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인사이드 베이스볼]박찬호, 한국프로야구 데뷔 결단을 내릴 때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0.08.02 07: 30

박찬호(37)가 뉴욕 양키스가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원정 경기를 위해 플로리다주 세인트 피터스버그에 머물 때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사실상 방출 통보를 받았다. ‘웨이버가 아닌 선수’(non-waiver) 트레이드 마감 마지막 날인 현지 시간 7월31일이었다. Mlb.com의 브라이언 하츠 기자가 현장에서 전한 보도에 따르면 ‘박찬호는 조용히 인사(good byes)를 한 뒤 백(bag)을 꾸려 클럽하우스를 떠났다’고 한다.
1994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해 텍사스, 샌디에이고, 뉴욕 메츠, 휴스턴(마이너리그), 필라델피아를 거쳐 올시즌 뉴욕 양키스까지,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데뷔 17년 동안 자신의 7번째 소속 팀과 결별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27경기에 등판, 35⅓이닝을 던졌고, 40피안타, 2승1패, 평균자책점 5.60을 기록했다.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해서도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122승 투수의 침착함을 잃지 않고 브라이언 하츠 기자와 인터뷰를 한 모양이다. 양키스 홈 페이지에 게재된 기사를 보면 곳곳에 팀에서 방출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 있었으나 ‘(구단의 결정을) 이해한다. 나는 이제 다음 단계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시점에서 우리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박찬호의 ‘다음 단계(the next step)’이다. 그는 우선 ‘계속 투구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오래 해온 일(Hopefully, I can keep pitching. It’s been a long time)’이라고 말했다. 은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다. 투수로서 현재 박찬호가 유지하고 있는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현역 생활을 더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뉴욕 양키스에서 박찬호의 마지막 등판이 된 7월30일 클리블랜드전에서 9회 추신수를 볼카운트 2-2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을 때 그의 패스트볼 구속은 시속 150km 이상이었다. 스피드건에 따라 94마일, 93마일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94마일은 151km, 93마일은 150km에 가깝다. 양키스의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GM)도 ‘(투수로서의) 능력(ability)과 구위(stuff)는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양키스와는 조화를 이루지 못했을 뿐이다. 다른 팀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런데 현재의 분위기라면 박찬호가 주어진 10일 동안 트레이드 되거나 웨이버 지명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후 그는 자유계약선수(FA)로 시장에 나올 것이 분명하다. FA가 되면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
LA 다저스, 텍사스, 샌디에이고 등을 거치며 메이저리그 현장에서 10년 동안 그를 동행 취재한 필자는 ‘박찬호가 어떤 형태로든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를 정리하고 내년 시즌 한국프로야구에 데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박찬호는 인터뷰에서 ‘이번이 내 경력의 마지막이라면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기 전에 양키스를 경험한 것이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월드시리즈까지 함께 갔던 전 소속팀 필라델피아의 1년 300만 달러 제안을 거절했고, 자신이 간절히 원한 선발 기회를 주겠다는 시카고 컵스도 사양한 뒤 올 시즌 개막 직전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월드시리즈 2연패를 노리는 양키스에서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밀려나 마지막 목표인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와도 첫 인연을 맺지 못하게 됐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하나 더 넘어야 할 목표도 남아 있다.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출신 투수 메이저리그 최다승 기록인 123승이다. 박찬호는 올시즌 4월8일 보스턴전, 7월19일 탬파베이전에서 구원 승리를 따내 122승을 기록하고 있다. 타이까지 1승, 신기록까지 2승을 남겨뒀다. 그러나 지금처럼 불펜투수로 새 팀으로 간다면 승수의 의미는 크게 떨어진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 총재는 최근 ‘박찬호와 이승엽이 돌아와 한국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로서는 두 선수 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러나 있다면 박찬호 쪽이 크다. 그는 이미 어떤 형태로는 선수 생활의 마지막은 한국에서 마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나타낸 바 있다. 한국 국가대표를 은퇴하는 기자회견을 할 때 눈물을 쏟은 그를 볼 때 한국야구 발전은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를 지닌 박찬호의 한국프로야구 데뷔의 명분이 될 것이다.
박찬호는 인터뷰 말미에 “내가 2년 정도 더 할 수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어쩌면 그 보다 더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 기간을 메이저리그나 혹은 일본에서 보낸다면 한국야구 발전에 기여할 기회는 사라진다.
필자는 박찬호가 한국프로야구에 오면 선발로 10승 이상을 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근거는 아직 그의 체력이 대단하고, 또 150km 이상 나오는 그의 패스트볼 스피드와 컷 패스트볼, 포심과 서클 체인지업, 파워 커브 등을 쉽게 공략할 타자가 한국프로야구에 적다는 것이다.
박찬호는 ‘산은 푸르고 물은 흘러간다(靑山流水)’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미련을 접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
 
/보경S&C㈜ 대표,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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