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원더걸스(Wonder Girls)와 채리스(Charice). 자신들의 모국 무대를 벗어나 팝 음악의 본고장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목표로 도전장을 내밀고 활발한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재 대표적인 아시아계 가수들이다.
특히, 동양 출신 뮤지션들에게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은 전세계 대중 음악 시장. ‘Nobody’로 지난 해 빌보드 HOT 100 차트에 진입했던 원더걸스와 팝 앨범 차트 Top 10에 미국 시장 데뷔 앨범을 올린 채리스의 기록이 아시아권에서는 커다란 뉴스 거리가(?) 될 정도니, 마치 자메이카가 봅슬레이로 동계 올림픽 출전하여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흥분을 감출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일들이 벌어졌지만, 반세기가 넘은 대중 음악사에 아시아계 음악과 뮤지션들이 가장 변방에 위치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씁쓸한 기분도 감출 수 없다. 이제 걸음마 단계와 같은 아시아계 아티스트들의 과감한 도전이 세계적인 팝 스타로 등극할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인지 원더걸스와 채리스를 통해 다시 한번 차근차근 짚어 보고자 한다.
- 복고풍 음악으로 연이어 미국 시장 도전하는 원더걸스 –
지난 1월 3일자 칼럼을 통해 원더걸스의 ‘Nobody’가 2009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싱글 CD로 선정된 것을 최초로 알린 바 있다. 많은 국내 언론사에서도 이 뉴스를 비중 있게 다룬 바 있다. 물론 일부 언론에서는 의류 매장에서 1달러란 헐값에 팔려 나간 판매 경로에 문제를 삼았고, 빌보드 HOT 100차트 단 1주만 올라간 후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춘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JYP엔터테인먼트의 2009년 회계 결산 자료를 통해 원더걸스를 비롯한 소속가수들의 미국 시장 데뷔를 위해 상당금액의 예산이 사용되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과 아시아에서는 슈퍼 스타라고 해서 미국 무대에서도 소개되었지만, 원더걸스 멤버들도 많은 인터뷰에서 피력했듯이 그곳에서는 갈색 눈과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너무도 생소한 동양계 신인 여성 보컬 그룹일 뿐이었다. 미국 틴 에이저들의 우상 조나스 브라더스(Jonas Brothers)의 투어 공연 오프닝 아티스트로 나선 것은 정말 행운이고 노력의 결과이고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 진출에 출사표를 던졌던 보아나 세븐 보다는 좀 더 나은 성과를 거둔 것 역시 사실이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에 관한 설왕설래성 이야기는 일단 접어두자. 무엇보다도, 현재의 관심거리는 과연 두 번째 싱글인 ‘2 Different Tears’가 실질적인 성공을 위한 교두보 역할이 되느냐 일 것이다. 싱글 앨범 발매 후 2주간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한국에서의 반응은 무척 좋은 듯 하다. 가온차트의 디지털 통합 차트 1위에 올랐고, 케이블TV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Nobody’에 이은 복고풍의 사운드로 다시금 미국 사운드를 공략할 원더걸스.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닷컴에서는 ‘2DT’를 비롯 ‘Nobody’,’Tell Me’,’So Hot’등 12곡이 수록된 디지털 앨범이 판매 중이며, 한국에서 발매된 원더걸스 음반들이 수입되어 세계 각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원하면 구입할 수도 있다 아이튠즈 차트 상위권에 올랐었고 6월 초부터 7월 하순까지 미국과 캐나다 주요 도시를 도는 투어도 감행한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원더걸스와 JYP가 미국 음악계에서 노래의 히트 기준점이 되는 “빌보드 HOT 100 차트 40위권 내 진입”의 장벽을 뚫어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판매 순위와 더불어 차트 집계의 근거가 되는 라디오 에어 플레이를 올릴 수 있는 프로모션이 무척 중요하다. ‘Nobody’가 76위로 1주 올랐던 것은 오로지 싱글 CD 판매 집계량이 집계된 기록이다. 미 전역의 라디오 방송국 횟수를 올리기 위한 홍보가 절대적을 절실하다는 것은 ‘Nobody’의 1주 천하란 선례에서 입증되었듯이, ‘2 Different Ways’가 빌보드 차트와 연계된 라디오 방송국 DJ들에게 선호되는 트랙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프로듀서 박진영을 포함한 원더걸스 매니지먼트 담당자들도 잘 아는 사실이다.
- 팝 앨범 차트 8위란 전무후무한 기록 남긴 채리스 -
6월 5일자 200위까지 순위를 매기는 빌보드 팝 앨범 차트 8위에 채리스의 미국 시장 데뷔 앨범이 올랐다. 아시아계 가수로는 최초이자, 원더걸스가 만들어 낸 기록들을 뛰어 넘는 엄청난 결과다. 이제 18살이 된 필리핀 노래 경연 대회 출신의 앳된 여성 틴에이저 가수 채리스는 유튜브가 낳은 또 한 명의 행운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난한 집안을 돕기 위해 그녀가 가진 유일한 재능인 노래를 불렀고, 고국인 필리핀 뿐만아니라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무대를 연출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에서 보여 주었던 채리스의 공연 모습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까지 전해졌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 쇼 출연으로 이어졌다.
그 이후 대표적인 거장 프로듀서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에 의해 발탁되어 함께 무대에 서고, 그의 전속 레이블에 소속되어 전세계 음악 팬들을 사로잡을 앨범을 내놓게 되었다는 기적과 같은 이야기를 음반사에서는 쏟아 내고 있다. 셀린 디온의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 듀엣 퍼포먼스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전야제 공연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을 때는 원더걸스, 보아등 우리 가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부러움이 더 많았었다. 최근에 캐나다 출신 대표적인 아이돌 팝 스타로 앨범 차트 1위를 장기간 차지하고 있는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어린 팝 스타”로 선정되어 오프라 윈프리쇼에 다시 선 채리스의 공연 모습을 보면서 미국 시장에서 메이저 레코드사에서 발굴되어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 잠재력과 가능성은 있지만, 한계 극복해야 하는 그녀들 –
원더걸스는 채리스와 달리 세계 유수의 메이저 음반사와 손잡고 활동을 하지 못하기에 어려운 점이 훨씬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 워너뮤직 소속 레이블을 통해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채리스의 경우 이미 좋은 차트 포지션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영어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미국 음악계에서 모국어나 다름 없는 채리스와는 달리 계속 어학 공부를 병행해 나가며 언어의 장벽을 극복해야 하는 원더걸스에게는 또 하나의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음악적인 면에서 채리스는 현재 팝 음악계에 주류를 이루고 있는 R&B와 힙합 스타일 및 발라드를 차용하고 있으며, 여성 솔로 아티스트들이 인기의 축을 이루고 있는 최근의 트랜드 선상에서 활약하고 있다. 반면, 원더걸스는 6~80년대 유행했던 복고 사운드로 계속적인 도전 카드를 내밀고 있으며, 푸시 캣 돌즈(Pussy Cat Dolls) 이외엔 여성 댄스 보컬 그룹을 찾아 보기 힘든 미국 음악계에서 색다른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객관적인 스코어는 채리스가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또 다른 큰 시장인 유럽에서 채리스는 다국적 메이저 음반사를 통해 손쉽게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원더걸스에게도 채리스에게 찾아왔던 행운이 곁들여진 확실한 기회가 찾아오지 말라는 법은 결코 없다.
백인과 흑인, 미국과 영국 등 영어권 아티스트들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인 팝 음악 시장에 “엄청난 센세이션과 반란을 일으킨 아시아계 슈퍼 스타의 등장 원더걸스와 채리스”란 즐겁고 자랑스러운 기사를 상상해 본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