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2010 2군 인터리그', 제2의 장종훈과 김현수를 꿈꾸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0.06.04 09: 10

보리가 노랗게 물들어가는 계절, 전남 강진 베이스볼 파크에서 1주일간 열렸던 2010 퓨처스(2군리그) 인터리그(5월 25일~30일)가 그 막을 내렸다.
한국프로야구의 미래를 등에 짊어진 무명의 선수들이 한데 모여 그 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루고, 보다 큰 무대를 향한 원대한 꿈을 키우기 위한 장으로 마련된 인터리그는 지난 2007년 5월 남해(대한야구캠프)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이번이 두 번째였다.
강진 베이스볼 파크는 동서남북 열 십자 도로를 분기점 삼아 홈 플레이트 방향을 중심으로 4면의 야구장이 돌아가며 한 꼭지에 모인 형태를 띠고 있으며, 구장 대부분이 천연잔디로 이루어져 남도의 푸릇푸릇한 풀 내음이 시각적 후각적으로 물씬 묻어나는 전원적 느낌의 야구장이다.

“멀다 멀어!”
구단 버스가 도착하자 내리는 선수들의 푸념소리가 먼저 땅을 밟는다. 조선 후기 실학자였던 다산 정약용이 18년간이나 유배생활을 했던 곳으로 더욱 유명한 강진은 수도권에 연고를 두고 있는 팀들에는 이동시간만 해도 5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아득히(?) 먼 곳이다.
하지만 자주 보기 힘들었던 여러 팀들이 한데 모여 북적대는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장시간 이동이 주는 여독에도 시종 선수들의 얼굴은 밝아 보였고 활기 넘친 표정들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국민 우익수 이진영(LG)과 지난해 한국시리즈 7차전의 끝내기 홈런 주인공인 나지완(KIA)도 함께 들어있었다.
퓨처스 리그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 미완의 선수들에게 스타의 반열에 올라있는 선수들은 한 마디로 부러움 그 자체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그들을 통해 자신들도 언젠가는 1군 무대에 올라 팬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마운드에 오르고 타석에 들어서리라는 부푼 꿈을 꾼다.
3년 전인 2007년, 첫 인터리그에서 남해구장을 헤집고 다니던 선수들을 돌아보면 인기절정을 치닫고 있는 지금 프로무대의 선수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신고선수 신분으로 들어와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교타자로 성장한 두산의 김현수도 남해에 있었고, 2006년 신인 전체 지명순위 59번으로 입단했으면서도 올 시즌 신데렐라처럼 두산의 안방자리를 꿰찬 낯선 이름의 양의지도 남해 인터리그 당시 두산의 주전 포수였다.
또한 오재원, 유재웅 등도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이었지만 2007 인터리그를 거치며 ‘화수분 야구’로 일컬어지는 지금의 두산 팀 컬러를 가능하게 만든 주역들이다. 지금은 각각 두산과 한화 소속이지만 당시 LG 소속으로 있던 이성렬과 추승우도 남해에 자취를 남긴 선수들이다.
이 밖에도 삼성의 중심타자로 성장한 채태인, 이범호의 일본진출로 구멍 뚫린 한화의 3루수 자리를 튼실히 지켜내고 있는 송광민과 가난한 한화 선발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김혁민, 부드러운 수비와 장타력으로 대형 유격수로 탈바꿈해 가고 있는 넥센의 강정호, 2001년 투수로 입단해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다 2008년 타자로 전향해 성공적인 변신을 이뤄낸 넥센의 장기영, 지난해 A급 좌완투수로 성장해 주가를 한껏 끌어올리며 융숭한 대우로 히어로즈에서 두산으로 말을 바꿔 탄 이현승, KIA 필승 계투조의 짝꿍 곽정철과 손영민, 상대적으로 빈약한 롯데 좌타자 라인에 힘을 실어준 박종윤 등도 남해 인터리그 공식기록지에 이름이 남겨져있다.
한편 지난해(2009) MVP 김상현(KIA)에 이어 또 한명의 신흥 거포로 급성장하고 있는 한화의 최진행도 2007년 당시 2군무대를 통해 칼날을 다듬어 온 선수지만 2007년에는 상무와 경찰청이 인터리그에 참가하지 않았던 관계로 경찰청 소속이던 그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이제 2010 강진 인터리그를 다녀간 선수들 중의 일부는 빠르면 내년, 늦어도 몇 년 안에는 한국프로야구 1군 무대에 당당한 주전의 자격으로 서게 될 것이다. 그 동안 1군 무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신인급 선수들 중, 이번 인터리그를 통해 눈길을 끌었던 선수들을 추려보자면, 투수로는 SK의 박현준과 LG의 이범준 그리고 경찰청의 이승우 등이 주목되며, 타자 쪽으로는 경찰청 소속의 우동균, LG의 내야수 문선재와 윤진호 등을 꼽아 볼 수 있겠다.
6월에 들어서며 신고선수들도 1군 등록이 가능해졌다. 거의 100명에 육박할 정도로 그 어느 해보다도 신고선수가 넘쳐나는 이 시기에 과연 어떤 선수가 비상의 기회를 잡고 무명의 설움을 훌훌 씻어낼 수 있을런지.
1980년대 후반 훈련생 신분으로 프로에 입단하고서도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매김, 끝내 자신의 등번호 35번을 영구결번으로 남기는 데까지 올라선 한화의 장종훈과 앞서 말한 대로 계약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신고선수로 들어와 역시 신세대 한국프로야구의 아이콘으로 급성장한 두산의 김현수를 그리며 제2의 장종훈과 김현수를 꿈꾸고 있는 무명 아닌 무명 선수들의 대 반란을 기대해본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