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독주 체제를 굳혀가고 있는 SK의 좌완 김광현(22)이 지난 6월10일 홈인 문학구장에서 삼성을 상대로 9회초 마지막 수비, 투아웃까지 노히트 노런을 이어가다가 최형우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해 대기록을 놓쳤다.
포수 박경완이 다음 날 마지막 투구를 슬라이더로 리드를 한 것이 실수였다는 말을 했지만 사실 전 타자인 신명철을 볼카운트 2-2에서 연속 볼을 던져 볼넷으로 진루시킨 것이 김광현으로 하여금 소극적인 투구를 하게 했다. SK가 2-0으로 앞서고 있어 최악의 경우 홈런 하나면 동점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김광현의 슬라이더가 치기 좋게 들어가 첫 안타를 허용했고 지난 1989년 한국프로야구 사상 5번째 노히트 노런 대기록을 작성했던 삼성의 선동렬 감독은 감독 데뷔 후 첫 노히트 노런 패배의 위기에 몰렸다가 벗어났다.
최형우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을 때 김광현의 투구 수는 113개였다. 김광현은 “‘힘이 남아 있어서 힘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은 안타가 나오자 곧 바로 투수를 이승호로 교체했다. 한 타자만 더 잡으면 완봉승이 된다. 이승호는 후속 진갑용에게 적시타를 맞아 2-1 추격을 허용한 뒤 만루까지 갔다가 박석민을 힘겹게 유격수 플라이로 잡아 내 경기를 마쳤다.
필자는 결과론이라는 전제 하에 이 글을 쓴다. 만약 이승호가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했다면 김성근 감독의 김광현 교체는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다음 날까지 이어진 많은 기사들을 면밀히 검색해보았는데 김성근 감독이 투수 교체를 단행한 순간, 마운드에서 물러나게 된 김광현의 생각과 어떻게 감독의 결정을 이해했는가, 혹은 더 던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가에 대한 김광현의 구체적인 언급은 찾아 보기 어려웠다.
김성근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히트 노런이 나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아쉽게 놓쳤다. 투수는 대기록을 놓쳤을 때 긴장감이 풀리게 된다. 마지막까지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광현은 한화의 류현진과 함께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왼손 투수로 꼽히는 투수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김광현은 한 순간 흥분을 하기도 하는 기분파이고 류현진은 좀처럼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김성근 감독이 김광현을 교체한 결정적 이유를 2사 후 신명철을 볼넷으로 진루시켜 큰 것 하나면 동점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주자가 없었다면 김광현에게 최소한 한 타자를 더 상대해 완봉 기회를 줬을 것이다.
감독의 투수 교체는 감독 고유의 영역이자 권한이다. 그리고 상황과 위기에 대한 판단을 그 누구도 덕아웃의 감독, 투수코치 보다 더 정확하게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의 경우 투수 교체 타이밍에 대해 경기 후 감독에게 질문을 하거나 기사를 쓰는 것을 목격하기가 1년에 한두 번도 어렵다. 감독마다 투수 운용법도 다르다. 자신의 팀 투수진 사정에 맞게 투수들을 기용하기 때문이다.
‘노히트 노런이 그렇게 대단한 기록인 줄 몰랐다’는 김광현이 다시 기회가 왔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1982년 출범해 올해로 29년째인 한국프로야구에서 노히트 노런은 모두 10번 나왔다. 2000년 송진우가 마지막이었다.
한국프로야구에 퍼펙트 게임 기록은 아직 없다. 135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는 모두 20번의 퍼펙트 경기가 나왔다. 노히트 노런보다 수십 배 어려운 것이 퍼펙트이다. 적어도 40배 이상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퍼펙트는 무안타 무실점뿐만 아니라, 실책, 볼넷, 힛바이 피치드 볼 등도 없어야 한다. 1이닝 당 3명씩 9이닝 동안 27명의 타자를 단 한차례도 진루시켜서는 안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지난 3일 디트로이트의 우완 아만도 갤러래가(28)가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의 홈경기에서 9회초 2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펼쳤다. 그리고 27번째 타자 제이슨 도널드를 1루 땅볼로 유도했고 자신이 1루 커버에 들어가 1루수 미겔 카브레라의 송구를 받았다. 분명히 아웃이라고 판단했으나 22년 심판 경력의 1루심 짐 조이스는 세이프를 선언해 안타로 기록됐다.
경기 후 조이스 심판은 ‘세이프라고 확신했는데 비디오로 재생해 보니 아웃이었다’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디트로이트의 짐 릴랜드 감독은 세이프가 나온 순간 덕아웃에서 뛰쳐나와 예상보다 순하게 항의를 하고 들어갔다. 그는 경기가 끝나자 다시 심판에게 찾아가 격렬하게 항의를 했다고 한다. 경기 중에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혹시 투수의 투구 리듬이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만도 갤러래가는 28번째 타자 트레버 크로를 3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경기를 마쳤다. 심판의 오심으로 인한 내야 안타로 퍼펙트, 노히트 노런 기록까지 다 날아가고 완봉승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고 자신의 소신을 말했다.
디트로이트는 당시 3-0으로 앞서고 있었다. 짐 릴랜드 감독은 혹시 1루 커버를 하다가 부상을 당했다면 모를까 갤러래가를 교체할 이유는 없었다.
짐 릴랜드 감독은 1944년생으로 올해 66세이다. 1997년 플로리다 말린스 감독 시절 케빈 브라운, 개리 셰필드, 롭 넨 등을 앞세워 단 한번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구식(舊式)’혹은 전통적인 스타일이라고 해서 ‘올드 스쿨’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두 살 위인 김성근 감독(68)과 공통점이 있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김성근 감독과 짐 릴랜드 감독 모두 선수를 엄격하게 대하면서 동시에 배려하고 아끼는 스타일이다.
다만 자신만의 감(感)과 방식은 다르다. 이번에는 대기록을 목전에서 날린 투수를 김성근 감독은 교체를 했고 짐 릴랜드 감독은 끝까지 갔다. 물론 점수 차이 등 여건은 분명히 달랐다는 것을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
/보경S&C㈜ 대표,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