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한 해 가요계를 정리하는 키워드로 가수 팀명을 골라 내놓으면 좀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2010년 가요계를 설명하기에 2AM과 아이유 그리고 DJ DOC보다 더 적합한 단어는 없을 듯하다. 이들은 한 해를 뜨겁게 달군 걸그룹 한류 열풍의 주인공도 아니고 가요계를 온통 흔들어 놓았던 슈퍼스타K의 멤버도 아니다.
하지만 2010년 가요계가 좀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몇몇 흐름을 함께 했던 가수들이자 모두 ‘올해의 노래’ 후보로 부족함이 없는 히트곡들을 내놓은 올해의 톱가수들이기에 이들의 이름으로 가요계를 정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2010년은, 걸그룹(나아가 아이돌)의 댄스 음악 편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던 가요계에 이따금 제동이 걸린 한 해였다. 최근 몇 년간 음원 차트에서는 아이돌-댄스 음악과 차별되는 발라드/솔로/중견 가수들의 소위 ‘올킬’ 히트곡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쏠림 현상은 가요산업의 튼실한 토대가 되는 다양한 장르와 세대의 공존을 어렵게 만들어 국면 전환이 필요한 상태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변화의 시동이 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선 같은 아이돌이지만 발라드로 승부에 나서 댄스 음악을 하는 동료 아이돌팀들보다 조금은 오래 걸렸어도 마침내 정상에 우뚝 선 2AM의 활약이 돋보였다.
상반기 ‘죽어도 못보내’와 하반기 ‘전활 받지 않는 너에게’를 빅히트시키면서 ‘올해의 가수’로도 손색이 없는 성적을 냈고 부가적으로 발라드에 대한 관심을 잃어가던 가요 소비자들에게 발라드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는 공익(?)적 기여를 하기도 했다.
2AM의 임슬옹과 함께 한 ‘잔소리’로 초여름 차트를 올킬한 아이유도 올해의 ‘대세’ 중 한 명이다. 솔로인 아이유의 성공은 최근 가요 기획사들이 아이돌 그룹의 육성에만 관심을 갖던 상황을 조금은 바꿔 놓을 수 있었다.
사실 혼자 곡의 전체를 책임지는 솔로 가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 가수가 싱어송라이터가 아니더라도 아이돌 그룹 음악에 비해 가수의 개성이 좀더 뚜렷이 담긴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나올 수 밖에 없고 가요계에 이런 음악들은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DJ DOC는 10년 차 이상의 중견 가수들도 음원 차트와 친해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신저가 됐다. 몇 년 전부터 10년 이상 가수들은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음반 차트에서는 종종 인상적인 성적을 보여줬지만 음원 차트에서는 힘을 거의 쓰지 못했다.
하지만 DJ DOC는 ‘나 이런 사람이야’로 차트를 올킬하면서 진정한 ‘1위 가수’가 됐다. 이들의 음악이 중견 가수들에게는 난공불락이었던 음원 차트를 장악한 것은 예능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덕도 있다는 것을 빼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오랜 세월 쌓여진 DJ DOC 음악에 대한 높은 관심과 신뢰가 중견 가수들에게 불가능했던 상황을 바꿔놓는 마법을 일으키는데 가장 근본적인 요인임은 분명하다.
올해 가요계 키워드에서 슈퍼스타K를 빼놓았다. 지난 가을 수많은 현역 인기 가수들의 신곡 음원을 추풍낙엽처럼 쳐내면서 차트를 장악한 슈퍼스타K 출신 가수들의 활약상은 분명 기록에 남길만한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가요계의 키워드가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좋은 가수로 가요계에 계속 남아 있어야만 이들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슈퍼스타K’는 가요계가 아니라 방송계의 올해의 키워드로는 손색이 없다. 슈퍼스타K 출신 들이 훌륭한 가수로 계속 가요계에 족적을 남기며 활동을 이어가서 몇 년 후 가요계 키워드의 맨 앞에 세워 놓아도 충분할 위치에 서 있기를 바란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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