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9월11일이었다. 필자는 당시 의 특파원으로 메이저리그를 취재했다. LA 다저스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박찬호와 동행하면서 미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이날 뉴욕 시와 워싱턴에 사상 초유의 테러 공격이 발생했다. 미 전역은 국가 비상사태를 맞아 테러 공포에 떨면서 전 국민이 비극적인 테러 사고에 대한 슬픔을 나누었다. 그 당시 메이저리그의 버드 실릭 커미셔너는 막판으로 치닫던 페넌트레이스를 중단시키고 일주일 연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아울러 국민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겠다는 메이저리그의 의지를 담은 결정이었다. 구장을 찾는 팬들과 선수들의 안전도 고려했겠지만 미국인들은 메이저리그의 결단을 존중했고 그 후 더 따뜻한 성원을 메이저리그에 보냈다. 이 때 미국의 모든 스포츠 경기와 프로리그는 일시적이었지만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미 프로풋볼(NFL) 역사에는 2명의 대단한 업적을 이룬 커미셔너가 있다. 1960년부터 1989년까지 무려 29년간 NFL을 이끈 피트 로젤과 그의 후임 폴 타글리아부이다. 피트 로젤은 NFL이 미 프로스포츠 최고의 브랜드로 성장하는데 기초를 닦았고 폴 타글리아부 커미셔너는 꽃을 피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두 커미셔너는 중대한 순간에 다른 결단을 내렸다. 피트 로젤 커미셔너 재임 중인 1963년 11월22일 미국의 제35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이 발생해 미국 전체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피트 로젤 커미셔너는 이 상황에서 이틀 뒤인 12월24일 열릴 예정이었던 NFL 경기들을 정상적으로 진행했다. TV는 중계를 하지 않았다. NFL보다 암살 사건을 보도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는 NFL과 AFL 양대 리그가 있었는데 NFL의 경쟁 리그였던 AFL은 대통령을 잃은 슬픔을 국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경기를 연기시켜 대조를 이뤘다. 피트 로젤 커미셔너는 이후 수 차례에 걸쳐 경기를 중단하지 않고 강행한 결정을 자신의 가장 나쁜 잘못이었다고 후회했다. 로젤 커미셔너는 “개인적인 비극의 시기에도 스포츠 경기는 열리는 것이 전통이라고 판단했다”고 자신의 판단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이 결정은 피트 로젤 커미셔너의 업적 중 유일한 오점으로 남아 있다. 반면 폴 타글리아부 커미셔너는 2001년 9월11일 뉴욕시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워싱턴의 펜타곤이 테러 공격을 당하자 이틀 후 그 다음 주말로 예정된 NFL경기를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건 후 일주일 이상 지난 시점에서 열릴 경기들이었지만 연기 결단을 먼저 내린 것이다. NFL이 주간 경기 스케줄을 모두 중단한 것은 1987년 파업이 일어났을 때 이후 처음이었다. 그 때 연기된 경기는 정규 시즌 마지막에 스케줄이 잡혔고 이로 인해 챔피언십 대회인 슈퍼볼이 최초로 2월에 열리게 됐다. 2010년 한국프로야구는 3월27일 개막됐다. 백령도에서 비극적인 천안함 침몰 사태가 발생한 시점은 하루 전인 26일 오후 9시30분께였다. 천암함 침몰 사태가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생존 가능 시한(69시간)인 29일 오후 6시30분을 넘겼으나 실종자 46명 중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고 시신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침몰의 원인 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민 모두가 하루 종일 천안함 침몰 사고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비극적인 슬픔을 함께 하고 있는 중이다. 이 시점에서 한국프로야구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단 하루라도 긴급 중단을 고민해야 한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유족들은 물론 전 국민들과 아픔을 나누는 것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준비해야 마땅하다.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MLB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