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 2010 방송 시상식의 '감동 종결자'
OSEN 최영균 기자
발행 2010.12.26 09: 47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공중파 방송 3사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상식 시즌이 시작됐다.
25일 KBS 연예대상에서는 대상의 영광을 ‘남자의 자격’의 이경규가 차지했다. KBS의 연기 대상을 비롯해 아직 다른 방송사들의 연예, 연기 대상이 줄줄이 남아 있지만 단언하건데 이경규보다 더 감동적이고 의미 있는 대상 수상자는 나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경규는 올해 첫 시상식에서 최고의 감동으로 남아 있는 수많은 2010 방송 시상식들의 종결자가 됐다.
이경규의 대상 수상은 어떤 방송 영역에서 연예인 한 개인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 이상의 의미가 겹겹이 녹아 있다. 이경규가 상을 손에 들었지만 이 상은 희극인 전체, 나아가 모든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는 상으로 의미가 확장된다.

이경규가 대상을 받은 ‘남자의 자격’에 출연을 결정했을 때는 홈그라운드였던 MBC에서 더 이상 주요 예능 프로그램을 맡을 수 없을 정도로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였다. ‘끝났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출범할 때 ‘남자의 자격’은 ‘1박2일’에 얹혀 가는 ‘보조’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경규는 이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최고가 되기 힘들어 보였던 ‘남자의 자격’이 인기 드라이브를 거는 데 앞장 섰다. 후배를 늘 윽박지르는 캐릭터에 방송을 열심히 하지 않는 ‘날로 먹기’ 캐릭터로 과거 인기를 끌었지만 이런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 후배들에게 구박 당하고 힘겨운 상황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거듭나면서 ‘남자의 자격’은 서서히 인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경규보다 젊은 희극인들이 시대의 변화에 따르지 않고 과거의 태도를 버리지 못하면서 최고 MC 자리에서 서서히 하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가장 변하지 않을 듯했던 이경규는 나이와 반비례하는 유연한 자세 변화로 또 다시 전성기를 이끌어냈다.
이경규의 변신은 묵직하게 다가왔다. 20, 30대 젊은 희극인들이 최근 대세인 리얼 버라이어티의 극한 상황 속에 몸을 던지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이 부가됐다. 이미 50대에 접어든, 그리고 동세대 희극인들이 모두 지상파 방송에서 사실상 퇴출된 상황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며 물러나지 않고 정상에 재등정하는 이경규의 모습은 울림이 컸다.
그리고 마침내 ‘남자의 자격’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대상 수상까지 이어진 이경규의 부활은 결국 단순한 좌절 극복기를 넘어 동료들이 사라진 노병의 고독한 자기 존재 확인의 과정이자, 죽은 나무라고 규정짓는 주변 분위기에 굴복하지 않고 마침내 꽃을 피워낸 인간 승리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
그래서 이경규의 대상은 모든 희극인의 희망이 됐다. 40대만 되면 사라져버리는 희극인 단명 풍토에 이경규라는 장수 사례가 한 줄기 빛으로 계속 존재하게 됨으로써 노력한다면 희극인 누구나 영원히 무대에 설 수 있다는 희망의 징표가 예능계에 남아 있게 됐다.
더불어 ‘사오정’의 시대를 사는 일반인들에게도 이경규의 대상 수상은 은퇴의 불안과 고민에 시달리는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위안과 희망의 사례가 됐다. 한 연예인의 수상이 많은 대중들에게 이렇게 힘을 줄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경규는 수상 소감에서 ‘20년을 더 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최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백발의 메인 MC가 나온다면 이경규가 될 가능성이 높다. 50대에 들어 희극인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이를 극복해낸 그라면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 이경규의 대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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