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슈퍼스타K’의 광풍이 여전히 가요계를 뒤흔들고 있다.
프로그램이 종료된 지도 시간이 꽤 흘렀지만 ‘슈퍼스타K’ 출신들이 음원 차트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주 들어서는 우승자 허각의 ‘언제나’가 여러 차트의 정상을 차지하며 ‘슈퍼스타K 출신자들의 날들’이 언제까지 갈 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일견 가요 순위 차트는 ‘슈퍼스타K’로 인해 혼돈을 겪고 있는 듯이 보인다. 허각 외에도 존박과 장재인 강승윤의 음원이 많은 차트에서 톱10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라는 인기 프로그램을 통해 충분히 인지도를 쌓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무명이었던 신인들의 음악이 이처럼 강력한 차트 장악력을 보이는 것은 분명 일상적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슈퍼스타K’ 독무대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가요계는 최근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구도를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음원 시대로 접어든 이후 가요 순위 차트는 걸그룹, 좀더 확장하면 남자 아이돌 그룹을 포함한 댄스 음악 위주의 아이돌 음악이 차트의 최상위 순위를 압도적으로 장악해왔다.
이런 상황은 다양성 부족이 늘 문제가 됐던 가요의 편협성을 더욱 강화시켰고 가요의 발전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아이돌 위주의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지고 가요계가 균형을 잡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희망을 갖게 만든다.
최근 음원 차트를 보면 ‘슈퍼스타K’ 출신이 초강세를 보이는 상황 아래 소녀시대와 2AM이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이 둘이 정상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싸이가 톱10 내에서 정상을 위협하는 뜨거운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슈프림팀 같은 대중적인 힙합 듀오가 함께 상위권 경쟁을 했고 한동안 빅히트곡을 내지 못한 OST 분야에서는 드라마 ‘대물’의 거미 삽입곡도 마찬가지다.
걸그룹인 소녀시대의 위력은 여전했지만 음원 시대 이후 힘이 크게 빠진 발라드가 2AM을 통해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 2AM 혼자만이 아니다. 2AM 외에도 디셈버나 포맨 등이 차트 톱10에서 선전하고 있어 발라드 부활의 싹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다.
아이돌 강세의 상징인 소녀시대와 2AM과 함께 중견 가수인 싸이가 당당히 차트 상위를 지키고 있는 부분도 눈길이 간다. 아이돌이 아니면 절대 안 될 것 같은 가요계에 음악에 대한 신뢰, 넘치는 끼에 기반한 화려한 퍼포먼스를 갖춘다면 나이는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을 싸이는 보여주고 있다.
올해 여름 DJ DOC의 복귀가 대성공을 거둔 이후 이번 싸이를 거치면서 가요계에서 뒷전으로 밀려 있던 실력파 고참들의 주류 복귀 성공 가능성이 확연히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슈퍼스타K’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요소에 덧붙일 수 있다.
순수하게 ‘실력파 무명 신인들의 반란’이라 여기고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에는 가요에 대한 TV의강력한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다. ‘슈퍼스타K’ 출신 가수들이 계속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가요계의 확고한 일원으로 안착할 지도 더 지켜봐야 할 문제다.
하지만 기존 유명 기획사 출신 가수들만 익숙하게 받아들이던 한국의 대중들이 무명 가수들의 노래에 대해 알게 모르게 높이 세워 놓았던 심리적 벽을 조금 낮출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의의를 찾을 만하다고 본다.
결국 아이돌로 심하게 쏠렸던 가요계는 점차 잃어버렸던 다양성을 회복시켜가고 있다. 물론 여전히 가요계는 아이돌-댄스 음악의 비중이 높고 발라드나 중견 가수들의 활동이 음원 시대 이전 수준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해외의 잘 성장된 음악 시장에 비해 비주류 음악의 시장 지분율이 극히 미미한 문제점은 그대로 남아있기는 하다.
하지만 음원 시대가 열린 이후 극도의 쏠림 현상으로 미래가 위태로워 보였던 가요계가 서서히 자정 작용을 거치며 장르나 세대 간의 균형을 잡아간다는 점에서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긍정적인 평가로 힘을 실어줄 만 한 요즘의 가요계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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