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콘서트를 연다.
10월 3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갖는 이번 공연은 지난 2001년 시작된 ‘이병우 콘서트’가 10년째를 맞이하는 자리이다. 다양성이 부족한 한국 공연업계에서 기타리스트의 공연이 10년간 유지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날 공연에서 이병우가 1980년대 중반 활동했던 전설의 포크록 듀오 ‘어떤날’의 곡을 연주한다는 점이다.
이병우는 이미 많이 알려진 대로 한국 최고의 영화음악가이자 클래식을 기반으로 한 기타 연주자다. 조금 더 들어가면 1990년대 초반 한국 대중음악의 기타 연주 명반인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航海’ ‘혼자 갖는 茶 시간을 위하여’ ‘생각 없는 생각’ 등을 발표한 장본인이자 기타 연주 2집을 양희은과 합동으로 재해석한 명곡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런 이병우가 1980년대 조동익과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이 ‘어떤날’이다. 당시 둘은 손꼽히는 세션맨이자 편곡자였고 포크-록-팝 발라드-퓨전 재즈가 절묘하게 배합된 1, 2집 음반을 선보여 세상을 놀라게했다. 이 음반들은 수많은 가요의 명반 중에서도 ‘절대 명반’으로 꼽히고 있고 ‘어떤날’은 단 두 장의 음반 활동으로 한국 대중음악의 지평을 한 차원 넓혀 놓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금 들어도 세련되기 그지 없는 ‘어떤날’의 음악은 이후 후대 가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어떤날의 발라드에는 한국 가요에서 사실상 최초로 도시적 감성을 뚜렷이 음악에 담아냈고 이는 작곡가 이영훈과 유재하의 음악과 함께 한국형 웰메이드 발라드의 원형이 됐다. 이후 이 한국형 발라드의 틀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맥을 이어오고 있다.
‘어떤날’이 강고한 전설이 된 것은 이들의 활동을 볼 수가 없다는 점도 한 몫 했다.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어떤날’은 음반을 발표했던 당시에도 공연이나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이병우는 이후 클래식 기타 유학 후 기타리스트와 영화 음악 감독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고 조동진은 1990년대에도 활발히 편곡자로 활동하며 후배 가수들을 키워내느라 ‘어떤날’로 둘이 다시 만나는 일은 무대는 물론 음반으로도 만날 수가 없었다.
이 당대의 프로젝트 활동이 특히 공연을 통해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은 대중음악 애호가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렇던 ‘어떤날’의 ‘라이브 봉인’이 드디어 풀린다. 이병우의 공연을 통해서다. 물론 이병우는 ‘어떤날’의 곡들을 기타 연주로만 선보인다.
‘어떤날’ 당시 이병우는 극히 일부분의 곡에서만 보컬로 참여하고 주로 작곡과 연주를 담당했다. 그래서 기왕이면 그 희귀했던 보컬도 라이브로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기타 연주라도 ‘어떤날’의 음악을 실제 공연을 통해 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과 기대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날 공연은 또한 이병우의 기타리스트, 영화 음악 감독으로서의 역량도 함께 만날 수 있는 자리다. 빌라로보스의 기타 협주곡을 통해 클래식 기타리스트로서의 이병우를, ‘괴물’ ‘마더’ ‘왕의 남자’ ‘해운대’ 등 수많은 유명 영화 음악을 만들고 연주한 음악 감독으로서의 이병우도 무대에 오른다.
가요를 ‘깊게’ 들어 온 음악 팬이라면, 편견 없이 음악을 사랑하는 애호가라면 이병우의 팬이 아니더라도 놓칠 수 없는 공연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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