12명으로 집계했다. 기사와 함께 게재된 표에 박찬호가 12명 가운데 마지막인 12번째 선수로 나타났다.☞별표참조 플로리다 말린스의 최고 연봉 선수는 좌완 투수 돈트렐 윌리스로 435만 달러를 받았다. 2위는 우완투수 브라이언 몰러(150만 달러)였다. 100만 달러 이상인 선수가 2명밖에 없다. 베테랑 스타 3루수 미구엘 카브레라도 47만 2000달러에 그쳤다.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은 32만 7000달러(약 3억 2700만 원)였는데 플로리다에서 이보다 많이 받는 선수는 겨우 500달러가 높은 외야수 코디 로스(32만 7500달러)부터 돈트렐 윌리스까지 겨우 10명에 불과했다. 2010시즌 새 팀 뉴욕 양키스에서 데뷔 17년째를 맞이한 120승 투수 박찬호의 몸값은 메이저리그 전체의 저점까지 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 해 빅리그 평균 연봉은 326만 달러였다. 박찬호의 양키스 연봉 120만 달러는 전체 평균선에도 훨씬 못 미친다. 선례를 찾아보기 어렵겠지만 연봉 1500만 달러를 받던 선수가 120만 달러에 메이저리그 생활을 계속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이 사실만으로도 박찬호에게 야구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MLB 특파원 ★2006시즌 플로리다 구단보다 고액 연봉 선수 1.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 25,680,727 2. 로저 클레멘스(휴스턴) 22,000,000 3. 데렉 지터(뉴욕 양키스) 20,600,000 4. 제이슨 지암비(뉴욕 양키스) 20,428,571 5.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20,000,000 6. 제프 백웰(휴스턴) 19,369,019 7. 마이크 무시나(뉴욕 양키스) 19,000,000 8. 매니 라미레스(보스턴) 18,279,238 9. 토드 헬튼(콜로라도) 16,600,000 10.앤디 페티트(휴스턴) 16,428,416 11.매글리오 오도네스(디트로이트) 16,200,000 12.랜디 존슨(뉴욕 양키스) 15,661,427 13.박찬호(샌디에이고) 15,333,679 ※로저 클레멘스는 6월 팀 합류를 기준으로 환산한 금액(단위=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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