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인사이드 베이스볼]김현수, 메이저리그가 주목할만 하다
OSEN 기자
발행 2010.03.29 09: 03

2009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들렀을 때 우연히 메이저리그 팀 스카우트들과 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프로야구 LG와 일본 주니치, 그리고 메이저리그 보스턴을 거친 좌완 이상훈의 트라이아웃 등을 취재하면서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들을 많이 알게 됐다. 현재 메이저리그 팀들은 아시아 담당 스카우트와 현지 에이전트들을 정해 놓고 한국 야구계에도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상태이다. 이는 제1, 2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성적과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성적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당시 메이저리그 모 스카우트가 필자에게 “‘현수 김’을 아느냐?”고 물었다. 사실 필자는 2006시즌부터 2009년3월까지 메이저리그 특파원으로 파견돼 한국프로야구의 최신 움직임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다만 두산의 김현수(22)라는 신일고졸 연습생 출신 선수가 대단한 기량을 선보이며 스타로 떠올랐는데 기량이 대단하다는 소식을 듣기는 했다. 어쨌든 “한국프로야구가 자랑하는 선수이다. 왜 그러느냐?”라고 그 스카우트에게 물었다. 그는 “우리 팀도 그 선수를 지켜보고 있다. 아직은 메이저리그에 진출 할 수 있는 자격이 없는 것으로 안다. 부상 없이 성장한다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스카우팅 리포트가 돌고 있는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필자는 “그러냐?”라고 되물었지만 사실 의아하기는 했다. 2009년 3월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한국은 최고의 성적을 거두기는 했으나 그 과정에서 메이저리그 구단들 가운데 한국 선수에 대한 적극적인 스카우트 의사를 나타낸 적은 없었다. 김태균이 그래도 주목을 받았으나 그가 2009시즌 후 FA가 됐지만 계약을 추진한 메이저리그 팀은 나오지 않았다. 김태균은 이승엽과 마찬가지로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 유니폼을 입었고 메이저리그는 다음 도전 무대로 기약했다. 그런데 뜻 밖에 김현수가 떠오른 것이다. 두산과 지난 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 27, 28일 이틀간 매진된 잠실 구장에서 2010 프로야구 개막2연전을 펼쳤다. 2게임을 지켜보면서 왜 몇몇 메이저리그 팀들이 김현수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첫날 4타수 4안타의 성적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난타전을 펼친 28일 2차전의 공격과 수비 내용이다. 우투좌타의 좌익수로 뛰고 있는 김현수는 수비 능력에 있어서는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현수는 공격에서 1-6으로 뒤진 3회말 2사 1, 2루에서 우익 선상 쪽으로 빠져 나가는 2루타를 날려 동점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6-6 동점으로 곧 바로 이어진 4회초 수비에서 두산은 또 대량 실점 위기에 몰렸다. 무사 1, 2루에서 최희섭을 삼진으로 잡았으나 김상현에게 좌전안타를 내줘 다시 점수는 7-6이 됐고 주자는 1, 3루가 됐다. 다음 타자 채종범이 친 것은 좌익수 김현수의 머리 위를 넘어가는 타구였다. 잡지 못했으면 펜스 플레이에 따라 2명의 주자가 다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런데 김현수는 전력질주로 공을 따라가 역모션으로 잡아 내 희생플라이 1실점으로 막아냈다. 김현수의 역모션 수비는 메이저리그에서 말하는 ‘윌리 메이스급’에는 미치지 못한다. 윌리 메이스가 1954년 월드시리즈에서 보여준 수비는 외야수가 공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낙하 지점을 파악하고 다이빙을 하듯 잡아내는 것이다. 김현수는 역모션으로 고개를 돌려 공을 볼 여유는 있었다. 그러나 김현수는 주루 플레이는 물론 수비력에 있어서도 지난 해 보다 더 발전하고 있음이 겨우 개막 2연전에서 나타났다. 이날 김현수의 수비 장면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전설적인 기록을 써가고 있는 일본인 천재 타자, 이치로의 최근 시범경기를 떠올리게 했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우익수 이치로(37)는 24일 애리조나 피오리아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전 2회 제프 마티스의 우익수 머리 위를 넘어 펜스에 직접 맞을 수 있는 타구를 정확한 위치 판단으로 등을 돌린 상태에서 잡아 냈다. LA 에인절스의 감독까지 ‘믿을 수 없는 수비’라고 찬사를 보낼 정도였다. 바로 ‘윌리 메이스급’ 수비였던 것이다. 이날 KIA-두산전 6회말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KIA 조범현 감독은 김현수에게 5회말 역전 2타점 안타를 맞아 9-10으로 뒤진 6회말 2사 2, 3루 위기에서 좌타자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서자 우완 스리쿼터인 손영민으로 하여금 그를 고의4구로 거르게 했다. 다음 타자가 거포 김동주였지만 우타자인 점을 고려하면서 김현수를 더 경계한 것이다. 이 작전은 김동주를 2루수 땅볼로 유도해 성공했다. 그러나 결국 김현수의 5회말 안타가 결승타가 돼 경기는 10-9, 두산 2연승으로 끝났다. 메이저리그에서 과거 애리조나의 벅 쇼월터 감독이 샌프란시스코의 슬러거, 배리 본즈가 타석에 들어서자 밀어내기 볼넷 작전을 펼친 것을 연상케 했다. 현재까지 나온 분석들을 살펴보면 김현수는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의 교타자 아오키 노리치카(28)와 곧잘 비교가 되고 있다. 그러나 장타력에서 김현수는 훨씬 강하다. 아오키는 2005시즌 1994년 이치로 이후 처음이자 센트럴리그 최초로 200안타 이상을 쳐낸 타자이다. 김현수와 같이 우투좌타로 메이저리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프로야구에서 해외 진출 자격을 얻으려면 풀 타임 기준 7시즌을 채운 뒤 소속 구단의 요청으로 총재가 허가해야 한다. 2006년 데뷔해 첫해 1군에서 1경기만 출장했고 2007년 99경기에 나서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김현수는 2008년 126게임에서 3할5푼7리, 9홈런 89타점, 그리고 지난 해 133경기에서 3할5푼7리의 타율에 23홈런 104타점을 기록하며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떠올랐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승엽과 김태균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후 순위로 미루고 비교적 적응이 쉬워 보이는 일본 프로야구를 택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한편으로 그들의 큰 가능성이 일본에서 꺾이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됐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이미 병역 혜택까지 받게 된 김현수가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야구 인생을 펼쳐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MLB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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