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예능의 키워드 ‘진정성’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0.12.12 10: 16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올 한 해 한국 방송계의 예능 부분은 대격변이 있었다.
바로 ‘슈퍼스타K2’의 대성공이다.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공중파와 시청률 맞경쟁을 펼쳐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일은 ‘슈퍼스타K2’ 이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슈퍼스타K2’는 방송의 역사를 바꿀 대반란을 일으켰고 파장은 앞으로가 더 클 전망이다.
공중파와 케이블 TV 업계간에 존재하던 ‘넘사벽’은 한 번 구멍이 나면서 점점 붕괴돼 갈 것이고 양측간의 수성과 공성은 더욱 격해질 상황이 됐다. 오랜 세월 단단히 고착돼 있던 방송계 지형도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슈퍼스타K2’의 성공은 2010년 예능계에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인 ‘진정성’에 기반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극적 효과를 위해 여러 ‘방송 기술’이 개입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대중들은 일반인 참가자들의 성공을 향한 열망과 그에 따른 기쁨, 그리고 실패의 아쉬움과 뜨거운 눈물에 눈과 귀를 빼앗겼다.
올 한 해 공중파 예능에서는 가장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낸 프로그램을 셋 정도 꼽을 수 있다. ‘무한도전’의 ‘레슬링 특집’과 ‘남자의 자격’의 ‘합창’, 그리고 ‘놀러와’의 ‘세시봉 스페셜’이 그러했다. 이 세 프로그램 모두, 폭로와 가벼운 말장난, 그리고 타인에 대한 가학성이 난무하는 요즘 예능의 흐름 속에서 사람의 냄새가 나는 진정성을 보여주면서 두드러진 위치를 차지했다.
이미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의 차원을 넘어서 버린 무한도전은 ‘레슬링 특집’으로 다시 한 번 명불허전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줬다. 특히 단순한 고통의 도전을 넘어 대중을 향한 연예인의 진심 어린 마음가짐과 태도를 프로그램에 담아냄으로써 예능의 지평을 한 차원 더 넓혔다.
‘남자의 자격’의 ‘합창’ 도전은 구성원 개개인의 노력이 합쳐져 ‘조화’를 만들어 내는 일이 결과물은 물론 그 과정도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일 수 있는지를 확연히 보여줬다. ‘남자의 자격’ 자체가 출연진의 연예인스러움 보다는 부족한 자연인으로서의 모습이 더 부각되는 프로그램이기는 했지만 특히 ‘합창’편에서는 이런 특성이 더 확장되고 명징해졌다.
고정 출연진과 오디션을 거친 수많은 출연자들의 합창단에는 스타, 무명 연예인, 일반인의 구분이 지워져 버리고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사실만 중요해졌다. 그리고 ‘조화’를 이뤄내야만 미션이 완성되는 합창이라는 소재는 다른 예능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공동체의 완성이 전하는 진정성의 감동과 아름다움을 확실히 맛보게 해줬다.
‘놀러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었지만 역시 ‘진정성’과 그에 따른 감동의 예능 범주에 속해 있었다. ‘세시봉 스페셜’은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 등 1970년대 전성기를 보낸 포크 가수들을 한 자리에 불러내 노래를 듣고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게 했다.
아이돌 위주로 가볍게 돌아가는 현 예능계만 만나던 대중들은 이들의 노래와 이야기를 통해 오랜 동안 잊고 있던 ‘진정성’을 되살릴 수 있었다. 포크 음악은 현재 주류 가요계에서 사실상 고사된 것이나 다름없지만 대중 음악에서 사람 외적인 요소(악기)가 가장 배제된, 극도로 인간적인 음악이다.
전자음을 비롯, 수많은 소리들이 중첩된 최근의 대중 음악만 접하던 시청자들은 이들의 인간적이면서도 순수한 음악을 통해 TV에서도 사람 냄새를 만날 수 있었다. 더불어 이들이 활발히 활동하던 시절은 가수가 고도로 프로화되기 이전이었다.
스타와 일반인의, 가수 활동과 생활(생계)의 구분이 모호하던 세시봉 시절의 에피소드들은 시청자들에게 좀더 인간적인 세상과 음악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 일으켰다. 음악과 삶이 하나이고 성공과 인기보다 음악이 우선시되던 시절의 노래와 이야기들은 대중 음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잊혀진 진정성을 다시 환기시키는 시간이 됐다.
‘진정성’의 예능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다. 예능은 무조건, 많이 웃기는 것이 좋은데 ‘진정성’의 예능은 재미가 적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는 사실은 예능에서도 감동과 진정성을 만나기를 원하는 대중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창작물은 어떤 형태로든 창작된 시대와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반영한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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