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인사이드 베이스볼]추신수와 김병현이 본 ‘스캇 보라스의 두 얼굴’
OSEN 기자
발행 2010.03.22 11: 51

메이저리그에서 ‘슈퍼 에이전트’로 불리는 스캇 보라스는 ‘두 얼굴의 사나이’인가? 클리블랜드의 간판 타자로 급성장해 올시즌 활약이 기대되는 추신수(28)가 에이전트를 스캇 보라스로 교체하면서 다시 한번 보라스가 우리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거의 같은 시점에 스캇 보라스에 대한 추신수의 견해와 과거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고용했던 김병현의 생각이 사실상 상반되게 나타나 흥미롭다. 과연 보라스의 진면목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필자가 직접 취재를 하지 않아 인용을 한다. 이영미 기자와 홍순국 기자가 지난 3월7일 애리조나 스카츠데일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마이너 캠프에서 김병현(31)을 단독 인터뷰했다. 그 가운데 김병현이 밝힌 ‘콜로라도 단장이 스캇 보라스와 앙숙 관계라는 걸 알게 됐다. 그 팀에 대한 감정이 너무 좋지 않았고, 좀 당해봐라 하는 심정으로 스캇 보라스와 계약을 맺은 것이다. 그러나 내가 플로리다로 옮겨간 건 스캇 보라스와 계약을 맺기 이틀 전에 일어난 일이다. 따라서 그 트레이드 건은 스캇 보라스와 상관이 없었다. 스캇 보라스와 계약을 맺은 1년 동안 단 한 번도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는 내용이 있다. 김병현이 지난 2007년 5월13일 콜로라도에서 플로리다로 불펜 투수 호르헤 훌리오와 1-1 맞트레이드 되던 상황에 대한 본인의 설명이었다. 당시에는 스캇 보라스가 에이전트가 되면서 트레이드를 성공시킨 것으로 알려져 ‘역시 스캇 보라스’라는 평가도 나온 바 있는데 사실이 아닌 것으로 이제야 밝혀졌다. 그런데 김병현은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두고 있는 동안 그를 만난 적이 한번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라스는 고객인 김병현을 무려 1년 동안 단 한번도 찾지 않은 것이다. 필자도 취재를 하면서 보라스 측에서 ‘김병현은 팀에서 무시 당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실제 보라스는 에이전트를 맡고 나서 김병현에게 제대로 해준 것이 없었다. 그런데 열흘 후인 17일 홍순국 기자와 이영미 기자의 정리로 게재된 ‘추신수 일기’의 ‘장기계약에 나서준 구단에 감사’편에서는 스캇 보라스에 대해 다른 의견이 나왔다. 추신수는 ‘스캇 보라스를 만나기 전까진 이런저런 소문들이 많아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러나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 보고 그의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에 감탄이 절로 나올 때도 있습니다. 몸값이 높은 스타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저처럼 저 연봉 선수, 또 부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는 선수들한테도 지속적인 관심을 표하며 직원들을 통해 선수들 관리를 철저히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기까지 합니다.’라고 보라스를 높게 평가했다. 김병현과 추신수는 3살 차이다. 그러나 투수와 타자로 다르거나 아니면 나이 때문에 보라스를 다르게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스캇 보라스는 김병현에게 무관심하거나 소홀했고, 추신수는 신경을 쓰면서 집중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공교롭게도 김병현과 추신수 모두 처음에는 보라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2007년 5월 김병현은 스캇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하면서 ‘물론 스캇 보라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면도 있다. 그러나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가 필요로 하는 것을 에이전트가 충족 시켜줄 수 있느냐이다. 스캇 보라스가 그런 점에서 가장 적임자로 판단했다. 콜로라도 구단에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가졌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흐름만을 놓고 보면 김병현과 추신수가 스캇 보라스와 인연을 맺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도 비슷하다. 스캇 보라스는 김병현이 1999년 애리조나에서 데뷔했던 시절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어쨌든 뒤늦게 나마 그를 고객으로 잡았다. 그런데 김병현이 스캇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기 몇 달 전인 2007년 1월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로 스캇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영입해 2001년 LA 다저스에서 FA가 된 뒤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 6500만 달러 계약을 성공시켰던 박찬호가 갑자기 보라스를 해고한 것이다. 7년을 이어오던 선수와 에이전트의 관계였다. 당시 박찬호는 “더 이상 편하게 일을 맡기지 못하겠다는 생각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후일 박찬호는 ‘내가 힘이 없어지고 가치가 떨어지니까 모든 일에서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비즈니스적이다. 어쩌면 우리 같은 의리나 정을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박찬호도 처음 스캇 보라스 사단에 합류했을 때 스포츠 심리학자 하비 도프만을 비롯한 여러 전문적인 자문과 체계적인 지원, 한국인 직원의 고용 등에 대해 역시 최고의 에이전트라는 평가를 한 바 있다. 이는 추신수의 현재와 같다. 1999시즌 당시 에이전트 스티브 김이 박찬호와 LA 다저스의 장기 계약을 추진했는데 스캇 보라스의 서둘 필요가 없다는 조언으로 박찬호가 포기했던 일과 이번 추신수와 클리블랜드의 장기 계약 불발 상황도 비슷하다. 어쨌든 필자도 느끼고 팬들도 모두 인정하는 추신수는 조국에 대한 사랑부터 야구에 대한 뚜렷한 신념과 의리, 정을 소중히 하는 선수이다. 이번 스캇 보라스와의 계약은 비즈니스 적인 의미가 큰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썩 좋지 않은 평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추신수와의 계약에 성공한 스캇 보라스의 선수에 대한 안목과 집념도 대단하다고 인정할 만하다. 스캇 보라스는 타자의 계약을 더 잘 해낸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추신수와 보라스가 시즌 후 ‘아메리칸 드림’ 급의 큰 계약을 이끌어내면서 좋은 인연을 이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MLB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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