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표절 사기극에 패닉 상태된 가요계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0.06.26 08: 56

[OSEN=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또 다시 어처구니 없는 일이 가요계에 벌어졌다. 월드컵 16강 진출 소식 덕분에 ‘희대의 표절 사기극’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덜하기는 하지만 결코 다시금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회자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톱 여가수의 최근 앨범 수록 곡 중 상당수 노래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해외 유학파(?) 출신 작곡가가 국내에는 미처 소개되지 않은 외국 곡들을 도용한 사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녀의 앨범을 접한 수 많은 네티즌들은 끊임없이 표절 의혹을 제기하였고, 여가수는 후속 곡 활동도 하지 않고 다수의 표절 곡이 있다는 것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한 두 곡도 아닌 한 작곡가가 만들었다고 하는 여섯 곡이 의혹의 선상에 있었고, 일부 곡들은 이미 외국의 원곡 저작자들이 메일 등을 통해 ‘본인들의 곡을 베낀 것이 분명하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나머지 곡들 역시 확인 절차 이후 표절 여부가 분명히 가려진다고 한다.
올해 초 신인 록 그룹의 노래가 홍대 인디 음악계에서 활동하는 밴드의 곡과 흡사한 부분이 있어 표절 논란으로 현재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초유의 사태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터져 버렸다. 지난 일요일 여가수가 팬 카페를 통해 최근 발표한 앨범 일부 수록 곡의 표절 사실을 인정하며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 는 글을 올린 후 수많은 언론 매체에는 기사와 칼럼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여가수와 소속 회사뿐만 아니라 표절 작곡가가 몸담은 회사 역시 피해를 당한 당사자들이란 옹호의 글들도 있지만 반대로 일정 부분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사도 존재한다. 표절과 도용을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해당 작곡가는 사기죄로 형사 고소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미 위 상황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에 더 이상 필자는 그들의 시시비비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겠다.
문제를 일으킨 A씨를 몇 년 전 지인 가요 제작자들 통해 소개받은 적이 있었다. 한국의 명문대를 중퇴하고 영국과 독일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해외 유명 아티스트, 음반사들과 관련되어 일하고 있다는 지인의 설명이 이어졌다. 오랜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는 신인 음악가의 약력은 입에서 입으로 가요관계자들에게 전해 졌을 것이고, 학력을 마친 것을 증명하는 아무런 확인 절차도 없이 점차 명성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그가 곡을 제대로 만들고 작업하는 작곡가인가에 대한 의구심 역시 어느 누구도 제기하지 않았다. 실력은 제쳐두고 “좋은 학벌”을 가지면 무조건 우선시 하는 우리 사회의 폐해가 그에게는 탄탄대로를 가는 계기가 되었고, 이런 점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활용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일 지인으로부터 디지털 싱글 제작을 위해 그가 작곡해 줬다는 곡을 들었는데, 이미 잘 알려진 외국 노래와 너무도 유사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었다.
 
결국 그 제작자는 이의를 제기하고 그 곡을 발표하지 못했고 그 이후 A씨와의 관계가 소원해 졌다고 했다. 그러나, A씨는 이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가요계 최고 인기 여가수의 새 앨범에 여러 곡을 주기에 까지 이른 것이다. 표절 관련 기사가 인터넷을 장식한 후 지인에게 예전에 소개받았던 A씨가 바로 그 사람이냐고 연락을 취했다.
 
그 사람이라고 했다. 얼굴 조차 기억할 수 없지만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관련 종사자들과 교류를 하면서 자신을 철저히 숨기고 한국 대중 음악계 전체를 상대로 대범한 행각을 펼친 사람에게 응분의 조처가 취해져야 마땅하겠지만, 그에게 놀아 났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관련 당사자들 역시 커다란 과오에 깊이 반성해야 한다. 나 역시 그 당시 큰 목소리로 불의를 외치지 못한 내 자신이 창피스럽다.
논란이 불거진 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어떤 결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질 지 혼란스럽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가요 제작자들은 더욱 검증된 유명 작곡가들에게만 곡을 의뢰함으로써 참신하고 가능성 있는 신예 작곡가들의 등장을 가로 막을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이 밖에도 무수히 많은 가요계 병폐들이 거론되게 될 것이다.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 음악 시장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는 대한민국 가요계에 문화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러나, 곪을 대로 곪아 가요계 발전에 저해가 되고 있는 표절 시비와 같은 의혹들이 대형 사고로 터져서 뜨거운 이슈거리로 등장한 것은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양심 있는 창작자들의 작품만이 대중들로부터 진정한 사랑을 받는 풍토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며, 표절에 대한 엄격한 사람들이 뜻을 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는 것들에 대한 우리들의 무관심과 용인이 얼마나 커다란 악재로 돌아오는지를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감시와 남의 것을 도용한 사례에 대한 응분의 조처를 취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는 것에 많은 이제 모두가 차근차근 추스르면서 희대의 표절 사기극으로 패닉 상태에 놓인 가요계가 건강한 몸과 마음을 지닌 모습으로 회복되기를 바랄 뿐이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 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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