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일요일 심야 시간대에 MBC에서 방송되는 ‘언더커버보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미국 CBS에서 방송됐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수입, 방송하는 것으로 미국의 대기업 CEO가 평사원으로 신분을 감추고 현장에 잠입해 회사 운영의 하부 조직 실상을 파악하는 프로그램이다. ‘왕자와 거지’ ‘신데렐라’ 등의 보편적인 이야기 구조를 현대 사회의 삶의 터전 중 하나인 기업에 적용해 재미와 감동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딱딱한 기업 이야기이지만 박명수의 경쾌한 내레이션도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하고 소재 자체도 관심이 가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일단 리얼리티에 있어서는 의심이 가는 구조라 다큐멘터리의 본질적인 매력인 현실감은 다소 부족한 단점이 있다.

신입사원으로 CEO가 신분을 감추고 잠입해 촬영을 한다고는 하는데 기존 직원들이 이 CEO를 신입사원으로 속아서 여긴다고 하더라도 카메라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회사에 대한 불만이나 문제점을 말하는 모습은 사실감이 크게 떨어진다. 회사의 상사들이 분명 방송을 보게 될텐데 잘못하면 해고의 빌미가 될 수도 있는 말을 방송에 대고 공개적으로 한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리얼리티의 부족은 몰입을 방해하지만 그렇다고 장점을 찾을 수 없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소재 자체가 현대사회를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아이템이고 가짜 신입사원에서 실제 신분으로 복귀한 CEO가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은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신화적인 구조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충분히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물론 이런 일시적인 해결은 무의미하다는 평가가 제기될 수 있다. 돌아온 CEO는 어려움을 겪는 직원을 자신이 지닌 힘으로 개인적으로 도와주기도 하고 현장에서 파악한 회사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보기에는 감동적이지만 이런 사적 구제나 일시적 조치보다는 지속적으로 회사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이 더 근본적인 처방이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언더커버보스’의 마무리는 바람직하지 않게 여겨질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근본적 해결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제시하지 못한다고 해서 프로그램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닐 듯하다. 사실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라는 ‘인본주의적 경영’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그램은 등장하는 회사들로 하여금 원래 건립 이념이 인본주의적이었든 아니든 프로그램 내내 직원의 가치를, 회사가 지위를 막론하고 함께 일하는 모든 직원이 주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가 깨닫게 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수치와 효율만이 회사의 모든 결정을 지배하는 첨단화된 현대 경영 환경에서 직원의 행복이 회사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방송 의도는 두가지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낸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회사들이 ‘인간 경영’을 최소한 함부로 버리기 힘들게 방송을 통해 못을 박는다. 방송 후에는 냉혹한 경제 논리에 따라 다시 원점회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방송으로 인해 공식화한 일을 과거로의 복귀를 손쉽게 하긴 힘들게 만드는 효과가 적어도 있다고 본다. 나아가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인간 경영’의 가치를 환기시키는 부수적 효과도 발생한다.
‘언더커버보스’는 아쉬운 점도 상당하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체험!삶의 현장’이나 ‘성공시대’같은 사업자 위주의 개인적이고 일방적인 홍보 다큐멘터리를 벗어나 기업과 직원의 상생 관계를 고민하게 만들면서도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될만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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