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서재응(33)이 메이저리그에서 한국프로야구로 돌아온 후 거둔 성적은 2시즌을 합해서 10승9패, 평균 자책점 5.11이다. 한 시즌에 5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의 뉴욕 메츠, LA 다저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했음을 고려하면 전혀 기대에 못 미쳤다. 2008년 첫해 연봉 5억 원을 받았던 그는 지난 해 3억7500만 원에 이어 올해 3억 원으로 삭감됐다. 크고 작은 부상이 이어지면서 야구계에서는 재기가 어렵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런데 서재응이 올시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첫 등판이었던 3월30일 삼성전 5이닝 1실점(승패 없음)에 이어 4월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6이닝 7피안타 5탈삼진 3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그는 인터뷰에서 “올시즌 15승을 해 팀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러 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과연 서재응은 어떤 승부구를 가지고 15승에 도전할까? 우완 정통파인 그의 패스트볼 위력으로는 자신하기 어려운 승수이다. 그는 마치 반항(?)을 하는 것처럼 타자와 승부한다. 누가 뭐라거나 말거나 자신 만이 아는, 자신의 살 길을 찾아 가는 스타일이다. LA 다저스 선발 투수였던 서재응은 2006년 5월3일 샌디에이고전에서 가장 이상적인 볼 배합을 보여줬다. 당시를 참고 한다면 10승 돌파가 가능해 보인다. LA 다저스 시절 서재응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느린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ㄴ로 신문에 기사까지 날 뻔 했다. 당시 지의 모 다저스 담당 기자가 서재응이 시즌 초반 부진을 보이자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패스트볼이 너무 느려서 주무기인 체인지업까지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2006년 4월22일 애리조나전에서 그의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은 90마일(145㎞)이었다. 그리고 5월3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전에 선발 등판한 서재응은 말 많은 패스트볼 스피드를 더 떨어뜨렸다. 5회까지 나온 패스트볼의 최고 스피드는 87마일(140㎞)에 불과했다. 서재응은 이 경기에서 커브로 승부수를 던졌다. 서재응이 가지고 있는 2가지 종류의 ‘2색(色) 커브’가 스트라이크 존의 상하로, 그리고 오른쪽 타자의 바깥쪽, 왼쪽 타자의 몸 쪽으로 흐르면서 떨어지는 등 춤을 췄다. 커브의 스피드도 위력적이었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가장 빠른 커브와 가장 느린 커브의 스피드 차이가 시속 10마일(16㎞)이나 나서 샌디에이고 타자들이 커브를 짐작하고도 좌우로 흐르며 떨어질지, 아니면 상하로 떨어질지 종잡지 못했다. 서재응이 가지고 있는 2색(色) 커브는 좌우로 흐르며 떨어지는 슬라이더성 커브와 위에서 아래로 내려 앉는 슬로 커브가 있다. 최대 시속 78마일(126㎞)까지 나는 것이 슬라이더성이고, 시속 68마일(약 109㎞)의 가장 느린 공은 슬로 커브이다. 서재응이 최대 시속이 겨우 87마일(140㎞) 밖에 나오지 않은 패스트볼로 경기를 끌고 갈 수 있었던 배경도 바로 최저 스피드인 시속 68마일의 커브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20마일(약 32㎞)의 차이가 나는 볼의 스피드에 타자들이 쉽게 적응을 못했다. 68마일 커브 뒤에 오는 87마일(140km) 패스트볼은 타자 처지에서는 상당히 빠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엉뚱한 효과도 봤다. 패스트볼이 너무 느리다 보니 타자가 배트를 휘둘러도 반발력이 떨어져 멀리 날아가지 않는 것이었다. 서재응은 올시즌 자신의 목표인 15승의 첫 걸음을 내디딘 7일 SK전에서 최고 시속 144km를 기록했다. 여기에 2가지 종류의 커브들을 효과적으로 섞었다. 좌우로 흐르는 슬라이더성 커브는 넓어진 스트라이크존 효과도 봤다. 2006년 5월3일 샌디에이고전이 생각나게 하는 볼 배합이었다. ‘2색(色) 커브’에 빅리거 출신의 자존심 회복이 달려 있다.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MLB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