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스위치', 짝짓기를 가장한 공감 토크쇼?
[OSEN=정덕현의 따뜻한 현장] 이들에게서 내숭이란 찾아보기 어렵다. 마음에 들면 "정말 딱이거든요"가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오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람둥이 같아요" 혹은 "스타일이 너무 구려요" 같은 듣는 사람이 불편할 정도의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 콧수염을 기른 남자가 나오자, 한 여성 출연자는 "키스할 때 따가울 거 같아요"라는 거침없는 말이 쏟아져 나온다. 한편 남성 출연자와 여성 출연자들 옆자리에 서 있는 신동엽과 이경규는 이들의 진솔한 대화를 복기하거나 재치있게 뒤집으면서 끊임없이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특히 30명의 여성 출연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이야기를 쥐었다 폈다 하는 신동엽의 존재감은 도드라져 보인다. 그는 특유의 깐족 멘트를 던져서, 남성 출연자를 난감하게 만든 여성 출연자를 공격하기도 하고, 때론 여성 출연자의 입장에 공감하며 남성 출연자에게 위트 있는 뒷말을 남기기도 한다. "아니요. 부드러워요."하고 자신의 콧수염이 따가울 거라는 한 여성 출연자의 말을 극구 부인하는 남성 출연자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잡아 채, "부드럽지만 왠지 겨드랑이에 키스하는 듯한 기분." 하고 멘트를 던지는 식이다.
출연자 30명의 여성들을 쥐락펴락하며 끊임없이 빵빵 터지는 멘트를 날리는 신동엽의 존재감은 같이 MC를 맡고 있는 이경규가 인정할 정도. 이경규는 "이 프로그램이 중심은 신동엽"이라며 "이 프로그램만큼 신동엽과 잘 맞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동엽 특유의 깐족 토크는 그 대상이 몇몇 사람들에게 국한될 때는 자칫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처럼 30명이나 되는 인원에 분산되다보니 오히려 더 편안하게 빛나는 경향이 있다. 어찌 보면 '러브 스위치'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바로 신동엽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 30명이나 되는 여성 출연자들을 일일이 대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경규는 이들과 사전에 어떠한 교류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그렇게 미리 만나면 마치 짜놓은 듯한 느낌을 만들 수 있어 현장감이 살지 않기 때문"이란다. 이것은 왜 이 프로그램이 그토록 실감나게 보이는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 처음 만나는 느낌은 그만큼 자연스러운 리액션과 질문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사전 만남을 피하는 태도가 가져오는 장점은 그들의 눈높이가 기본적으로 시청자들과 맞춰진다는 점이다. 그들은 시청자들이 처음 프로그램을 통해 보는 인물들에게 느낄 궁금증을 똑같이 갖고 질문을 던지며, 그들의 답변에 대해 느낄 시청자들의 반응을 똑같이 느끼면서 멘트를 던진다. 이것은 이 프로그램이 해외에서 판권을 사온 프로그램이면서도 온전히 이경규, 신동엽 식으로 재해석되었다는 느낌을 만들어낸다. 해외판은 MC가 1명이지만 우리는 2MC이고, 이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고 때로는 약간의 대결구도를 만들어내면서 새롭게 변주한다. 형식이 가진 힘이 분명 존재하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는 이경규, 신동엽이 있었기에 '러브 스위치'는 아마도 작금의 인기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직설적이고 과감한 여성 출연자들의 이야기는 때론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때론 어떤 통쾌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한 때 사자 직업을 가진 분들이 많이 나왔는데, 초반에 많이 탈락했던 이유에 대해 이경규는 "아마도 여성들이 그렇게 탈락을 시키면서 어떤 통쾌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왜 아닐까. 사자 직업을 가졌다는 것으로 열쇠를 요구하는 우리네 비뚤어진 결혼문화가 준 억압이 있을 테니 말이다. 이런 공감대는 그대로 그 상황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전이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러브 스위치'는 물론 짝짓기 프로그램의 진화된 형태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토크쇼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매번 출연하는 남성 출연자를 소재로 제각각의 취향과 직업을 가진 30명의 여성들이 저마다의 토크를 풀어내는 그런 토크쇼. 그네들의 넘치는 활력과 톡톡 튀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우리 시대의 트렌드나 흐름을 자연스럽게 듣게 된다. 이것이 '러브 스위치'라는 짝짓기를 위장한 공감 버라이어티쇼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정덕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mansuri@osen.co.kr 블로그 http://thek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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