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40대 후반의 클래식 음악 애호가와 저녁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던 중 “슈퍼스타 K2”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우연히 꺼낸 이야기에 그 분과 잘 맞지 않을 것 같아 화제를 돌리려고 했는데 오히려 나보다도 훨씬 열정적으로 여러 의견들을 피력한다.
결승전이 방송되던 지난 주 금요일 지상파와 케이블 TV를 통틀어 최고의 시청률을 만들어 낸 이 프로그램. 허각이란 26살의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남성이 134만 명분의 1의 확률을 뚫고 1위가 되자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여러 현상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중음악에는 거리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중년 지인의 열변에 최종 우승자를 만들어 낸 생방송 방영 이후 언론매체를 통해 봇물처럼 터진 기사들과 네티즌들이 폭발적인 반응의 파급 효과가 얼마나 컸는지를 실감하는 자리였다. TOP4의 대결, 준결승, 결승전까지 모두 생방송을 봤던 필자 역시 왜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해 왔는지 약간의 전율을 몸소 느끼며, 며칠간 “슈퍼스타 K2” 마력에 중독되어 이전 방영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밖에 없었다.
-허 각과 존 박의 남다른 우정, 최고의 대결 무대로 승화되다 –
너무도 다른 외모와 배경을 지닌 허 각과 존 박. 3살 차이의 두 청년의 우정은 어찌 보면 남다른 듯 보였다. 혹시 의도된 연출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TV 속에 비춰지는 그들의 모습은 ‘진한 남자의 우정’으로 그려졌다. 두 명 모두 패자부활 전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며 최종 결승전까지 올라, 아마추어로서 최고의 무대를 보여 준 허 각과 존 박 두 사람이 대견스럽게까지 느껴진다.
예선전부터 두 사람의 우정은 꽤 남다르게 그려졌다. 탈락 위기를 서로 겪으며 패자 부활전을 거쳐 결승전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두 청년의 여러 스토리 라인은 기승전결이 확실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조금은 굴곡진 환경을 가지고 있었지만, 장난기 가득한 개구쟁이처럼 동료들과 어울렸던 허 각이 흘린 눈물은 순수함 그 자체로 다가선다. 그런 형을 오히려 위로하고 감싸는 동생 존 박의 모습은 어른스럽기까지 했다.
준결승 때 사전 여론 조사에서 존 박과 장재인에 밀려 3위에 올라서 아마도 대부분 결승전 탈락을 예상했던 허 각의 진출은 최고의 반전 카드였다. 심사위원도 놀랐던 그 날의 결과는 다른 2명의 경쟁자 보다 좀 더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 허 각의 진실된 목소리에서 시작된 노래가 출발점이다. 오히려 필자는 결승전 보다 극적이었던 준결승을 여러 번 Replay해서 볼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준결승과 결승에서 승리의 기쁨을 승화한 허 각의 눈물과 동료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던 존 박의 따스한 미소를 보면서 ‘왜 열광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답을 얻게 되었다.
- 허 각에 대한 “한국의 폴 포츠” 적절한 표현일까?
허 각의 우승 하자 마자 많은 언론에서는 그를 “한국의 폴 포츠(Paul Potts)”란 표현을 썼다. 평범한 휴대폰 판매원에 견주어 환풍기 수리공의 이력을 지녔던 허 각이 1등을 차지한 것을 동일선상에서 논하고 있다.. 어찌 보면 ‘여성 폴 포츠’라 불리며 40대 초반의 나이에 전세계 순회 공연을 할 정도의 슈퍼스타가 지닌 수잔 보일(Susan Boyle)도 그러하다.
유튜브 조회수 600만 건 이상을 보이며 ‘대만의 폴 포츠’, ‘남성 수잔 보일’로 일컬어지고 있는 대만 출신의 25살 남성 린위춘(Lin Yu Chun)은 “It’s My Time”이란 앨범을 발매하면서 11월 한국에 홍보 차 투어를 한다고 한다.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으로 대만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에비뉴(Superstar Avenue”에서 휘트니 휴스턴의 ‘I Will Always Love You’를 노래하며 이미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그. 한국에서는 슈퍼스타K2의 폭발적인 분위기에 편승하 듯 ‘대만판 허각’으로 일컬어지고 있다는데, 린위춘이 한국 방문 시 20대 중반의 동년배 허 각과 함께 무대를 꾸밀 수 있을지 관심사다.
여기서 필자는 과연 허 각을 “한국의 폴 포츠”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한 지 의문을 재기한다. 많은 다수의 대중음악계 관계자들이나 팬들은 스타성 면에서 존 박에게 압도적인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 기준점은 대한민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가 되어 버린 스펙(Spec)에 맞추어져 있다. 학벌, 외모, 배경 등이 빼어나야만 스타성이 있고 없고를 평가하는 우리의 잣대 속에서 과연 “한국의 폴 포츠”란 비유가 맞는 것일까? 아마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출연하면서 그들이 가졌던 직업과 살아온 환경에다가 외모 등도 비교 대상이 되지 않았나 싶다.
폴 포츠, 수잔 보일, 린위춘이 외국 아티스트였기에 한국에서 수 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고 내한 공연을 하고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엇비슷한 부류의 한국 출신 뮤지션이 출연했다면 우리들은 그만큼 열광했을까?’. 위에 열거한 뮤지션들을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외모와 배경 보다 진정한 노래 실력을 가진 사람을 진정한 아티스트로 인정하고 그에 걸 맞는 인기 스타로 대접하는 외국의 예가 부러울 뿐이다. 지극히 평범한 수준의 외국 아티스트에는 관용을 베풀면서 우리 주위의 평범한 외모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너무도 높은 수준의 기준점만을 강요하고 쉽게 고쳐질 수 없는 현실이 부끄럽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의 시각에서 허 각을 살펴 보자. 허 각은 작은 키를 가진 것을 제외하고는 친근한 스타일의 용모와 재치 있는 말솜씨 게다가 천부적인 노래 실력을 고루 갖춘 스타로서의 가능성이 오히려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하는데 대학 졸업장이 굳이 필요한가? 단면적이지만 가족과 여자 친구 그리고 동료들을 대하는 TV 프로그램 속에서 허 각을 보고 있노라면 ‘참 착한 심성을 가진 지닌 청년이구나!’라는 생각에 많은 분들이 동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음악적인 면에서 허 각은 폴 포츠, 수잔 보일, 린위춘처럼 잘 알려진 명곡들을 리메이크하는 형식의 음반을 내는 것이 아니라 창작곡을 통해 음악 팬들에게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검증 받게 될 것이다. 오히려 “브리티시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출신의 스타들 보다는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을 통해 배출 된 아티스트 계열에 훨씬 근접해 있다.
허 각에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능력이 있다면 아티스트로서 더욱 발전가능성은 높을 것이다.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팝 스타들은 대개 작가 작곡 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아직까지 허 각의 가창 이외 다른 음악적 재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검증할 기회가 없었지만, 그가 현재까지 대중들에게 보여 준 면모는 폴 포츠 보다는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의 최고 팝 스타의 반열에 오른 켈리 클락슨(Kelly Clakson)에 오히려 가깝다. ”남자 켈리 클락슨” 이란 표현이 더욱 더 어울리지 않을까?
- 진정한 슈퍼스타의 출연을 갈망하며 –
허 각을 비롯 “슈퍼스타K” 시즌2에서 출연했던 다수 출연자들이 프로 가수로 전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자이자 절친이었던 존 박을 비롯 많은 출연자들이 이미 화제 선상에 올라 있다. 그들이 3개월 동안 보여 주었던 아마추어로서의 풋풋함과 신선함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혹시 기성 가수로 전향한 후 너무도 변해버린 그들에 실망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혹자들은 냉혹한 프로 무대에 데뷔를 했음에도 “슈퍼스타K”에서 보여 주었던 틀에 갇혀 정체된 모습을 보이는 가수들에게는 쉽게 등을 돌릴 수도 있다. 이것이 어느 누구에게도 불만을 토로할 수 없는 냉혹한 현실의 세계다. 대중들은 따스함과 차가움을 동시에 지닌 가장 객관적인 가치 판단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허 각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대중의 힘에 의해 선택되었다. 물론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여러 난관들이 앞날을 가로막을 지도 모른다. 다행이 그가 힘든 과정을 잘 극복해서 ‘작은 거인 허 각~~~’으로 시작하는 이번 칼럼 헤드 카피처럼 그에 걸 맞는 슈퍼신인을 거쳐 슈퍼스타로 발돋움 하는 ‘작은 거인’을 오래 동안 지켜볼 수 있기를 한 명의 대중가요 팬으로서 바랄 뿐이다.
그 외 출연자들도 “슈퍼스타K”에서 보여 주었던 감동 어린 노래와 무대에서 쏟았던 열정을 초석으로 하여 한국을 대표하는 진정한 슈퍼스타로 거듭나는 가슴 벅찬 상상을 해본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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