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가요계 거장들의 기념 음반 2종이 발매되었다. 한 장은 올해로 가요계 데뷔 25주년을 맞이한 라이브 황제를 위한 것이고, 다른 한 장은 고인이 된지 20년이 된 가요계 대표적인 가객을 추모 헌정하는 음반이다. 그 주인공들은 바로 이승철과 故 김현식이다. 특히, 현재 활동하고 있는 후배 가수들이 두 거장의 음악을 2010년의 시점에서 재해석하였다는 것이 무엇보다 뜻 깊은 의미로 다가선다. 뿐만 아니라 2009년 후반기에 발표된 이승환과 유영석의 데뷔 20주년 기념 음반과 2008년 12월에 발표된 윤상의 “송 북”까지 선후배 가수들의 아름다운 조우가 있어서 훌륭한 평가를 받았던 작품들도 다시 되짚어 본다.
- 25주년 기념 앨범과 대규모 공연으로 컴백한 이승철 –
이승철은 특별한 슬럼프 없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아티스트도 드물다. 앨범 판매량은 항상 상위권을 기록하고, 공인된 1위 곡은 많지 않지만 수많은 히트곡을 가지고 있고 그의 공연은 많은 팬들로 매년 성공적인 흥행을 이룬다. 25년을 들은 목소리라면 식상해 할 수도 있지만 이승철은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마력이 있다. 1985년 그룹 부활의 보컬리스트로 데뷔하여 25년을 맞이한 이승철은 “25th Anniversary: 너에게 물들어간다”를 발표하였다.

정성을 많이 기울인 흔적이 엿보이는 앨범 패키지가 우선 눈에 띈다. 정상급 사진작가와 아트디렉터가 앨범의 외적인 면을 치장해 주었다면, 쟁쟁한 후배 음악인들의 참여는 기념 음반제작에 있어서 가장 돋보이는 요소다. 박진영이 R&B 스타일로 재해석한 ‘안녕이라 말하지마’, 노래 잘하는 가수 김범수의 ‘떠나지마’, 모던 록 스타일로 리메이크한 김태우의 ‘희야’ 등 남성 후배 아티스트가 이승철 25주년을 축하해 주었다. 또한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는 최정상 여성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가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재해석한 ‘소녀시대’와 이승철의 지상파 방송 최초의 1위곡인 ‘긴하루’를 재해석한 아이비가 대표 여성 가수로 참여했다. 또한 3곡의 신곡이 이번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데 국내 최고의 힙합 뮤지션 타이거 JK가 피처링한 ’ 25 번째 프로포즈’가 첫 트랙으로 이승철과 호흡을 함께 하고 있으며, 타이틀곡 ‘너에게 물들어간다’와 ‘그때로 돌아가자’등 업 템포 스타일의 새 노래는 25주년을 자축하고 밝은 미래를 향해 가기 위한 힘찬 도전을 담은 듯 하다.
그가 가진 다수의 히트곡에 비해 10곡만 수록된 이번 기념 음반에 아쉬움이 남아 있지만, 5월 15일을 대전을 시작으로 6월 5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개최 될 25주년 전국투어 기념콘서트 “오케스트락(orchestROCK)’이 그나마 위안을 주지 않을까?
- 영원히 살아 숨쉬는 가객 김현식을 추모하다 -
김현식, 그가 유명을 달리한 지 벌써 20년이 흘렀다. 유재하, 김광석과 더불어 그의 음악은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채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2000년 11월 10주기를 추모하기 위한 헌정 앨범 “Tribute To Kim Hyun Sik ”이 발표된 바 있다. 조성모, 신승훈, 김민종, 이승환, 김종서, 임재범 등 대표적인 남성 뮤지션들과 김현식의 오랜 친구 한영애, 권인하, 이은미, 엄인호, 사랑과 평화, 전인권. 그리고, ‘넋두리’와 ‘사랑했어요’를 헌정한 영화배우 최민수 등 28명이 참여하여 현재까지도 대표적인 한국 가요계 헌정 앨범으로 평가 받고 있다.
김현식 2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헌정 앨범 “비처럼 음악처럼”은 2장의 CD와 1장의 다큐멘터리 DVD가 담겨 풍성한 느낌을 준다. 사랑과 평화, 전인권 , 신촌블루스, 김경호등 은 10주기 및 20주기 헌정 음반에도 참여 의미 있는 작업을 완성하였다. 김현식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쓸쓸한 오후’를 헌정해 지난 앨범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아쉬워했던 팬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는 듯하다. 바비 킴(Bobby Kim, 린(Lynn), 호란, 케이 윌(K. Will), 빅 마마(Big Mama)의 신연아와 박민아 등 후배 뮤지션들의 헌정 곡 역시 2010년의 감성으로 전달되어 흥미롭다. 10주기 추모 앨범에서 임재범의 ‘비처럼 음악처럼’이 타이틀곡이었다면 이번 음반에서는 신성우의 ‘넋두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다.
유일한 배우로 참여했던 최민수의 자리는 김영호가 ‘비처럼 음악처럼’을 노래해 채워주고 있다. 왠지 앨범 기획자의 나쁘지 않은 기획이 숨겨져 있는 듯 하다.
이번 헌정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내사랑 내 곁에’를 노래한 故 김현식의 아들 김완제에 관한 이야기 일 것이다. 1991년 6집 “내사랑 내 곁에”로 가장 많은 앨범 판매량을 기록해 골든디스크 대상을 수상할 때 고인이 된 김현식을 대신해 수상하러 나온 8살 꼬마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20년이 흘러 28세가 된 청년으로 성장, 아버지를 위해 노래하고 있다. 김현식의 음성이 곡 도입부 33초 정도 나온 후 김완제는 4분 33초를 노래한다. 필자는 유명한 팝송 ‘Unforgettable’ – 부녀 지간인 故 냇 킹 콜(Nat King Cole)과 나탈리 콜(Natalie Cole)이 마치 함께 노래를 하는 듯한 첨단 녹음 기법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음 –처럼 김현식 부자가 ‘내사랑 내 곁에’를 듀엣곡 형식으로 녹음을 해 곡을 완성하였다면 좀 더 진한 감동을 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 윤상, 이승환, 유영석의 앨범, 선후배 공동 작업 좋은 예되다 –
2008년 12월 윤상이 미국 유학 휴학 기간 중 발표했던 앨범 “Song Book :Play With Him”은 김현식, 이승환, 유영석, 이승철과 같이 특정 활동 기간을 기념하거나 추모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 항상 앞서가는 음악적인 시도로 많은 후배 뮤지션들의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 되었던 윤상의 음악을 후배(동료) 아티스트들이 재해석하는 것은 서로에게 즐거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유희열, 윤건, 하림, 정재일등 싱어 송 라이터 계열 뮤지션들과 마이 언트 매리, 페퍼톤즈, W & Whale , Casker 등 비주류계열의 아티스트들 및 엄정화, 소녀시대의 참여는 윤상 음악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2장의 CD에 녹아 들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승철과 함께 “라이브의 황제”란 칭호를 갖고 있는 이승환의 데뷔 20주년 기념 앨범(2009년 12월) “Hwan Tastic Friends”는 록, 펑크, 힙합, 발라드, 일렉트로니카, 재즈, 레게 등 다양한 장르로의 재해석이 키(Key)가 되는 요소다. 이승환 20년 동안의 음악 발자취를 자유롭게 해석하기 위해 유희열, 윤도현, 피아, 김진표, 이하늘, 타이거 JK, 윈디 시티, 클래지콰이. 윈터플레이, 윤건, 조권(2AM) 등 한국 대중 음악계 각 장르별 국가대표를 모아 환상적인 친구들의 조합을 일구어 냈다.
푸른 하늘 유영석이 작년 12월에 발표한 기념 앨범 “20th Anniversary Specialist 18 Tables”는 유영석 표 음악을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대표적 아티스트들이 음반에 동참하였다. 인순이, 김건모, 김연우, 이수영, 조규찬, 홍경민 등 보컬리스트들의 빼어난 곡 해석 능력은 더 말할 이유가 없다. 슈퍼주니어의 멤버 규현 –‘10년간 사랑’ 노래함 –과 개그맨 박지선 – 김현철, 유희열과 함께 ‘자아도취’ 리메이크-의 참여는 다분히 젊은 계층을 겨냥한 유쾌한 접근인 듯싶다. 다만, 앨범 발매 후 유영석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지 않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 선후배가 함께 하는 기념(헌정) 앨범, 가요계 좋은 경향으로 자리잡길 -
김현식, 이승환, 유영석, 이승철, 윤상. 20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그들의 이름과 음악은 잊혀지지 않고 있다. 음악 팬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후배 가수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 아티스트들이다. 그들이 공개한 특별한 음반들이 널리 대중들에게 알려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발표한 작품들은 그 이상의 가치를 남기고 있다. 선배들이 남겨 놓은 음악을 통해 후배와의 교감의 장을 만들고 멋진 노래들로 재 탄생되어 우리가요의 질적 향상을 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한 앨범들을 뛰어넘는 작품들이 탄생할 가요계를 기대해보자.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life@osen.co.kr
<사진> 김현식 추모 '비처럼 음악처럼' 제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