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최근의 가요계 추세라면 가수들의 정규 앨범을 만나보기가 점점 어려워 질 것 같다. 음원 위주로 음악 시장이 급격히 변화되면서 음반(CD) 시장은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아이돌 가수들과 후크 송(Hook Song)이 중심이 되어 버린 최근 몇 년간의 가요 시장은 기성 아티스트들에게도 10곡 이상 내외로 수록 해야 하는 앨범 발매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앨범 발매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중견 가수들의 언론 기사를 접할 수 있었고, 어떤 가수는 매달 1곡의 디지털 싱글 곡을 발표하며 정규 음반을 대신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요계 대선배들이 아이돌 가수들과 가요계에 애정 어린 충고와 경종을 울리는 인터뷰 기사 역시 심심찮게 만나 볼 수 있다. 점점 한 쪽으로 편향되어 가고 있는 듯한 가요계에 단비를 내리 듯 5월 말에 선보인 가요계 거장 이승환과 대중성과 음악성을 겸비한 싱어송라이터 김동률의 잘 만들어진 앨범들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
- 꿈을 만드는 사람으로 돌아 온 이승환 –
지난 해 말 가수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며 후배 뮤지션들과 함께 했던 “Fantastic Friends”를 발표했던 이승환. 2006년 11월 선보였던 9집 “Hwantastic” 이후 4년 만에 10집 정규 앨범 “Dreamizer”를 5월 마지막 주 음악 팬들에게 공개하였다. 그리고, 5월 30일에는 2천여 명의 팬들을 열광하게 만든 돌발 콘서트도 가졌다.
그는 신승훈이나 김건모처럼 가수 왕에 오른 적도 없었고, 이승철도 꽤 늦게 기록한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가요계 4대 천황”으로 일컬어지며 20년 넘게 롱런하고 있다. 초창기 “이승환표 발라드”는 엄청난 음반 판매량과 인기를 그에게 안겨주었지만, 5집 이후 록음악이 점점 이승환 음악에 많은 부분에 접목되면서 대중성이 점차 결여 되었고 점차적으로 앨범 판매가 감소되는 결과를 보이기도 하였다.
록에 대한 열정은 라이브 공연장에서 더욱 더 강렬하게 나타났었다. “라이브의 황제”란 칭호를 갖고 있는 이승환에게 공연은 여전히 팬들과 호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통의 수단이다. 그러나, 앨범 위주로 활동하는 이승환과 같은 아티스트에게는 21세기 중반 불어 닥친 가요 시장의 빠른 변화가 곤혹스러운 일이다. 2007년 ‘내 맘이 안 그래’가 수록된 미니 앨범 “말랑”과 리패키지 “몽롱(2008년)”은 변해버린 시장 상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업적 결과물이었다.
‘지금 같은 음악 시장 환경이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보장을 할 수 없기에 후회 없는 앨범을 만들려고 했다’라고 10집 앨범을 발표하면서 보도자료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피력하고 있는 이승환. 윤도현, 이성우(노 브레인 보컬),요한(피아의 보컬),노리플라이(No Reply),린 ,이주한, 헤리티지(Heritage)등 음악 잘하는 후배 뮤지션들과 잘 알려진 팝 아티스트들 다수의 앨범 작업에 참여한 엔지니어와 연주자들이 함께 한 신작 “Dreamizer”는 ‘꿈 공장(Dream Factory)’의 주인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상품을 탄생시킨 것 같다.
- 김동률과 이상순과 함께 쉬어 가는 어쿠스틱 음악 여행 -
김동률은 불황을 모르는 가수 같다. CD가 안 팔린다 해도 그의 앨범은 잘 팔린다. 2008년 1월 발표한 5집 “모놀로그”는 ‘아이처럼’,’출발’과 같은 히트곡을 탄생시키며 스테디 셀링 중이다. 5집을 사이에 두고 나왔던 베스트 앨범과 라이브 음반의 판매량 역시 꽤 쏠쏠하다. 공연 역시 자주 열리지 않는 희소성을 더해 매진 사례를 기록한다.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마력이 작용하기에 대중들은 김동률이 만들어 놓은 선율과 가사에 빠져 든다.
CD시장이 점차 퇴조하는 상황에서 앨범 위주로 활동해야 하는 그에게 오히려 폭 넓은 기회가 주어진 듯싶다. 김동률은 무척 현명한 아티스트이자 기획자인 듯싶다. 일렉트로니카 음악계를 대표하는 그룹 롤러 코스터(Roller Coaster)의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함께 한 프로젝트 두오 베란다(Verandah)를 결성 발표한 앨범 “Day Off”는 현재 음악 시장흐름을 잘 파악한 김동률의 섬세한 감각이 곁들여진 작품이다.
93년 대학가요제에서 두오 전람회로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디딘 후 3장의 앨범을 발표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고, 1997년 이적과 결성했던 프로젝트 두오 카니발로 1장의 기념비적 작품을 내놓고 국민가요라고 할 수 있는 ‘거위의 꿈’을 낳았다. 전람회, 카니발 두 차례 활동을 13년 만에 베란다로 그 맥을 잇고 있고, 2009년부터 뜻을 함께 한 절친 이상순과 감성적인 코드를 가진 곡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였다.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충만한 두 남자의 진솔한 음악 이야기.“Day Off”란 앨범 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일상을 벗어나 “음악 여행”을 떠나게 만든다. 국내에도 꽤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노르웨이 출신 두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의 노래들과 비교해서 듣는 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 앨범 차트 1,2위 기록 선후배간의 경쟁 아름답다 –
이승환과 베란다(김동률,이상순)는 6월 초 현재 앨범 판매 사이트 종합 부문 1,2위를 다투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다.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4집으로 돌아 온 R&B 듀오 바이브(Vibe),솔로 3집을 낸 김윤아, 바비 킴, 뜨거운 감자, 정재형 등 앞선 시기에 음반을 낸 아티스트들 역시 계속 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CD 판매량은 불과 5년 전의 그것과 비교해도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급감한 음반 시장은 이제 싱글과 앨범 구매층으로 확연히 양분되고 있다. 오늘 소개한 이승환, 김동률 같이 완성도 높은 음반을 내는 대중 음악가수들이 계속 앨범을 발매하며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현재의 시장 상황이라도 유지되어야 한다. 엊그제 구입한 이승환과 베란다의 CD를 계속 들으면서 글을 맺는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