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조동화와 조동찬의 ‘따로 또 같이’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0.07.07 09: 05

남이 아닌 형제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마음 든든한 일일 것이다. 그것이 몸으로 부대끼며 이겨내야 하는 운동이라면 더더욱 서로의 존재가 힘이 될 수 있을 터.
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유난히 축구동반자로서의 형제들 이야기가 세인의 주목을 끌었다. 월드컵 사상 최초로 3형제가 한 나라의 국가대표로 나란히 출전(온두라스)한 것을 비롯, 가나의 케빈 프린스 보아텡과 독일의 제롬 보아텡은 이복 형제로서 조별 예선전에서 서로 맞대결을 펼친 것이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웃나라 일본프로야구에서도 형제선수들의 출장에 얽힌 이채로운 기록이 하나 만들어졌다. 한 경기에서 형제선수 두 쌍(4명)이 동반 출장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신과 주니치전으로 주니치의 도노우에 형제가 7번(2루수)과 9번(좌익수) 타순에, 또 한 쌍의 아라이 형제는 팀을 갈라 주니치와 한신의 4번 타순(1루수, 3루수)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안으로 눈을 돌려, 우리나라 프로야구 역사 속의 형제선수들은 누가 누가 있었을까?
내년이면 출범 30년을 맞게 되는 한국프로야구도 그간 숱한 형제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저마다의 발자취를 남기고 사라져갔다.
그 중에서도 팬들에게도 인지도가 비교적 높았던 형제선수들을 꼽아보면 구천서-구재서(OB), 양승관-양후승(삼미-청보), 김상기-김동기(삼미-청보), 정명원-정학원(태평양-쌍방울), 구대진-구대성(쌍방울-한화), 지화동-지화선(한화), 윤형배-윤동배(롯데), 정수근-정수성(OB-현대) 등이 눈에 들어온다.
거명된 이들 외에도 알게 모르게 형제선수들이 나란히 프로를 다녀간 사례는 상당히 많다.
그러나 바늘가는데 실간다고 한데 묶여 잘 알려진 형제선수들이라 해도 대개는 어느 한쪽이 두드러지거나 양쪽 다 뚜렷한 흔적을 남기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야구기록적인 면에서 비슷한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형제선수가 요즘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조동화(형, SK)-조동찬(동생, 삼성) 형제다.
지난 6월 30일 늦은 밤, 둘은 비슷한 시간대에 함께 대형사고(?)를 쳤다.
형은 광주 KIA전 연장 11회초 2사 만루에서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동생은 대구 롯데전 9회말 2사 후 끝내기 홈런을 터뜨려 팀을 각각 4연승과 7연승가도에 올려놓았다. 이미 조동화는 지난 5월 2일 문학 LG전 9회말에 SK의 15연승을 확정짓는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던 터라 형제가 같은 해에 끝내기 홈런을 아로새기는 기연도 덤으로 따라왔다.
둘의 진기록 인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8월 27일 SK와 삼성이 맞붙은 문학경기에서는 형제가 한 경기에서 모두 견제사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조동화는 1회말 번트안타로 출루한 후, 2사 1루 상황에서 삼성 바르가스의 견제에 걸려 아웃 되었고, 돌아선 2회초에는 볼넷으로 출루했던 조동찬이 1사 1루에서 엄정욱의 견제구에 역시 횡사하고 만 일이다. 같은 날 형제가, 똑같이 1루에서, 똑같은 모양의 견제사를 당한 일은 정말 두고두고 남을 진기록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형인 조동화(29)가 동생인 조동찬(27)보다 두 살 더 많지만 두 선수의 프로입단은 1년 차이다. 조동화는 2001년, 조동찬은 2002년 각각 SK와 삼성 구단에 입단했다.
두 선수의 기록은 초라한 데뷔전부터가 비슷하다. 조동화는 경기도중 중견수로 교체 출장해 1타수 무안타(2001년 6월 15일 문학), 조동찬은 대주자로 나와 1득점(2002년 9월 10일 대구)을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입단 이후 2년간, 이렇다 할 활약 없이 두 선수는 모두 1군 경기에 출장할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신세였다. 그나마 대수비나 대주자로 나와 큰 물에서 팔을 휘둘러 본 경기수는 고작 연평균 10경기를 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 3번째 시즌을 맞이해 둘은 야수다운 야수로서의 변모를 시작했다. 100경기 이상 출장, 70개 이상의 안타(74-76)를 때려내며 팬들에게 비로소 그들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수녀간의 선수생활들 통해 두 선수가 쌓아 올린 시즌기록이나 통산기록들 중에서 주목을 끌만큼 대단한 구석은 찾기 힘들다. 시즌 별 공격 각 부문 10걸에 이름을 올렸던 기억은 둘 다 도루 10걸에서 5위(조동화, 2007년)와 7위(조동찬, 2006년)를 한번씩 기록했던 것이 전부다. 그렇지만 이들에게는 다른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팀 우승 기록이 별처럼 주렁주렁 달려있다.
우승경험은 아우가 먼저였다. 삼성 소속이었던 조동찬은 2002, 2005~2006년에 걸쳐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고, 형 조동화(SK)는 2007~2008년에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집안으로 치자면 2005년부터 한국시리즈 4연패를 이뤄낸 꼴이다. 한국시리즈 진출로 기준을 넓히면 2004년(삼성 준우승, 조동찬)부터 2009년(SK 준우승, 조동화)까지 무려 6년 연속이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는 형제가 한국시리즈에서 정면으로 맞붙은 적이 없다. SK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던 2007년과 2008년에 조동찬의 소속팀 삼성이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한화와 두산의 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는 바람에 형제의 맞대결은 성사될 수 없었다.
SK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는 지금, 2010 한국시리즈에서는 형제간의 불꽃 튀는 자존심 대결을 볼 수 있게 될런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직행이 확실시되는 SK보다는 조동찬의 삼성이 키를 쥐고 있는 형국이다.
형이 때린 3루쪽 파울플라이 타구를 불펜과 담장의 장애물도 아랑곳없이 몸을 던져 잡아내는 조동찬, 그에 맞서 동생의 잘 맞은 외야 깊숙한 타구를 죽어라 쫓아가 잡아내는 조동화의 허슬 플레이가 야구장의 무더위를 씻어 내리고 있는 요즘이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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