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코치와 고교야구 감독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한화 보다는 전신 빙그레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기억이 야구팬들에게 더 선명하게 남아 있는 이정훈 북일고 감독을 4일 ‘KBS 초청 고교야구 최강전’이 열린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만났다. 필자와는 아마 10년 여 만에 보는 것 같다. 한국프로야구에서 ‘근성’의 대명사로 불리던 그는 1963년생으로 47세가 됐다. 전체적으로 이른바 ‘나이 살’이 붙어서인지 만만치 않은 관록이 느껴졌다. 10kg이 늘었다고 했다.
이정훈 감독은 프로에서 정확하게 10년 동안 코치를 했다. 1군에도 있었고 2군 생활도 했다. 그러다가 자신이 성장한 한화와의 인연으로 연고 고교 팀인 북일고 감독을 맡아 올해가 2년째이다. 이정훈 감독은 사령탑에 취임할 당시 침체에 빠져있던 북일고를 지난해 봉황대기, 그리고 금년에는 무등기 우승으로 이끌었다. 무등기 우승팀으로서 금년 고교야구 8개 전국대회 우승팀들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것이다.

필자는 이정훈감독에게 고교 감독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고 있던 것을 질문했다. 최근 모 고교 감독으로부터 ‘고교 감독은 앞 뒤에서 치여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정훈 감독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고교 감독은 해야 할 일이 정말 다양하고 많다. 선수들을 열심히 가르쳐 실력을 키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만 하라면 잠도 안 자고 24시간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외에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있다”고 밝혔다.
첫 번째가 졸업을 앞둔 선수들의 진로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이정훈 감독은 “프로에 지명 받지 못하거나 대학을 못 보내면 사실상 선수 생명이 끝나는 것이다. 그런데 야구만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성장하면서 오로지 야구에 인생의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에 자칫 잘못되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감독으로서 선수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큰 일 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야구 훈련, 인생 교육에 때로는 성교육까지 시켜야 한다”며 웃었다.
그래도 보람은 크다고 했다. 그는 “고교 선수들은 너무도 순수하다. 열심히 물을 주면 그 이상으로 쑥쑥 큰다. 북일고 감독이 된 이후 자정을 넘겨 새벽 1시 전에 잠 든 적이 없다. 북일고 구장은 조명시설이 돼 있어 야간 훈련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화그룹의 지원으로 최고의 여건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는 이정훈 감독은 많은 고교 팀들의 어려운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정부의 지원으로 교육청 차원에서 감독과 코치 1명의 월급을 지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지도자의 월급을 학부모가 감당할 경우 자칫 학부모의 입김에 휘둘려 소신을 펼치기 어렵고 말썽의 소지도 커진다는 것이다.
북일고는 여러 가지 면에서 고교야구계에서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중학교를 졸업하는 선수가 선호하는 야구팀이다. 그렇다면 열악한 팀에서는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최근 만난 모 교교 감독은 “이제는 중학교 선수도 뛰어난 경우에는 스카우트 비를 지불하고 데려와야 한다. 그런데 동문들의 지원을 받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학교 지원이 좋은 팀들에 필요한 선수를 빼앗기면 팀 성적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그래서 정신적 경제적으로 모두 많은 고통을 받는 것이 고교 감독들의 애환이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정훈 감독은 프로야구 코치와 고교 감독들의 차이점을 이렇게 얘기했다. “프로 코치의 경우 2군에는 기량 향상이 필요한 선수들이 있기는 해도 기본적으로는 프로에 지명될 정도로는 다듬어져 있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고교 선수들은 실제로 지도해보니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 특히 고교 선수들은 감독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게 된다”며 고교 감독의 책임과 중요성을 강조했다.
KBS 초청 고교야구 최강전에 참가한 8개 팀 감독 가운데 프로 출신이 아닌 감독은 단 한 명도 없다. 광주 제일고 김선섭 감독은 SK와 LG, 휘문고 전형도 감독은 두산, 경남고 이종운 감독과 부산고 김민호 감독은 롯데, 상원고 박영진 감독은 삼성, 대구고 박태호 감독도 롯데, 제물포고 가내영 감독은 태평양에서 활약했다. 프로 출신 감독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고교야구는 2011년부터 주말리그제를 도입해 전인교육을 추구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보경S&C 대표,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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