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4일 ‘무한도전’(이하 무도)의 레슬링 특집이 또 한 번 감동을 전했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어쩌다 있는 감동에도 관심이 모아지지만 사실 무도에게는 감동이 새삼스런 일이 아닐 지도 모른다. 몇 회 걸러 한 번씩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휴머니즘(을 잊지 않는) 예능’이 바로 무도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 레슬링 특집의 감동은 이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차원을 갖고 있어 흥미롭다. 무도는 소재나 주제, 방송 제작 기법 등에서 끊임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왔는데 이제는 전해주는 감동에서까지 단계를 달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전에는 이번 레슬링 특집과 같은 연간 또는 장기 프로젝트에서 무도는 멤버들이 고생하고 어떤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 자체를 통해 감동을 전했었다. 하지만 이번 레슬링 특집은 앞서와 유사한 부분도 있지만 멤버들과 김태호 PD를 위시한 제작진의 마음가짐을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어하는 점이 존재했고 그 진심이 전해지는 순간 다시 커다란 감동이 일어났다.
무도가 전하려는 진심은 ‘웃음과 감동이 함께 하는 예능’ ‘전력을 다해 마음을 움직이는 예능(인)’으로 남겠다는 다짐이다. 이는 4일 레슬링 특집 속의 여러 장치에 의해 드러난다. 공연하는 싸이의 ‘연예인’이라는 노래의 가사와 교차 편집되는 정형돈의 고통, 정준하와 정형돈의 빛 바랜 입장 장면, 그리고 배경 음악으로 깔린 U2의 ‘With or without you’ 등이 모여 의미를 만들어 낸다.
앞서 언급한 두 다짐은 특별하지 않은 듯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무도가 이런 다짐을 하는 것은 의미가 좀 달라진다. 한국 예능의 트렌드를 만들어낸 선지적인 프로그램이지만 장수 프로그램으로 접어 들고 시청률이 최고일 때에 비해 다소 하향 안정화되자 찬사 못지 않게 시비에도 시달리는 무도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놓은 대답이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몇 프로 떨어지면 날라오는 ‘위기’ 딱지, 새로운 시도들을 깔아 놓아도 큰 틀만 보고 내려지는 ’식상’이라는 속단, ‘예능이면 좀 웃기기만 해라’라는 안티성 댓글 등에 대한 무도의 대답인 것이다. 그리고 그 대답에는 ‘진정한 웃음은 감동이 함께 하는 것’이라는 고집과 ‘남김없이 온 힘을 쏟으면 어떤 상황에서든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웃음과 감동을 함께 추구하는 것은 ‘휴머니즘 예능’ 무도로서는 당연한 일이자 희극의 본질을 아는 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일이다. ‘페이소스가 있는 웃음’을 왜 예능인들이 최고의 가치로 언급하는지를 봐도 알 수 있다.
전력을 다하는 ‘진정성’에 대한 믿음은 어찌 보면 순진하고 비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무도는 정공법을,, 옳다고 믿는 가치는 우직하게 추구하려는 마음가짐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음을 이번 레슬링 특집으로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사실 이번 레슬링 특집처럼 무도가 열혈팬들에게 조차 걱정의 소리를 들어야 했던 경우는 없었던듯하다. 멤버들의 부상과 몸 상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시끄러웠지만 4일 방송 이후 팬들은 걱정을 마음 속으로만 옮겨 담은 듯 보인다. 멤버들의 전력을 다하는 모습의 진정성에 압도돼 걱정하는 마음은 있지만 입이 다물어진 것이다.
아마도 무도는 앞으로도 고난이도의, 멤버들의 상태가 걱정되는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력을 다하는 진정성이 있으면 프로그램이 몇 년이 됐든, 시청률이 얼마가 나오든, 시비가 있던 없던 시청자의 마음을 웃음과 감동으로 진실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청자의 마음을 진정으로 움직이고 싶다는 예능인으로서의 순수한 욕구에 또 다시 몸을 던질 것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에게 있어 무모한 도전은 숙명이다. 예능 프로그램에 숙명이 있다니.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