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롯데 로이스터 감독이 지난 4월16일 잠실에서 두산전을 마치고 구단 버스로 걸어 가다가 취객과 말다툼에 가벼운 몸싸움까지 했다. 어쨌든 이는 객관적으로 볼 때 메이저리그 감독 출신답지 않은 행동임이 분명해 놀라웠다. 목격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로이스터 감독이 경기 후 선수단 출입구에서 50m 정도 떨어진 위치에 대기하던 버스에 오르려 할 때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팬이 접근해 영어로 욕설을 했고 로이스터 감독이 맞대응 하면서 시비로 번졌다고 한다. 고성이 오가며 가슴을 밀치는 등 신체적 접촉까지 가볍게나마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왜 로이스터 감독이 시비를 걸어오는 팬을 직접 상대했느냐는 점이었다. 그의 경력이나 인품을 감안할 때 시즌 초반의 성적 부진이나 이날 두산에 4-6으로 패한 것이 작용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로이스터 감독은 1970년 LA 다저스에 입단해 197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애틀랜타, 샌디에이고, 시카고 화이트삭스, 뉴욕 양키스 등을 거치며 주 포지션인 3루수는 물론 내 외야를 모두 섭렵한 빅리거였다. 2000년 밀워키 코치를 시작으로 2002년 밀워키 감독을 지냈고 2005년에는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 팀이었던 라스베가스 51’s 사령탑을 맡았다. 그의 경력으로 볼 때 선수 시절부터 머리에 각인이 돼 있을 정도로 무수히 언론 및 팬 상대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매년 스프링 캠프 때 구단 담당 경찰관을 초청해 팬들을 상대하는 교육을 실시한다. 중요한 점은 구단마다 담당 경찰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교육을 통해 술집이나 어디서든 팬들과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 어떤 이유가 있어도 무조건 그 자리를 피한 뒤 담당 경찰에게 신고하라는 것을 주지시키고 있다. 선의의 팬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비상식적이거나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칭 팬들이 고의로 시비를 걸어 싸움을 유도하고 폭행을 불러 일으킨 뒤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여성 팬을 상대하는 교육도 집중적으로 한다. 여성 팬과는 절대로 1대1로 있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주변에 상황을 증언해줄 목격자가 있는 경우에 한해 사인을 해주거나 함께 사진 촬영도 해주도록 권유한다. 가장 큰 이유는 성추행 논란 때문이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 여성 팬의 경우 선수에게 다가와 악수나 포옹을 한 뒤 돌아서면서 ‘법정에서 만나자’며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수 없이 있었다. 성추행이나 심지어는 폭행을 당했다며 언론에 유포시키겠다고 협박해 합의금을 받아내는 방식이다. 스타 선수들의 처지에서는 명예 때문에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더라고 사전에 돈으로 막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특히 목격자가 없을 때는 선수가 더욱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몸 싸움 다음 날 사소한 일이었다며 문제 삼지 말기를 요청했다. 그는 열정적인 롯데 팬의 행동으로 이해한다고 했지만 만일 코칭스태프의 제지가 없이 일부 흥분한 주변 팬들까지 가세해 집단 몸싸움까지 번지는 사고로 이어졌다면 문제는 심각해졌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경기 후 홈 선수들은 팬들이 접근할 수 없는 선수단 전용 주차장을 이용하고, 원정 팀 역시 이동에 사용할 버스가 팬들의 접촉으로부터 차단된 공간에 주차돼 있어 이번 사건 같은 것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로이스터 감독은 ‘구단 버스로 가면서 팬들과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며 한국에서의 경험을 좋게 평가하고 있다. 궁금한 것은 그런 자세의 로이스터 감독이 과거 롯데가 연패를 당하는 등 부진했을 때 감독을 잡아 놓고 청문회까지 열었던 것을 받아 들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롯데 구단은 홈 팀인 두산이 경호 경비에 더 신경을 써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도 더 중요한 것은 로이스터 감독이 먼저 피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만일 불상사가 났다면 이는 국제적인 이슈로 ‘해외 토픽’이 될 수 있다. 로이스터 감독은 한국프로야구에 와서 ‘정겨움’을 느꼈지만 이번에는 메이저리그 출신답지 않게 순간적으로 대처했다. 취객으로 보였던 팬이 한 욕설이 아무리 심했어도 피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야구위원회(KBO) 차원에서 다시 한번 각 구단에 팬 상대 요령에 대한 지침을 알려야 할 필요가 생겼다.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MLB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