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뭐가 진실? 언론 제 역할 하고 있나
OSEN 정덕현 기자
발행 2010.09.10 07: 47

신정환에서부터 이루-최희진까지, 속보경쟁이 가져온 것
[OSEN=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도대체 뭐가 진실일까. 세부로 휴가차 출국했다가 귀국하지 않고 있는 신정환에 대한 의혹이 커진 상태에서 한 언론은 세부의 한 교포를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를 기사화했다. “신정환이 모 호텔 카지노에서 오랜 시간 게임을 즐기는 것을 봤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이른바 신정환이 귀국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도박설’로 퍼져나갔다. 원정 도박으로 인한 빚 때문에 여권마저 빼앗겨 억류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정환은 9일 아침 자신의 팬 카페 ‘아이리스’에 세부 병실에 입원중인 자신의 사진과 글을 올려 도박설을 부인했다. 카지노에 들른 것은 사실이지만 원정도박은 부풀려진 것이고 자신은 댕기병으로 줄곧 병원에 누워 있었다는 것이다. 신정환은 심지어 마녀사냥 운운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반응은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다. 이미 많은 정황들이 그의 도박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직까지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 진위는 알 수 없다. 결국 이 일은 신정환이 귀국하는 주말에야 그 진위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속보에 대한 언론들의 경쟁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금의 연예 언론들이 펼치는 속보경쟁은 도를 넘어 지나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기자 간담회나 시사회에서 노트북을 펴들고 그 자리에서 이른바 ‘받아쓰기’를 해 기사를 올리는 풍경은 이제 낯선 것이 아니다. 기자들 역시 고역이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것은 단지 현장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되면 그 내용을 그대로 베껴 써서 기사화하는 것도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네티즌들은 “세상에 기자하기 정말 쉽네”라고 비난하지만 기자들이라고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니다. 이미 치열한 속보 경쟁 속에서 기자들 간의 기사에 대한 어떤 문화가 생겨나지 않고는 바뀌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속보 경쟁 속에서 성급하게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이른바 추측성 기사들 역시 많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팩트 없이 쓴 기사들은 아니지만, 태진아-이루와 최희진 관련 기사들은 나오는 대로 가감 없이 기사화되다보니 오히려 기사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루와 사귄 것은 맞지만 임신, 낙태를 한 사실이 없으며 또 미니홈피를 통해 공개된 내용도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최희진의 각서가 공개되며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듯 싶었던 지난 7일 이루의 기자회견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뒤집어졌다. 최희진이 각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던 건 부모님의 만류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태진아가 그녀의 부모를 먼저 만나 협박과 회유를 해왔다”고 했으며 겁을 먹은 부모가 “일을 더 크게 만들지 말자”고 부탁을 해 그 같은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오전에 쓰면 오후에 바뀌어지는 이런 상황을 기사화하면서 기자들 사이에서는 “쓰면 뭐하나, 어차피 바뀔 텐데”하는 체념 섞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끊임없이 뒤집어지는 이야기들을 접하는 일부 네티즌들은 이렇게 계속 다른 이야기를 쏟아내는 당사자들이 자신들을 이용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속보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 기사들이 상황을 정리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오리무중 속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언론의 데스크 기능이 과거에 비해 많이 약화되었다는 것을 지적한다. 즉 과거 데스크는 그 기사가 가진 공정성과 정확성을 바라봤는데, 요즘은 정확성보다는 화제성에 더 집중한다는 것. 무수히 쏟아지는 정보들 속에서 주목되지 않으면 사라지게 되는 상황이 이런 과열 경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유독 연예 언론에 이런 경향이 짙은 걸까. 그것은 연예인을 다루는 기사들이 상대적으로 화제성이 높은데다 잘못되더라도 다른 기사들에 비해 위험성이 적기 때문이다. 사실 연예인들은 대중들의 관심을 먹고 살기 때문에 아무리 미워도 언론을 무시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잘못된 기사에 대해 어떤 조치를 내리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다. 물론 단기적으로 보면 이것은 연예 매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들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연예 언론 자체의 신빙성을 고사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고 여겨진다.
타블로 사건에서 보면 그 진위를 떠나서 이미 대중들이 언론의 이야기를 믿지 못한다는 징후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어떤 면으로 보면 타블로 사건이 점점 부풀어지고 커진 것은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기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대중들은 스스로 이야기를 찾고 만들어내게 된다.
 
즉 언론에 대한 불신감은 오히려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는 욕구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가 모두 거짓이라는 말은 아니다. 실제로 언론 자체가 믿을 수 없는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아졌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는 지지받을수록 언론의 권위를 무너뜨렸다는 어떤 쾌감을 주기도 한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어찌 보면 앞으로 연예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정덕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mansuri@osen.co.kr 블로그 http://thek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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