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지난 1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팽팽하게 맞붙고 있던 중 모 야구 지도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느닷없이 SK 김성근 감독의 나이를 놓고 내기가 붙었으니 확인해달라는 것이었다. 한 쪽은 1941년 생, 다른 편은 1943년생이라고 주장했다는데 한국야구 인명사전을 찾아 확인하니 김성근 감독은 1942년 12월13일 생으로 돼 있었다. 1943년 생에 더 가까웠다.
왜 김성근 감독의 나이가 궁금했느냐고 물어보니 현역으로는 우리 프로야구 최고령 지도자인 김성근(68) 감독의 연륜과 최연소인 선동렬(47) 감독의 도전 정신과 패기가 작전과 투수 교체 등 이번 한국시리즈 1, 2차전 경기의 맥과 승부 처 곳곳에 강하게 나타나 더욱 흥미롭다고 했다.
한국프로야구는 금년 페넌트레이스에서 592만8626명의 총 관중 수를 기록해 단일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을 2년 연속 작성했고 롯데-두산의 준플레이오프, 두산-삼성의 플레이오프가 모두 최종 5차전까지 가면서 야구팬들은 물론 국민적인 관심을 포스트시즌에 집중시키고 있다.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5차전은 지상파 KBS와 케이블 스포츠 채널 4개사까지 프로야구 중계 사상 처음으로 5개 채널이 동시 중계하는 진풍경을 연출하며 13.5%에 가까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SK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1차전도 전국시청률 13.3%가 나왔다. 이젠 누구나 확연하게 한국프로야구가 새 시대를 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한국프로야구 르네상스에 김성근 감독이 기여한 바도 크다. 2006년 제1회와 2009년 2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한국야구의 신화를 쓴 김인식 감독, 2008 베이징 올림픽 전승 금메달을 일군 김경문 두산 감독과 함께 8개 구단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2007년부터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SK의 김성근 감독이 르네상스의 삼각 기둥을 형성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말 그대로 극도의 비난과 무한한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지도자이다. 그는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코치로 활동한 후 2007년 SK 유니폼을 입고 한국 프로야구에 복귀한 첫해 자신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고, 2008년까지 2연패로 치달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KIA에 패했으나 올해는 정규 시즌 1위로 직행해 삼성과 격돌하고 있다.
오랜 기간 기자로 김성근 감독에게 야구를 배우기도 하면서 취재를 했던 필자는 16일 한국시리즈 2차전을 관전하던 중 문득 간절한 바람이 생겼다. 팬 친화적인 야구로 더 많은 국민들을 야구장으로 모셔 달라는 희망이다. 김성근 감독이 지도자로서 한 때 텅 비어 있던 구장의 쓸쓸함을 몸소 체험하면서 야구 인생역정(人生歷程)을 걸어 왔음을 알기에 더욱 간절하다.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인 메이저리그(MLB), 프로풋볼(NFL), 프로농구(NBA), 아이스하키리그(NHL)를 흥행적으로 유지하는 바탕은 미국의 베이비 붐(baby boom) 시대에 태어난 세대이다. 이들은 2차 세계 대전 후인 1946년부터 1965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로 3억을 갓 넘긴 미국 인구의 1/3에 육박한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베이비 붐 세대는 이제 스포츠의 주 소비층이 돼 있다.
지난 2006년 미국에서 콘서트와 음반 판매로 가장 많은 돈을 번 그룹은 롤링 스톤스였다. 1943년생인 믹 재거가 이끄는 롤링 스톤스는 모두 1억509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당시 김성근 감독과 동갑인 1942년생인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도 9590만 달러의 수입으로 6위를 기록했다.
롤링 스톤스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만 예를 들어도 김성근 감독이 앞으로 더 오랜 기간 한국 프로야구의 중심에서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다만 팀 성적과 기술적인 측면에 그치지 않고 한국 야구 발전이라는 큰 그림에 더 크고 의미 있는 기여를 해주기 바라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다투고 있는 삼성의 선동렬 감독은 한국의 베이비 붐 세대이다. 한국에서는 6.25 전쟁 후에 태어난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을 베이비 붐 세대로 분류한다. 1963년 생(실제는 1962년생)으로 김성근 감독과 무려 21년 차이인 선동렬 감독은 우리 베이비 붐 세대의 마지막에 속해 있다. 삼성의 세대 고체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5년 장기 재계약 첫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그는 앞으로 아주 오랜 동안 한국 야구를 지키고 발전 시켜 나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김성근 감독과 선동렬 감독의 나이 차를 뛰어 넘는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이번 한국시리즈가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한 이유이다.
/보경S&C㈜ 대표,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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