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최근 몇 년 사이 공연업계에는 확실한 컨셉(Concept)과 기획력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콘서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흥행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그리 많지 않고, 대규모 단독 공연을 펼치고도 좋지 못한 결과를 만든 경우도 많다.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록, 재즈, DJ 페스티벌이 정착되어 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연인 층을 겨냥하여 발라드, R&B 장르 음악을 하는 주요 아티스트들의 합동 콘서트 “10월의 눈 내리는 마을”이 문득 떠오른다. ‘컨셉이 있는 공연의 대명사’로 라이브 음악을 즐기는 팬들에게 널리 인지되어 있다. 이후 음악 장르 혹은 주제와 컨셉에 걸 맞는 아티스트를 섭외해서 기획하는 공연들이 좋은 반응을 거두며 트렌드화 되었다.



음반사들 역시 아티스트들의 공연 실황을 담은 영상과 음향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CD와 DVD를 한 패키지로 구성, 소비자들이 ‘보는 음악’과 ‘듣는 음악’에 대한 동시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면서 앨범 판매 증진을 높이려 하고 있다. 특히, 대형 팝 스타들의 앨범들이 이와 같은 형태로 다수 발매되어 가요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연극 열전” 에서 “라이브 열전”으로 발상의 전환 –
대학로에 연극 붐을 일으키며 브랜드화 된 “연극열전” 팀이 준비하고 있다는 “2010 라이브 열전”은 윤종신, 테이, 알리, KCM을 라인업으로 하고 있다. 6월 1일 윤종신을 시작으로 4명의 아티스트들이 6일씩 차례대로 공연을 하는 소규모 극장 콘서트다. 어느덧 가수가 아닌 예능인 이미지 비중이 높아진 윤종신, 다소 부진한 최근 앨범 활동이 아쉬운 테이, 단독 공연을 하기에 단 한 장의 싱글 앨범 발매가 전부인 알리, 확실한 히트곡 부재의 KCM, 이들 4명의 조합이 다소 어리둥절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약이 있는 공연 라인업이 무척 마음에 든다. 윤종신의 재치 있는 입담과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다수의 히트곡이 공연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줄 것이다. 테이와 KCM 역시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남성 아티스트들이다. 무엇보다도 필자 개인적으로는 신인 여성 뮤지션 알리의 콘서트 무대를 가장 기대한다. 지난해 발표했던 싱글 ‘365일’은 오랜 만에 등장한 가창력 있는 디바의 탄생을 예고하는 곡이었다. 물론 리쌍의 ‘발레리노’ 피쳐링을 통해 그녀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번 공연이 그녀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연극열전의 돌풍이 라이브 공연업계에도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홍대 인디 아티스트들 삶을 노래하다 -
5월 28~29일 영등포 CGV홀에서 거행될 예정인 콘서트 “일상 속의 음악 이야기 … Life”는 홍대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 12팀이 참가한다. 단기간에 대한민국의 대표 음악 페스티벌로 자리잡은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의 주최사인 민트 페이퍼가 기획한 컴필레이션 앨범 “Life” 발매 기념으로 준비되었는데, 음반 작업에 참여했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나루, 세렝게티, 오지은, 옥상달빛 등이 인디 음악계 슈퍼스타들이 참여한다. 삶을 주제로 진솔한 노래들을 소개할 이번 무대가 인디 신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다른 아티스트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되었으면 한다.
- 대형 여성 팝 스타들의 라이브 앨범 발매 러시 –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 마돈나(Madonna), 셀린 디온(Celine Dion), 비욘세(Beyonce). 우리가 너무도 잘아는 여성 팝 스타들의 라이브 실황을 담은 CD/DVD 패키지가 엇비슷한 시기에 발매되어 때아닌 경쟁을 벌이고 있다. 1963년 데뷔한 대선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83년 데뷔한 마돈나, 90년 데뷔한 셀린 디온, 2003년 화려한 솔로 전향을 했던 비욘세까지 시대를 달리하며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디바들의 라이브 음반들을 살펴 보자.
“One Night Only : At The Village Vanguard”란 제명이 의미하듯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라이브 앨범은 뉴욕의 작은 재즈 클럽인 빌리지 뱅가드(Village Vanguard)에서 단 한번 가졌던 라이브 실황을 담았다.힐러리 클린턴, 니콜 키드먼, 사라 제시카 파커등 특별히 초대받은 명사와 작곡가, 극소수의 팬들 및 클럽 관계자들만이 함께 할 수 있었던 특별한 작품인데 5반세기를 활동해 온 거장의 면모가 소박한 무대를 위대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마돈나의 공연에 대해서는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32개국 85회의 공연을 통해 350만원을 동원하며 가장 많은 공연 수익을 거둔 여성 팝 아티스트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는데, 2008년 8월부터 1년간 거행되었던 “Sticky & Sweet Tour” 중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공연 실황을 CD와 DVD로 담았다. 그녀의 내한 공연이 하루 빨리 성사되기를 바라는 팬의 입장으로 공연 DVD를 감상하면서 위안을 삼았다.
두 차례 성공적인 내한 공연을 가진 바 있는 셀린 디온의 공연 실황 패키지 “Taking Chances World Tour / The Concert”는 작년 8월 보스턴 DT가든에서 거행되었던 공연 실황을 담은 작품이다. ‘The Power Of Love”,”All By Myself”, ”My Heart Will Go On”등 히트곡과 퀸(Queen)에 헌정하는 특별 무대와 흑인 음악의 고전 곡들을 메들리로 부르는 등 다양한 공연 구성이 돋보인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핫 아이콘 비욘세의 2009년 공연 실황 앨범 ”I Am...Yours: An Intimate Performance At Wynn Las Vegas”는 그녀의 내한 공연을 관람한 분들이라면 공감할 화려한 무대구성과 퍼포먼스 ,흐트러짐 없는 가창력이 결합된 작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2장의 CD와 1장의 DVD로 구성되었을 만큼 결코 놓칠 수 없는 요소들이 이번 라이브 음반(영상)에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 소개한 국내 기획 공연과 외국 팝 스타들의 라이브 앨범 패키지는 소비층인 음악 팬들에게 보러 가고 싶고, 사서 보고 싶은 상품성을 어느 정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아이디어와 기획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명품의 반열에 오를 수 있듯이 음악계에도 철저한 생존 법칙이 존재하고 있음은 당연하다. 살아남기 위한 아이디어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