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KBS 2TV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이 2회에 걸쳐 ‘강연’ 아이템을 선보였다. 이번 ‘강연’은 ‘남격’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걷던 지와 상관없이 코너 역사에 길이 남을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2일 김국진과 9일 이경규의 강연 내용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고 나머지 멤버들의 강연도 귀가 기울여지는 내용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남격’은 같은 프로그램의 또 다른 코너인 ‘1박2일’의 서브 코너 분위기로, MBC의 인기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중년 버전의 느낌으로 소박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이후 이경규를 비롯한 중년 멤버들이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버거운 도전들을 진솔하게 소화해내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처음 출발할 때의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이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인기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남격’이 인기 프로그램이 되자 2% 아쉬운 점이 생겨났다. 정상의 프로그램이라면 그에 걸맞게 인기와 함께, 자신 만의 확고한 색깔을 요구 받게 되는데 ‘남격’은 이 부분이 다소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중년들의 진솔한 고생담이라는 컨셉트도 색깔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한국 예능의 리얼 버라이어티 분야의 어디나 깔려 있는 ‘무한도전’의 그림자를 넘어서는, 뚜렷이 차별화된 자기 색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사실 ‘남격’ 출발 시점에는 오히려 자기 색이 뚜렷한 아이템을 보여줬다. ‘금연’이나 ‘두 번 결혼하기’같은 아이템이 그러했다. 하지만 이후 큰 반향을 일으킨 ‘마라톤’ ‘지리산 등정’ 등 고된 도전의 아이템은 강도가 높고 대상이 중년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이미 다뤄진 듯한 기시감을 갖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강연’ 아이템은 ‘남격’이 자기 색을 확연히 보여준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남격’ 외에는 다른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다룰 수 없는 테마였고 그런 만큼 완벽한 결과물로 뜨거운 반향을 이끌어 내면서 ‘남격’도 정상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부족함이 없도록 자리매김시켰다. ‘남격’으로 패자부활전에 나선 이경규와 김국진의 강연 내용은 살아온 삶의 굴곡으로 인해 그 어떤 명사의 강연보다도 굵직한 울림이 있었다. 보다 어린 다른 멤버들 역시 강의 내용이 가볍지 않았다. 이경규 김국진을 제외한 나머지 ‘남격’의 멤버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류가 아니었거나 혹은 예능에 첫 발을 내디딘 인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에 대해 드러난 것이 많지 않은 상황이었던 터라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었다. ‘남격’은 이번 ‘강연’ 아이템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인기와 함께, 인기만으로는 완전하게 갖추기 힘든 존재감을 확실히 얻게 됐다. ‘남격’은 현재 한국 예능계에서 극히 귀한 예능이다. 예능이 저연령화, 여성화 되가는 추세 속에서 소외된 ‘중년 남자’들을 위한. ‘중년 남자’들의 예능이다. ‘남격’의 의미 있는 진화는 그래서 반갑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