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인사이드 베이스볼] 메달 색이 다른 추신수와 박주영의 미래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0.11.29 07: 40

똑 같이 눈물을 흘렸지만 목에 건 메달의 색깔과 그 눈물의 의미는 달랐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야구와 축구를 대표하고 있는 추신수(28. 클리블랜드)와 박주영(25. AS 모나코)이 11월27일에 막을 내린 제16회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보여준 모습이다.
투수 코치로 후배인 조범현 감독을 보좌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 획득에 큰 힘을 보탠 넥센 김시진 감독은 대표팀의 끈끈한 단결력과 하나 된 분위기, 선수들의 솔선수범, 병역 미필 선수들의 특례 혜택을 위한 노력 등을 우승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누구나 자기 위치에 개의치 않고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가감 없이 솔직한 화법을 구사하는 김시진 감독임을 고려할 때 광저우 야구 국가 대표 선수단의 분위기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게 해줬다.
그런데 동메달에 그친 축구계는 우울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4강전에서 연장 후반 종료 직전에 통한의 골을 허용하고 아랍에미리트연합에 0-1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된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의외의 생각을 표현한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기사에 따르면 ‘병역 혜택이 걸려 있다는 것이 선수들에게 열심히 해야 한다는 동기를 부여했지만 한편으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해 자신이 가진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부작용도 낳았다’는 것이다. 홍명보 감독의 견해에도 일리가 있다고 느껴졌다. 병역 미필자들을 대거 포함시켜 국내파를 중심으로 야구 대표팀을 구성해 참가했던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 야구 역시 이번 광저우 축구 대표처럼 동메달에 그쳤기 때문이다.
축구가 3, 4위전에서 박주영의 골 등으로 막판 폭발적인 공격력을 펼치며 이란에 4-3 역전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따낸 것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선수들 모두가 홀가분해진 상태에서 가진 기량을 최대한 발휘한 것이었다.
최종 성적으로만 놓고 보면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에는 유일한 메이저리거 추신수와 넥센 강정호의 타력이 결정적이었다. 전체 경기를 모두 고려하면 추신수가 앞장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는데 이견이 없다. 추신수와 강정호 모두 이번 금메달로 병역 특례 혜택을 받게 됐다. 이들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 배경에는 애국심과 함께 병역 문제 해결이라는 개인적인 최대 목표가 있었음도 부인할 수 없다.
반면 야구와 비교할 때 우리 축구 대표팀에는 ‘추신수가 해준 몫’을 맡아 준 선수가 딱 한 명 부족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축구의 경우 야구와 달리 아시안게임에도 나이 제한 규정이 있다. 만 23세 이하로 제한하되 와일드카드로 최대 3명까지 23세가 넘는 선수들을 선발할 수 있다. AFC와 OCA의 파워 게임에 의해 정해진 제도이다. 가정을 해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29)이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주장으로서 국가대표를 이끌었다면 일본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까?
야구는 상대 팀들과 너무 큰 전력 차이가 있어 오히려 싱거웠다는 주장도 나왔다.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쓰라린 패배를 안겼던 대만과 사회인 야구 주축의 일본은 최강의 전력을 구성한 드림 팀 한국의 적수가 못됐다. 대만과 일본을 제외하면 다른 팀들은 아예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의 유일한 아마추어 대학 선수인 중앙대 투수 김명성이 등판해도 충분했을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현상이 올림픽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야구의 위상에 위기를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이 국제 스포츠 외교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이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낸 2008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야구는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됐다.
 
그에 앞서 지난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도 야구는 선택 종목에서 빠질 뻔했다. 야구를 하지 않아 야구장 조차 없었던 카타르가 야구를 선택 종목에 포함시키는 것에 난색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등 관계국들이 야구장 건립을 지원한다는 조건을 내세우며 스포츠 외교력을 발휘해 선택 종목으로 유지시켰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도 야구에는 불리한 여건을 조성했다. 한국과 일본 대만, 3개국이 무조건 금, 은, 동메달을 나눠 가지는 야구가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부적합하다는 주장이 국제 스포츠 계에서 나왔다. 물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 후는 짐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국제적으로 경쟁 상대들이 적은 한국 야구의 우월함, 그리고 강력한 난적들이 즐비한 한국 축구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막을 내렸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 야구와 축구의 현주소를 국가 대표 선수들의 관점에서는 바로 추신수와 박주영이 제대로 드러냈다. 야구 금메달로 병역을 해결하게 된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블록버스터급 빅 딜을 이끌어 내 대단한 부(富)도 축적할 수 있다.
그러나 결승 진출조차 좌절된 박주영은 여전히 군 복무 의무를 안고 있게 됐다.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기회가 있으나 각각 3위 내 입상이나 우승을 장담하기 어렵다. FIFA가 11월 발표한 한국 축구의 세계 랭킹은 52위이다.
반면 야구는 국제야구연맹(IBAF) 랭킹 4위이다. 쿠바, 미국, 일본에 이어 한국, 그리고 대만이 5위로 뒤를 잇고 있다. 축구와 비교해 야구에서 많은 스타 선수들이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은 배경이다.
선수로서 추신수와 박주영은 세계 정상급의 위치에 올라 있으나 이번 아시안게임의 메달 색에 의해 미래가 달라질 수 있게 됐다.
 
/보경S&C㈜ 대표,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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