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박종훈(51) 감독의 ‘겸손(謙遜)’과 롯데 자이언츠 로이스터(58) 감독이 시즌 초반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는 ‘여유(餘裕)’가 과연 어떻게 결말이 날지 궁금하다.
4연패를 했던 박종훈 감독은 9일 잠실 홈 구장에서 열린 KIA 전을 앞두고 자신이 느끼고 있는 바를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오센(OSEN)>의 보도에 따르면 박종훈 감독은 6연승을 하다가 삼성, SK, 두산, KIA로 이어진 경기에서 2승8패를 기록한 것을 놓고 “소중한 잣대를 세운 시리즈였다”라고 평가했다. “이게 (LG의) 실력이다. 우리 팀의 소중한 잣대를 세우게 된 시리즈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 4팀을 ‘빅(big) 4’라고 인정하며 “우리가 밀린다. 우리의 부족함이 결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박종훈 감독은 “앞으로 경기 운영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 지에 대하여 생각들이 정리됐다”며 큰 경험을 했음을 강조했고, “이게 실력이다. 현재 LG는 분위기와 전력이 조금은 향상됐다. 그러나 더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경기에서 LG는 8회까지 KIA에 1-3으로 끌려가며 5연패 목전에 갔다가 9회말 조인성의 끝내기 안타로 4-3 역전승을 거두었다. 박종훈 감독이 역설한 바와 같이 팀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의문이 생겼다. LG가 왜 다른 팀들을 ‘빅 4’로 받아들이고 2승8패의 성적이 LG의 실력이라고 인정하느냐이다. 필자는 MBC가 중계 방송을 끊어 LG가 그냥 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처럼 지난 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KIA를 상대로 9회 말 역전승을 거둘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는 팀이 LG다. 우연이거나 운이 따랐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팀을 재건해 나가는 과정에서 박종훈 감독이 ‘겸손하게’, 혹은 ‘객관적으로’ 전력을 평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다음 날인 10일 경기가 없는 날 롯데의 로이스터 감독이 <스포츠 칸, 경향닷컴>의 ‘인터뷰&’에서 “최강 팀을 이길 전력을 가진 팀이 롯데다”라고 주장했다. 메이저리그 감독까지 한 경험이 있는 그는 2008년 롯데를 맡아 2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올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겠다며 스프링캠프에서 체력 훈련 강도를 높였는데 아직은 4강 밖에 머물러 있다. 롯데는 LG와 마찬가지로 4할 대의 승률이다.
그런데 로이스터 감독의 경기 운영과 태도에는 한국인 감독들에게서는 좀처럼 찾아 보기 힘든 ‘여유’가 지나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넘쳐 난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리보다 연습을 많이 하는 타 구단을 상대로 많이 이겼다. 한국야구는 선수를 존중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나는 선수를 전폭적으로 신뢰한다”며 “마지막에 누가 웃는지 보자. 무리하게 선수를 써서 몇 경기 더 승리할지 모르지만 우승할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롯데는 최강은 아니지만 최강 팀을 이길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종훈 감독과 로이스터 감독의 인터뷰에는 어쩌면 한국인과 미국인의 기질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는 ‘겸손’이 미덕이다. 그런데 필자는 10년 가까이 메이저리그를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메이저리그 감독들이 자기 팀의 전력상의 열세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전통적으로 약체인 피츠버그, 탬파베이, 플로리다 등의 팀들도 언제나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고 이에 도전한다고 말한다. 페넌트레이스가 끝나는 순간까지 변함이 없다. 경기를 지면 ‘오늘은 우리가 무엇을 못해서 졌다’고 설명할 뿐이다. 로이스터 감독의 자신감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상대 팀 선수를 경기 전에 만나는 것은 금기시된다. 박찬호와 김병현이 LA 다저스와 애리조나 시절 피닉스에서 처음 만나게 됐을 때도 경기 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인사를 나눴을 뿐이다.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수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들은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경기를 한다. 그러니 감독이 어떻게 자기 팀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LG와 롯데는 11일 같은 날 나란히 충격적인 경기를 했다. LG는 한화 류현진에게 17 삼진(정규이닝 신기록) 수모를 당하며 1-3으로 패했다. 롯데는 SK에 핸드볼 스코어 같은 10-21로 졌다. 경기 후 두 감독의 대응도 달랐다. 공통점은 LG 박종훈 감독은 상대 투수를,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SK 팀을 인정하고 칭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LG 박종훈 감독은 경기 후 숙소 인근에서 밤 2시까지 특타 훈련을 했다고 한다. 반면 로이스터 감독은 평소와 달리 ‘롯데는 평범한 타구를 좌익수와 중견수가 잡지 못한다. 창피한 플레이가 반복되고 있다’며 선수들의 수비에 불만을 나타냈다.
LG와 롯데가 올 시즌 어떤 성적으로 시즌을 마칠지 아직은 짐작할 수 없다. 다만 초반 두 팀의 행보는 비슷하다. 어쩌면 4강 후보인 두 팀이 넥센과 같이 갈 수 도 있어 걱정스럽다.
LG 박종훈 감독과 롯데 로이스터 감독의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은 뚜렷하게 차이가 나 보인다. 과연 어떤 것이 선수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보경S&C㈜ 대표이사,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