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김은숙 작가가 돌아왔다.
오랜 콤비인 신우철 감독과, 배우 현빈 하지원과 함께 SBS 새 주말드라마 ‘시크릿가든’을 시작했다. 이번 드라마는 김 작가의 작품 세계에 있어 큰 의미를 지닌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관심이 쏠린다.
김 작가는 앞서 ‘파리의 연인’ 시청률 50% 돌파를 시작으로 ‘온에어’까지 네 작품을 연속으로 20% 이상을 기록했다. 괴력의 흥행 작가로 찬사와, ‘재미만 있다’는 시비를 동시에 겪었다. 그러다 전작 ‘시티홀’에서는 ‘사람 냄새 나는 정치’라는 무거운 주제를 깊이와 감동 있게 다뤘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줌으로써 비판자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티홀’은 김 작가의 드라마 중 처음으로 최종 시청률 20%를 넘기지 못하면서 ‘20% 불패 신화’를 깨트리는 작품이 되기도 했다(물론 ‘시티홀’은 최종회에 19%의 시청률을 기록, 20%나 다름 없는 결과를 올리기는 했다).
대중성은 물론 작품성에서까지 자신의 능력을 확인시켜줬지만 흥행 불패의 신화는 살짝 흔들린 상황에서 과연 이번 새 작품을 통해 어떤 결과를 보여줄 지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김 작가는 ‘시크릿가든’ 제작발표회에서 “이번 작품에서는 ‘파리의 연인’으로 돌아가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굳이 해석하자면 전작 ‘시티홀’과는 달리 흥행성을 제대로 밀어붙여 보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작가의 말만 들었을 때는 다시 흥행 작가로 확고히 돌아가기 위해 ‘퇴행’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로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1,2회 방송분이 전파를 탔다. 갈 길이 멀고 이 작품의 주 테마가 영혼의 ‘체인지’인 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안 된 상황이지만 김 작가의 말은 엄살이거나 겸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크릿가든’은 ‘시티홀’에 비해 흥행적인 요소를 강화한 작품인 것은 맞지만 그와 함께 확실히 진화한 요소들도 벌써부터 눈에 띄기 때문이다.
판타지라는 시도해보지 않은 장르에 대한 도전도 그렇지만 캐릭터들이 과거 흥행 작품의 캐릭터에 비해 훨씬 입체적이고 다면적이 될 가능성을 1,2회 방영 분은 보여주고 있다. 현빈의 캐릭터에는 차가움, 당당함, 거만함도 있지만 (찌질한) 과시욕이나 불안감, 혼란스러움도 함께 지니고 있다.
하지원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당차고 씩씩하지만 억눌려 있고 주눅들고 머뭇거리는 순간에 더해 귀여운 면도 있다. 물론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나중에 두 남,녀 주인공이 서로 영혼이 바뀌니 그 때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주인공의 다면적 성격은 미리 포석해 놓은 장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찌됐든 ‘시크릿가든’의 캐릭터들은 김 작가의 이전 작품 캐릭터들과는 분명 달라진 점이 있고 좀더 리얼리티와 풍부함을 전해준다. 그래서 김 작가의 드라마는 더 즐길 거리가 많아졌다. 원래부터 강점이었던 명대사의 끊임 없는 배틀과 캐릭터간의 충돌이 빚는 긴장감은 여전한 상황에서 캐릭터가 더욱 살아 움직이니 말이다.
물론 판타지라는 설정과 다면적 캐릭터는 단순한 드라마와 평면적인 인물에 익숙한 대중들이 다소 낯설어하는 결과로 이어질 위험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제는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제2의 김수현’ 후보 영순위로 꼽히는 김 작가가 ‘시크릿가든’으로 ‘김은숙 월드’를 어떻게 또 한 번 성장시켜 나갈지를 말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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