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여름을 향해 치닫고 있다. 프로야구 열기도 각 팀들의 치열한 순위 경쟁만큼이나 뜨거워지고 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이나 TV로 시청하는 시청자들은 재미있는 게임이라며 즐길 수 있겠지만 필자는 갈 길이 먼 한국야구에 대한 아쉬움만 커져간다.
“왜?”냐고 의문을 던지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최근 경기당 스코어가 거의 핸드볼 수준에 가깝다는 것이다.

한국야구의 수준은 상당히 많이 높아졌다. 파워 있는 공격력, 현란한 주루플레이, 수비에서도 허슬플레이도 많이 나오고 있고 전체적으로 몇 단계는 올라온 것 같다. 하지만 투수들은 냉정하게 평가하고 싶다.
최근 들어 투수전 양상은 몇 경기 없을 정도로 보기 힘들고 난타전 양상의 경기가 주를 이룬다. 올해는 스트라이크 존을 넓혀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이것도 시즌 초반에만 투수에게 조금 유리한 듯 하더니 이내 존과는 무관하게 많은 투수들이 난타를 당하고 있다.
문제는 투수들의 제구력이다.
필자는 5월부터 일본 프로야구를 해설하고 있다.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일본 프로야구를 보다가 한국 프로야구를 보면 투수력에서 실력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뛰고 있는 김태균 선수도 같은 팀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조원우 코치에게 “제구력과 볼 끝이 한국하고는 차원이 달라요”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물론 일본에도 형편없는 투수들은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득점 장면을 보면 투수들의 볼은 한가운데 약간 높은 볼들이 많다. 유리한 볼카운트이건 불리한 볼카운트이건 간에 볼카운트는 의미가 없을 정도이다. 냉정하게 말해 제구력이 없다는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타자들은 파워도 많이 좋아 졌고 볼의 컨택 능력도 좋아졌다.(투수들이 제구가 안 좋아서 좋아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볼을 못 칠 타자는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투수들의 능력은 스피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제구력이 가장 우선 시 돼야 하는데 스피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위기 상황이든 유리한 상황이든 제구력이 있다면 대량실점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투수들이 난타를 당하게 되는 케이스를 몇 가지 들어 보겠다.
볼로 계속 이어지는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넣으려다 얻어맞는 경우, 코너워크가 이루어 지지 않아 그냥 포수의 한가운데만 던지다 얻어맞는 경우, 코너워크를 하지만 코스의 외각 보다는 가운데로 몰리는 경우, 그리고 실투.
이와 같은 경우들이 제구력과 관계되어 난타를 당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밥만 먹으면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왜 제구력이 없는 것일까?
투구폼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다든가 투구폼 자체가 안 좋은 경우와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 제구를 잡기에는 무리가 있다.
고교야구 선수는 물론 대학, 프로 선수들도 자신의 릴리스 포인트를 모르고 던지고 있으며 제대로 알고 던지는 투수는 몇 명 되지 않는다. 팬들이 봤을 때 제구력이 없다고 느끼는 투수는 100% 자신의 릴리스 포인트가 어디인지 모르는 선수일 것이다.
스피드는 타고나는 것이라면 제구력은 노력하는 만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지도자들도 스피드를 중요하게 여기기보다는 연습 때부터 제구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
투구폼의 밸런스를 잡든, 힘을 모으는 투구폼을 가르치든, 변화구 구종을 연마시키든 어떠한 투구연습을 시키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릴리스 포인트를 찾아주는 것이다. 또한, 지도자들이 아무리 그것을 가르쳐 주려고 해도 투수 자신이 느끼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것이기에 본인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얼마 전 류현진 선수가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의 대기록을 달성했고, 김광현 선수도 9회 2아웃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이들의 장점이 과연 스피드에만 있을까? 이들 역시도 난타를 당할 때는 제구력에 문제점을 보인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야구는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이 필요한 운동이며 특히 투수는 손끝의 감각을 발달시켜야 한다. 파워는 떨어질 수 있어도 기술은 변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투수는 컨트롤이 좋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스피드에 연연한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월드베이스 볼 클래식 준우승. 정말 훌륭한 성적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언제까지나 그날의 영광 속에 빠져 있을 수는 없다. 한국 야구는 더 발전해 나가야 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
조성민 XTM 해설위원
<사진>올 들어 제구력이 더욱 좋아진 류현진의 투구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