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DOC 노래는 가사가 들리는 이유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0.08.02 08: 43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6년 만의 새 앨범 7집 수록곡이 ‘멀티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타이틀곡 ‘나 이런 사람이야’는 이미 음원 차트 1위 ‘올킬’을 달성했고 차트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더블 타이틀곡 ‘Together’와 ‘부치지 못한 편지’ ‘오늘밤’까지 대개의 차트 톱 10에 함께 올라와 있다.
이런 반응은 몇 년 전부터 아이돌 중심의 가요계가 된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까지 할 만하다. 15년 차 이상의 고참 가수들이 음원 차트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미 살아있는 전설이 돼 버린 이 ‘아저씨 그룹’은 마치 톱 아이돌 그룹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 차트를 휩쓸고 있다.
DJ DOC의 이런 성공에서는 여러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실력 있는 고참 뮤지션들이 가요 소비 시장을 이끌고 있는 주류 대중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가요계의 변두리로 밀려가 있던 다른 좋은 고참 가수들의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특히 큰 의미가 있다.

나아가 극도의 아이돌 가수 중심 구조로 돼 있는 가요계의 편협성을 다소 해소하는데 기여했다고도 볼 수 있다. DJ DOC 자신들에게는 앞으로 20년, 25년 댄스 장르로, 멤버가 함께 활동하는 가요계에 전무후무한 그룹이 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번 DJ DOC에게 쏟아지는 뜨거운 반응에는 좀 색다른 측면이 있다. 각 음원 사이트 및 가요, 연예 관련 게시판에서 이들과 관련된 글들을 보면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말이 “하고자 하는 얘기가 들리는 노래라 좋다”인 것 같다.
DJ DOC의 이번 음반 수록곡들을 듣다 보면 최근에 트렌드가 된 아이돌 가수나 힙합 가수의 곡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있다. 랩과 가사가 거의 명확히 들린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정확히 전달된다는 것이다. 최근의 아이돌, 힙합 가수들의 가사나 랩에는 외래어가 많이 섞여 있다.
특히 아이돌 가수의 곡에는 우리말과 외국어를 단어 차원에서 섞어서 의미가 아리송해진 ‘외계어’ 가사가 많다. 이런 스타일의 작사 방법을 하나의 스타일로 인정하고 굳이 비난할 일은 아니지만 정확한 우리말, 가사의 의미가 하나의 완성체로 담겨 있는 노래들을 듣고 자란 20대 중, 후반 이후의 대중들에게는 DJ DOC의 ‘들리는 가사와 랩’이 엄청나게 반가웠던 모양이다.
DJ DOC는 노래에 추임새로 ‘Everbody’ ‘Shake it’처럼 영어를 쓰는 일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가사를 우리말로, 이야기를 확실히 담아 쓴다. 과거에도 그랬고 이번 음반에도 그랬다. DJ DOC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대중들과 교감하려면 최근 유행하는 아이돌 스타일의 음악도 해야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그런 음악도 실제로 만들어 봤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스타일로 평가를 받기로 마음을 다잡았고 특히 “가사나 랩도 해온 대로,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우리들이 가장 잘 아는 우리말로 잘 전달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했다. 이런 고집과 뚝심이 그 동안 ‘이야기가 잘 전달되는 노래’에 목말라 있던 대중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 DJ DOC의 이런 뚝심은 역사가 좀 더 길다. 과거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힙합 진영에 교포 출신의 해외파 래퍼들이 등장하던 시점에 DJ DOC의 음악은 일부 힙합 팬과 가요계 관계자들로부터 다소 평가 절하되던 분위기가 있었다. 본토 발음에, 화려한 영어 가사를 구사하는 가수들을 좀더 높게 평가하는 사대주의 풍토가 은근히 깔려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DJ DOC는 그럴 때도 자신들의 스타일을 지키면서 서양 음악적인 요소를 갖다 쓰기는 하지만 한국적인 색깔이 뚜렷한 자신들만의 음악을 고수했다. 이후 DJ DOC의 음악적 가치는 좀더 시간이 지나자 정당한 평가를 받았고 현재는 대중이나 가요계 관계자들로부터 확실한 음악적 색깔을 지닌 뮤지션으로 존중 받고 있다.
30대도 40대도 노래방에 가면 입에 잘 붙지도 않는 가사의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뭔가 고루해 보이는 세상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가사의 내용을 음미할 수 있는 노래, 가사를 따로 외우지 않아도 머리에 깊게 남는 노래에 대한 그리움이 대중들 내면에는 상당히 깊게 깔려 있던 듯하고 DJ DOC는 이를 모처럼 제대로 달래준 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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