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인사이드 베이스볼]지자체 후보들 야구장 건설 뒷전, 팬들 화난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0.05.24 08: 17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6.2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이상하게도 새 야구장 건설 공약(公約)을 막판까지 뒷전으로 미루는 분위기여서 야구팬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헛된 ‘공약(空約)’ 남발을 자제하겠다는 의도인지, 아니면 실제로 해당 지역 발전 계획에서 야구장 신축이 후 순위로 밀려있는 것인가에 대해 팬들은 궁금해 한다.
필자는 지난 주 열린 ‘제34회 스포츠산업진흥 포럼’에서 뜻 밖의 얘기를 들었다. “국회의원 선거도 그렇지만 지방자치단체 장 선거에서는 가장 난무하는 것이 야구장 건설 공약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다. ‘공약(公約)은커녕 ‘공약(空約)’도 찾아 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해 한국프로야구는 592만5285명의 관중 수를 기록했다. 올해 목표는 650만 명 이다. 그리고 이 달 내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평생 야구장 무료 입장권의 경품을 내 건 통산 1억 만 번째 입장 팬이 탄생하게 된다. 올 시즌 93경기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한 것도 1996년 이후 최소 경기 수이면서 역대 3번 째 최소 타이 기록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시장 조사 기관인 ‘트렌드 모니터’와 ‘엠브레인’의 발표이다. 전국의 만 19세 이상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야구장 방문 목적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스트레스 해소’ 혹은 ‘좋아하는 특정 선수’를 보기 위한 목적이 강했는데 금년 조사에서는 ‘프로야구 자체가 좋다’ ‘함께 모여 응원하는 것이 좋다’는 이유가 높게 나타났다. 야구장을 찾아 함께 응원하는 것이 ‘스포츠를 즐기는 문화’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야구팬들은 특히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준우승의 쾌거를 연속으로 이뤄내며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야구 열기를 감안할 때 1000만 이상의 시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서울특별시의 시장 후보들로부터 도심에 4만 명 이상 수용 규모의 돔 구장 건설 공약이 나올 것으로 마지막까지 기대를 걸고 있다.
국제적으로 높아진 한국 야구의 위상을 고려할 때 미니 돔 수준의 고척동 구장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앞으로 일본 대만 중국, 그리고 더 나아가 메이저리그와의 야구 교류와 시장 확대를 위해서도 서울에 돔 구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동대문 구장은 이미 철거됐고 장충 리틀 야구장도 헐릴 위기에 놓인 상태여서 팬들의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현재 상황이라면 야구장의 열악한 시설로 팬들의 원성이 자자한 광주, 대전, 대구 시장 후보들은 지역과 정치색을 가리지 않는 열성으로 ‘야구당원(野球黨員)’이라고까지 불리는 야구팬들의 표심을 잡으려고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이제는 야구장에 남자들만 주로 있는 것이 아니다. 여성 팬들도 꾸준히 증가했다.
물론 과거 후보들의 행태를 교훈 삼아 지키지 못할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후보들을 야구팬들이 심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새 야구장 건설은 최악의 경우 ‘공약(空約)’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후보자들의 공약(公約) 중에 포함돼 있어야 하고, 우선 순위에서도 앞서 있어야 실현 가능성이 생긴다. 전임 박광태 광주 시장은 2003년 3만 명 수용 규모의 광주 구장을 2006년 개장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으나 첫 삽도 뜨지 못했고, 지난 해 10월에는 더 거창하게 돔 구장을 건립하겠다고 나섰다가 무산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박광태 시장은 3선 도전을 포기하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에서는 광주 광역 시장으로 강운태 후보가 나선다. 그의 10대 핵심 공약 1번은 2014년까지 일자리 10만개 창출이다. 현 무등경기장 축구장 대신 제1야구장을 건설하겠다는 내용은 강 후보의 20대 핵심 공약 중 17번에 담겨 있다. 2만 5000석 규모의 개방형 야구장을 건설하고 현 야구장은 제2야구장으로 리모델링해 프로야구 2군팀, 학생 야구팀, 야구동호인 등에 개방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 정용화 후보 역시 광주 경제 살리기를 내세웠다. 진보신당의 윤난실 후보가 ‘돔 구장 건설은 안 한다. 체육공원 조성과 함께 개방형 야구장을 건설하고 기존의 무등 경기장은 사회인, 청소년용 야구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대전의 경우 한나라당의 박성효 후보가 ‘국제적 수준의 야구장을 건립해 문화 체육 명품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자유선진당의 염홍철 후보는 스포츠 테마파크 조성을 통한 ‘문화 체육 레저 특별시’를 역설하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한나라당의 대구 광역시장 김범일 후보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네티즌 발언대 부분에 ‘소시민’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야구 팬이 ‘야구장 신축’과 관련해 ‘공약에 없네요. 돔 구장 힘들면 빨리 3만석 내외의 문학 야구장 수준의 천연 잔디 구장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올라 있고, ‘짓는다 짓는다는 말만 하지 말고 첫 삽을 뜨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희망도 실려 있다.
한편 돔 구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안산시에서는 한나라당 허숭 후보가 ‘돔 구장 확실한 흑자 운영 대책 수립’이라는 공약을 내놓았다.
어쨌든 예전에는 야구의 불모지인 울산에 야구장을 짓고 프로구단을 유치하겠다는 ‘엄청난(?)’ 공약까지 나와 야구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야구팬들의 염원을 아주 절실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다.
지난 해 2월 KBO 수장으로 취임해 한국프로야구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는 유영구 총재가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전략 사업이 ‘야구장 건설’이다. 이를 위해 야구발전실행위원회를 구성했고 허구연 위원장은 경기 해설 때는 물론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 도시를 방문해 새 야구장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KBO나 대한야구협회가 정치색을 띠는 것은 안 된다. 그러나 야구장에 관련된 문제라면 야구팬들의 뜻을 모아 정당한 방식으로 후보자들의 진정한 공약을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이다.
야구 팬들은 6월2일 반드시 투표를 하고 야구장으로 가야 한다.
/보경S&C 대표,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사진>관중이 꽉 들어찬 잠실구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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