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KBS 2TV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 코너가 11일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성공으로 1주년을 멋지게 자축했다. ‘해피선데이’의 한 지붕 아래 있는 일요일 저녁 예능의 절대 강자 ‘1박 2일’의 인기가 지금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높은 인기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지만 ‘남자의 자격’의 출발은 미약했다. 현재 예능의 트렌드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아저씨 예능’이었고 선장인 이경규는 잇따른 프로그램 실패로 친정 MBC를 떠나 온 상황이라 큰 기대 속에 첫 발을 내딛는 코너도 아니었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은 서서히 마라톤이나 지리산 등반 등 강도 높은 리얼 버라이이티 아이템을 소화하면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경쟁 시간 대 인기 프로그램인 ‘패밀리가 떴다’가 하향세를 보이고 ‘일밤’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기회를 잡은 측면도 있지만 분명 ‘남자의 자격’은 스스로 인기를 얻을 만한 동력을 확실히 지니고 있었다. 그 동력은 바로 이경규였다. 이경규 못지 않게 다른 출연자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노력도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남자의 자격’이 인기 코너가 된 원동력은 역시 이경규였다고 정리하지 않을 수 없다. 예능 프로그램들의 여성화 경향 속에서 좀처럼 성공하기 힘들다는 남성형 ‘아저씨 예능’이 성공할 수 있었던 힘은, 타깃인 남성 중장년층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 모으고 충성스런 시청자가 될 수 있게 만든 에너지는 이경규의 변신에서 비롯됐다. 사실 ‘남자의 자격’은 리얼 버라이어티에 반드시 요구되는 캐릭터 구축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인기를 끈 독특한 사례다. 물론 이경규를 포함한 절반 정도는 캐릭터가 형성돼 있지만 일부 멤버는 아직도 캐릭터가 모호하다. 하지만 캐릭터가 완벽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흡인력을 갖는 것은 전적으로 이경규의 변신 덕분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남자의 자격’은 중장년층에 접어든 남자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모두 하기 싫어하고 힘겨워 하며 미션을 수행하지만 그 중심에는 이경규가 있다. 이경규는 스스로를 힘든 녹화는 하지 않는 ‘날방송의 달인’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면서 희화화해 왔다. 실제로도 이전에는 녹화 시간이 길고 고생하는 프로그램을 별로 진행하지 않았다. 이는 이경규가 프로그램 녹화를 그의 농담처럼 대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가 전성기를 이루던 시절의 프로그램 제작 방식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런 이경규가 출연자를 고생시키는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를 맞아 그 조류에 몸을 던졌다. 무거운 몸과 편하고 싶은 마음을 다잡으면서 말이다. 이런 그의 변신이 가장 잘 상징적으로 표현된 것이 이번 1주년 특집 이경규 몰래카메라였다. 다른 아이템에서는 이경규의 고생이 특히 프로그램을 이끄는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이 다들 고생하는 모습 이면에 감춰져 존재했다면 이번 몰래카메라에서는 이경규 혼자 고생을 하자 ‘남자의 자격’이 추구하는 웃음이 가장 명징하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었다. 이경규의 이런 변신은 웃음을 유발하는 것과 동시에 공감을 유발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동기들은 다 사라진 예능계에서 20년 넘게 정상을 지켜 온 유일한 MC, 해당 분야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그가 시대의 조류에 맞춰 하기 싫다고 외쳐왔던 고생을 하고 있는 모습은 우리의 40, 50대 남자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남들이 보기에는 성공한 듯이 보이는 위치에 올라 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과 자신의 지위가 갖는 불안정성으로 인해 하기 싫은 일, 구차해 보이는 일도 해야 하는 한국 중장년 남자들의 현 세태와 닮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경규는 진한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남자의 자격’ 인기의 원동력이 됐다고 확신한다. 변신이 이끌어 내는 웃음과 공감은 이경규를 다시 정상의 MC로 부활시켰다. 그리고 이경규의 변신을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더 많은 인기와 시청률로 보상 받을 일이다. 이경규보다도 10살 이상 어린 정상의 MC들이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변신하는 고통을 외면하다 하락세를 겪는 사례들이 상당한 상황에서 가장 자신을 버리기 어려울 듯한 ‘최고령’의 이경규가 변신에 도전하고 노력하는 모습은 실로 감동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