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2010년 3월은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공연사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다. 두 수퍼 레전드 제프 벡(66)과 밥 딜런(69)이 첫 한국 공연을 갖기 때문이다. 제프 벡은 오는 20일 서울 올림픽공원의 올림픽홀, 밥 딜런은 31일 역시 올림픽공원의 체조경기장에서 무대에 오른다. 둘의 한국 방문이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수퍼 레전드들임에 틀림없지만 한국의 공연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좀처럼 내한 공연은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아티스트였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팝의 레전드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기 시작한 이래 내한공연 시장은 이제 어느 정도 수퍼 레전드들의 방문이 한 차례 이상은 이뤄진 수준이 됐다. 폴 매카트니와 마돈나 정도를 제외하면 그간 세계 최고로 평가 받는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일이 남의 나라 얘기는 아닌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한공연 시장에는 큰 구멍이 뚫려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수퍼 레전드들이 늘어 나기는 했지만 공연이 성사되는 경우는 한국에서 히트곡이 얼마나 있는 지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1970, 80년대 한국의 라디오 팝 프로그램에서 천편일률적으로 틀어 대던 선곡 리스트에 오르지 못한 아티스트는 아무리 해외 대중음악계에서 수퍼 레전드로 평가 받아도 한국을 찾기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한국이 공연 문화가 정말 성숙했다면 익숙한 히트곡이 많지 않더라도 음악적 수준과 완성도, 음악사적 의미만으로도 공연을 보러 가는 상황이 돼야 맞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프 벡과 밥 딜런이 온다. 둘은 자신의 영역에서 1인자이자 수퍼 레전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일반 대중들에게 다른 팝의 수퍼 스타들에 비해 2% 부족해 보였다. 한국의 인기 팝이라는 것이 70, 80년대를 거치면서 가사 중심의 보컬 곡 위주로 틀이 지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프 벡은 흔히 자신을 포함해 3대 기타리스트로 불리는 에릭 클랩튼이나 지미 페이지보다 더욱 연주곡 중심의 순수한 기타 구도자의 길을 걸었던 터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로지 기타만 놓고 보면 오히려 제프 벡이 ‘최고의 기타리스트’라는 찬사에 가장 잘 어울릴 만한 행보를 걸어왔다. 밥 딜런도 미국에서는 수많은 히트곡이 있고 포크와 포크록의 신세계를 열어 나갔지만 부조리한 사회나 체제에 대한 저항정신이 담긴 가사 때문에 한국에서는 군사정권 시대 금지곡 제도의 희생양이었다. 찬란한 그의 레퍼토리들에 비해 밥 딜런적이지 않은 ‘One More Cup of Coffee’같은 달달한 발라드가 오히려 한국에 알려져 있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라도 환갑이 넘은 이 둘이 한국을 찾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제프 벡은 기본적으로 록 기타리스트이긴 하지만 록이든 블루스든 재즈든 기타가 반주 이상의 기능을 하는 음악을 좋아하는 음악팬이라면 누구든 꼭 봐야 하고 보면 감동할 만한 연주를 보여줄 것으로 확신한다. 밥 딜런도 마찬가지다. 노래를 몰라도 음악사적으로 워낙 중요한 인물인데다 한국에서 70년대 융성해 여전히 명맥을 이어오는 포크 음악의 팬이라면 분명 행복한 경험을 제공할 공연이 될 전망이다. 밥 딜런이 70년대 한국 포크 가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밥 딜런의 음악이 낯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프 벡과 밥 딜런. 이미 고령이라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영원히 못 볼 가능성도 있는 수퍼 레전드들의 귀한 공연이 열린다. 음악팬이라면 그들의 골수팬이 아니더라도 공연장을 찾는 것이 기본 ‘교양’이라 할 수 있는 그런 공연이라 강조하고 싶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밥 딜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