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패키지 앨범, 음반 시장 더 위축시킨다
OSEN 기자
발행 2010.03.31 11: 03

[OSEN=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최근 리패키지(Repackage) 앨범이 국내 음악 시장에서 아티스트들이 대중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가 가늠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되고 있다. 어느 정도 음반 판매량을 보이는 가수들이어야 기존 발표한 앨범에 신곡이나 동영상, 화보집 등을 추가하여 새롭게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활동 무대를 더 이어나갈 수 있을 수 있고, 팬들이 궁금해 하는 요소들을 리패키지 앨범을 통해 일정 부분 충족시켜 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앨범 판매량 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표면적으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받을 수 있다.그러나, 필자는 점점 더 축소되어 가고 있는 한국 음반 시장에 독버섯과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특히, 아이돌 아티스트의 앨범을 주로 사는 10대들의 호주머니를 겨냥한 판매 접근법은 잠재적 음반 수요층 마저 떠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2010년 상반기 리패키지 앨범 발매 현황 - 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의 중학생 아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용돈을 모아 지금까지 3장의 가요 CD를 샀다고 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출연하며 많은 사랑을 얻고 있는 2명의 남자 가수 앨범을 지난 해에 구매했고, 연초에는 국내 최정상 여성 아이돌 그룹의 음반을 구입했다고 한다. 그런데 더 이상 CD를 사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들을 좋아했던 팬으로서 새 앨범이 나오자 마자 들뜬 마음에 돈을 모아 샀지만, 신곡 몇 곡 더 추가해서 나중에 발매된 리패키지 앨범이 나오니 배신감마저 느꼈다는 것이다. 그들을 아직 좋아하기에 음원을 구입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듣겠지만 돈이 생기더라도 다른 곳에 사용하겠다고 말한다. 방금 거론한 이야기는 필자가 아는 일부 사람들의 불평으로 치부할 수도 있고, 트렌드를 못 쫓아가는 루저(Loser)라고 혹평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미 10여 년 전 팝 음반을 통해 여러 형태의 리패키지 앨범들이 소개된 적이 있기에 새삼스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댄스와 아이돌이 장악하고 있는 최근 2~3년 사이 한국 음악 시장 또 하나의 유행 패턴인 리패키지 앨범 발매를 전적으로 지지할 수 만은 없다. 2010년 가요 음반을 살펴 보니 이승기 (4집 “Shadow”)와 홍경민 (10집 “Someday”)이 신곡 혹은 리메이크 곡을 수록하며 리패키지를 발표하였다. 무엇보다도 소녀시대, 2AM, 티아라 등 아이돌 그룹 3팀의 리패키지 앨범이 3월에 발매되어 음반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이미 정규 앨범이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상당한 판매량을 기록한 시점에서 신곡을 2~3곡 추가하거나 화보집, DVD등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활동과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팝 앨범의 경우 ‘딜럭스 에디션(Deluxe Edition)’, ‘투어 에디션(Tour Edition)’,’플래티늄 에디션(Platinum Edition)’등의 명칭을 사용하며 리패키지 앨범을 발매하고 있다. 레이디 가가(Lady Gaga),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비욘세(Beyonce)등 현재 최고 인기 여성 팝 스타와 그린 데이(Green Day),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등 국내에서 성공적인 내한 공연을 가졌던 뮤지션들 역시 리패키지 앨범을 선보이고 있다.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오울 시티(Owl City), 아담 램버트(Adam Lambert)등 신예 뮤지션들 역시 국내 시장에서 기존 발표작에 다수의 신곡 혹은 뮤직 DVD를 추가하는 형태로 리패키지 앨범이 발매되고 있다. - 다수 음악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리패키지 발매되어야 한다 -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초기 구매자들을 위한 배려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거론한 다수의 가요 및 팝 아티스트 음반들은 기존 작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시점에 신곡, 동영상, 화보등을 추가해서 판매량을 좀 더 늘리려는 음반회사(기획사) 측의 상술이 팬 서비스 차원이라는 선의적인 변명을 압도하는 듯 하다. 노래 몇 곡을 위해 1장의 앨범을 더 구입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물론, 정말 좋아하는 열혈 팬들은 정규작도 리패키지 앨범도 구입할 것이다. 그러나. 특히 아이돌 스타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10대 층들에게는 경제적인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가능한 많은 대중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 음반사(기획사)에서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일반 앨범과 리패키지 앨범을 같은 시기에 발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방신기의 일본 발매반 “Best Selection”2010“의 경우 3가지 버전으로 동시 발매되어 팬들이 좋아하는 앨범을 선택할 수 있다. 기존 앨범을 이미 구입한 팬들을 배려한다면 신곡만을 수록한 ‘싱글 CD’를 발매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리패키지 앨범은 상당량의 판매량을 기록한 인기 아티스트들이 할 수 있는 작업이다.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이익을 창출하였다면 팬들에게 그만큼 보상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와 같이 ‘Abracadabra’가 수록되었던 2장짜리 앨범 “Sound G” 활동 후 후속곡 “Sign”으로 활동하면서 5곡이 수록된 별도의 리패키지 싱글 앨범을 발매하여 음악 팬들에게 구매 부담감을 덜어 준 바 있다. 물론, 여러 이유에서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앨범이 기획되고 노래가 발표될 수는 없다. 그러나, 해가 거듭되면 될수록 음반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몇 년 사이에 CD가 사라질 수도 있다. 아이돌 가수들의 CD만 팔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재 음반 시장의 다수의 고객은 10대다. 고사위기 직전인지 한국의 음반 시장을 지켜내기 위한 음악계 종사자들의 미래 지향적인 기획력과 현재 청소년 뿐만아니라 이탈하고 있는 다른 계층의 음반 구매 욕구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절실하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 소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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