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인사이드 베이스볼]대륙간컵에서 제기된 시속 150km에 대한 논란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0.10.25 07: 30

제17회 대륙간컵(Intercontinental Cup) 야구 대회가  10월23일 대만 타이중에서 개막됐다. 이날 한국은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주최국인 대만과 공식 개막전을 가졌는데 5-11로 패했다. 필자는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인터넷으로 현지 TV 중계를 볼 수 있어 한국에서도 많은 야구팬들이 관전한 모양이다. 특히 중국 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과 대만은 같은 B조에 편성돼 11월13일 예선 첫 경기로 맞붙게 돼 있어 대만 전력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날 경기 후 필자에게 여러 통의 항의 전화가 왔다. 대회 조직위와 국제야구연맹(IBAF)에 심판 판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우리 팬들이 더 걱정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나 대만이나 궁극적으로 같은 민족인데 광저우에서 한국과 대만이 경기를 하면 아무래도 중국 측 관계자들이 대만 쪽 편을 들어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한국은 6회까지 1-7로 일방적으로 끌려가다가 7회 추격 기회를 잡았다. 유한준(넥센)이 우전안타를 치고 나가 기회를 만들었고 이원석의 유격수 땅볼 후 지명타자 김재환(상무)이 대만 선발 천홍웬의 시속 128km 슬라이더를 받아 쳐 우월 2점 홈런을 기록하면서 3-7로 4점 차가 됐다. 그러자 대만의 예치시엔 감독은 천홍웬을 내리고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고 있는 우완 훙치룽을 등판시켰다.

그러나 훙치룽은 첫 타자 이두환(두산)을 몸에 맞는 볼로 진루시켰고 오지환(LG)에게 좌중간 2루타를 내줘 1사 2, 루 위기를 자초했다. 여기서 9번 이지영이 2타점 중전 안타를 쳐 다시 2점을 추가해 5-7이 되고 1사1루 기회가 이어졌다.
 
한국은 3회 이지영, 7회 김재환이 홈런을 쳐 다음 타자인 1번 정수빈의 타격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데 정수빈은 여기서 2루수 땅볼로 물러나고 말았다. 문제는 다음에 발생했다. 1루에 있던 이지영이 2루로 들어가면서 더블 플레이를 방지하려고 수비수 쪽에 약간 치우쳐 슬라이딩을 한 것이다.
 
이를 본 헤이진게 2루 심판이 수비 방해로 타자 주자 정수빈까지 아웃을 선언했다. 순식간에 한국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필자가 봐도 흔한 주루 플레이에 불과했는데 쿠바에서 파견된 헤이진게 심판이 다소 무리한 판정을 내렸다. 정상적으로 송구를 했어도 병살을 시킬 수 없는 타이밍이어서 더욱 의구심을 자아냈다. 의도했는지 여부를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대만을 도운 결과가 됐다.
7회말에는 이탈리아에서 온 르노 심판이 투수 조태수의 1루 견제에 보크를 판정했다. 그런데 1루심의 문제는 우리 타자가 2루수 땅볼을 치고 1루로 달려오면 공이 송구가 되기도 전에 먼저 아웃을 선언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대만에서 열린 대만과의 경기에서 통산 전적 1승11패를 기록했다. 대만에서는 대만을 이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경기 후 심판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한국이 5-7로 추격하니까 갑자기 대만 측에서 바빠졌다고 했다. 대만은 중요한 경기를 이겨야 대륙간컵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이날 한국전은 1만8500명의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
경기 후 저녁 식사 자리에서 김정택 감독과 천보성(한양대 감독) 김종기(계명대 감독) 문희수(동강대 감독) 코치 등 국가대표 코칭스태프들이 모인 자리에서 흥미로운 논의가 있었다. 왜 우리 한국 대표팀에는 시속 150km를 던지는 투수가 없느냐는 것이다.
이날 대만 선발 천홍웬은 스피드건에 시속 150km를 찍었다. 이 공을 던진 후 125km 대 변화구를 구사하니 한국 타자들은 헛스윙을 거듭했다. 한국이 6회까지 단 1안타(3회 이지영 솔로홈런) 밖에 치지 못할 정도였다.
 
천홍웬은 시카고 컵스 트리플A 소속으로 최고 시속 154km를 던지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대해 문희수 코치는 “스피드도 중요하지만 볼 끝의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시속 150km가 갖는 의미가 특별하다는 것은 모두 인정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한 당시 LA 다저스 소속 박찬호는 태국에서 153km를 던져 야구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 때 일본은 사회인야구로 대표팀을 구성했으며 투수진 중 단 한 명의 투수가 152km까지 기록했으나 컨트롤이 되지 않은 높은 공이었다. 박찬호와의 차이가 볼 제어 능력인데 이 자체가 야구에서는 엄청난 것이다.
한국이 대만에 패한 후 같은 구장에서 일본이 니카라과와 2번째 경기를 가졌다. 김정택 감독, 천보성 코치와 함께 전력 분석을 위해 다시 구장을 찾았다. 니카라과는 예상 밖으로 전력이 처져 보였다. 일본에 0-8로 완패를 당했다. 그런데 일본의 3번째 투수로 등판한 우완 우에무라 유스케도 시속 150km를 가볍게 던졌다. 그는 일본 프로 2군 급 투수이다.
김정택 상무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륙간컵 대회 국가대표팀은 한국 야구 최고의 전력이 아니다. 굳이 A, B 팀으로 나눈다면 10월25일부터 조범현 감독의 지휘 아래 사직구장에서 합동훈련에 들어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A 팀이고 대륙간컵 대표는 B 팀이다. 그래도 대륙간컵 대표 투수진은 KIA 조태수, SK 박희수 등 프로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순수 아마는 고려대 임치영 밖에 없다. 대만전에는 선발 우규민부터 임준혁 박희수 조태수 박현준 김성현이 계속 등판했다. 그러나 150km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김정택 감독은 “150km를 던지는 투수가 있기는 하지만 컨트롤이 안되니까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에는 150km를 던지는 투수들이 프로 팀에 몇 명씩은 있다. 대만 대표팀에도 있었다. 그런데 한국 야구에서는 왜 찾아보기가 어려울까?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준우승 등은 한국야구 최고의 엘리트들이 거둔 화려한 외면이다. 그 아래 단계는 수준 차이가 뚜렷하게 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한국야구의 미래는 과연 밝은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대만을 잡을 수 있을까? 현지에서 대만전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예상 보다 세다”고 평가했다. 해외파 투수들이 강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타자들도 체격 조건이 좋고 스윙에 파워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에서 대만은 홈런 2개 2루타 4개 포함 15안타를 쳐냈다.
일본은 광저우에 사회인 야구 대표팀을 구성해 파견한다. 이번 대륙간컵 대회 일본 대표는 프로 2군이 주축이다. 일본은 아시안게임보다 대륙간컵 대회에 더 강한 팀을 출전시켰다. 따라서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의 최대 난적은 대만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지에서 대만전을 지켜보고 24일 귀국한 조범현 감독이 예고대로 류현진을 등판시키면 천홍웬과의 에이스 맞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경S&C㈜ 대표,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사진>대륙간컵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만난 한국의 김정택 감독과 대만의 예치시엔 감독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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