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형제들’ , 애드립형 예능 부활의 신호탄?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0.07.20 09: 10

[최영균의 인사이더] MBC ‘일밤’의 ‘뜨거운 형제들’(이하 ‘뜨형’)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첫 방송을 시작한 후 아이템에 따라 다소 온탕과 냉탕을 오고 가기는 했지만 부진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하던 ‘일밤’에 희망과 기대를 제공할 만큼 적지 않은 반응을 이끌어내던 ‘뜨형’은 18일 ‘아바타 조종사 선발대회’ 편에서 전환점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듯 보인다.
실제 시청률은 낮았지만 각종 연예 게시판에 이날 방송분 관련 ‘플짤’이 급증했고 댓글도 폭발적이었다.

 
이런 경우 곧바로 시청률과 연결은 안 되더라도 이날의 집중된 관심을 밑거름으로 시일이 지나면 시청률도 상승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관심을 가져볼 상황이 됐다. ‘뜨형’은 이날 방송분으로 최소한 ‘일밤’이 기사회생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 느낌마저 든다.
‘뜨형’을 주목 받게 만든 ‘아바타 소개팅’ 아이템은 전적으로 애드립에 의존한 예능이다. ‘뜨형’에는 한국 예능계에 애드립에 있어서는 최고라 할 수 있는 탁재훈, 박명수가 포진해 있다. 여기에 김구라도 짓궃은 특화된(?) 애드립에 있어서는 탁재훈 박명수 못지 않은 능력자다.
한국 예능계가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에 접어든 이후 애드립을 주 골격으로 끌어가는 예능은 만나기 힘들었다. 애드립은 리얼을 구성하는데 부가적인 요소일 뿐 그 자체로 프로그램의 존립 근거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 예능에서 애드립 예능이 왕좌를 차지했던 시기도 있었다. 탁재훈이 예능왕으로 등극하는 계기가 됐던 ‘상상플러스’가 그렇다. ‘상상플러스’는 MC 노현정을 비롯한 이휘재 신정환 등 다른 출연자의 기여도 있었지만 전적으로 탁재훈의 애드립에 기반한 웃음 코드가 프로그램의 원동력이었다.
애드립형 예능의 특징은 양면성에 있다. 웃음의 강도는 다른 형태의 예능에 비해 가장 강하다. 애드립이 잘 될 경우 큰 웃음이 많이 나와 시청자 흡인력이 세다. 반면 애드립 개그는 탁재훈처럼 발군의 애드립 기량을 갖고 있는 진행자가 있어도 둘러싼 상황이 못 따라주면 힘이 급격히 떨어진다. 한, 두 개 강렬한 애드립을 터트려도 고조된 분위기가 지속되지 않는다.
주변 상황의 대부분은 함께하는 출연자다. 진행자가 던진 애드립을 다른 출연자가 말로든 행동으로든 잘 받아내야 한다. ‘상상플러스’의 경우 탁재훈의 애드립은 노현정이라는 천상의 개그 궁합 지수를 갖고 있던 MC가 있어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노현정은 진지한 엉뚱함으로 탁재훈이 연달아 강력한 애드립을 구사할 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 냈다.
‘상상플러스’가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시점이 노현정 하차 이후임은 분명하다. ‘뜨형’의 아바타 조종사 선발대회가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도 이날의 특별 출연자들 덕분이다. 고영욱과 서지석이 탁재훈과 박명수의 애드립에 대한 리액션을 잘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애드립은 언제나 ‘2단 콤보’가 돼야 웃음이 제대로 유발된다. 이래야 애드립-리액션-애드립으로 계속 이어지고 상승된다.
그래서 18일 방송분이 근래 보기 드물게 강렬했지만 아쉬움도 존재했다. 조종사의 애드립과 ‘아바타’들의 리액션까지는 전반적으로 훌륭했는데 종종 소개팅 상대들의 3차 리액션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 만약 이들의 반응까지 좋았을 경우 ‘3단 콤보’로 애드립 예능의 진정한 본보기를 더욱 완벽하게 보여줄 수 있었을 듯하다.
과거 ‘상상플러스’에서도 탁재훈의 애드립과 노현정의 리액션이 좋은 상황일 경우 이휘재나 신정환의 3차 리액션이 가세되면서 시청자들을 쓰러지게 만든 사례가 많았다. 물론 소개팅 상대들은 일반인이거나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연예계 지망생들이라 이런 부분까지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말이다.
어찌 됐든 하나의 전환점을 맞은 ‘뜨형’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 지는 많이 궁금하다. 이번 아바타 조종사 선발대회가 남긴 성과를 계속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지, 아니면 불안정한 애드립형 예능에 올인하지 않고 새로운 또 다른 포맷을 개발해낼지 궁금증이 커진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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