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에이스인 윤석민(24)의 실수에 대해 뒤늦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짚어 보고 넘어가고자 한다. 그의 행동이 옳은가, 그르냐를 속절없이 따지고자 함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윤석민 사태 이후 지난 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에 최대 위기가 찾아 왔다.
윤석민은 지난 6월1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전에 선발 등판해 3-2로 앞선 9회 말 1사1루에서 마운드를 넘겼는데 구원에 나선 손영민과 서재응이 역전을 허용해 승리를 날려 버렸다. 그러자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라커룸 문을 오른손으로 쳐 결국 6주간의 치료와 재활을 요하는 새끼 손가락 골절상을 당했다.
그후 언론에서는 계속 윤석민의 ‘자해(自害)’에 관한 기사들이 터져 나왔다. 처음에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필자는 ‘자해’라는 표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말 그대로 윤석민이 자해를 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자해’는 ‘스스로 자신의 몸을 해치는 행위’이다. ‘과실(過失)’로 자신의 몸을 해치게 된 행위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과실은 사회적 통념으로는 잘못, 실수, 허물 등을 말하는 것이다. 법률적으로는 어떤 사실(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주의로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심리상태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윤석민이 자신의 미니 홈피에 ‘경기가 다시 역전되는 순간 야구를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런 짓을 했나 봅니다.’라고 밝힌 것을 고려해보자.
그의 행동은 ‘자해’인가, ‘과실’인가? ‘야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야구 생명줄과도 같은 오른손으로 주먹질을 했다면 ‘자해’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정말 너무 안됩니다. 이길 수가 없습니다. 별 짓을 다해보고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도 안됩니다. 이제 많이 지쳤나 봅니다’라는 윤석민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저지른 행동이어서 ‘과실’이 분명하다.
윤석민은 이제 24세로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고 나갈 투수이다. 이번 사태로 큰 교훈을 얻었을 것이기에 더 큰 성장을 위한 시련(試鍊)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윤석민의 주먹질만 워낙 크게 부각된 나머지 아주 중요한 사실이 간과됐다. KIA는 지난해 활약했던 마무리 유동훈의 부진으로 장기 페넌트레이스에서 위험한 투수 기용을 했다는 점이다.
이번 SK 전에서도 KIA는 선발 요원인 서재응을 마무리로 마운드에 올렸다가 실패했다. 윤석민도 5월8일 LG 전에서 역시 마무리를 맡았다. 날씨나 여러 고려 요소가 있다 하더라고 위험한 변칙임이 분명하다.
오래 전 김병현이 애리조나의 마무리를 맡아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을 때 결정적인 홈런으로 흔들리자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 랜디 존슨이 마무리로 나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선발을 그렇게 쓰는 방식은 단기전에 모든 투수력을 쏟아 부을 때 사용하는 것이다.
윤석민의 투구 수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SK 전 교체 때까지 그는 132개의 투구 수를 기록했다. KIA 벤치가 왜 좀 더 빠르게 그를 교체하고 굳히기 수순을 밟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그는 홈피에 ‘나에게는 몸 관리라는 단어는 없어졌다. 좋지도 않은 어깨로 130개씩 몇 게임 던졌다’고 밝혔다. 투수에 대한 관리는 본인도 중요하지만 코칭스태프에 주어진 임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윤석민에게는 마치 본인이 알아서 하라고 했던 것처럼 느껴진다.
KIA의 경우 외국인 용병 투수 로페즈, 서재응 등이 덕아웃에서 동료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해 팀 분위기에 문제가 있음을 일찌감치 노출시켰다.
물론 윤석민은 조범현 감독의 지적대로 책임감 없는 행동을 했고 순간적인 충동을 자제하지 못해 얼마나 큰 피해가 왔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구단 프런트와 감독 코칭스태프의 책임과 의무도 존재한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보경S&C㈜ 대표,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