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인사이드 베이스볼]선동렬 전 감독의 침묵과 진정한 프로 의식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1.01.03 08: 32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상징적인 인물인 선동렬(48) 감독이 새 해를 목전에 둔 구랍30일 느닷없이 6년간 맡아 오던 삼성 감독 직을 내려 놓게 돼 야구계는 물론 모든 언론, 팬들까지 그 배경과 이유에 대해 난상 토론을 벌이고 있다. 5년 재계약의 겨우 첫 시즌을 마쳐 임기가 아직도 4년이나 남아 있는 시점이었기에 모두가 놀라움을 지나쳐 도무지 납득이 안 간다는 분위기다. 더욱이 선동렬 감독은 삼성 감독으로서 지난 연말 각종 시상식 등 공식 행사에 참석했고 마무리 훈련까지 잘 마쳤기에 경질 시점을 놓고 의문에 의문이 더해졌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선동렬 감독은 일본 주니치 코치 연수를 마치고 돌아 온 2003년 말 삼성 투수 코치 유니폼을 입고 한국 프로야구 현장으로 돌아 왔다.  2005년부터 5년간 삼성 감독을 맡아 첫해부터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계약 마지막 해였던 2009년에는 시즌 중 구단과 감독 양 측이 재계약 합의를 공식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시즌 중 재계약 결정은 선동렬 감독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이었으며 시즌 후 5년 계약을 맺었고 그 첫해인 2010시즌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성공했다. 비록 SK에 4연패로 주저앉았으나 부상 선수들이 많았던 팀이 전력 재건 과정을 마쳐가고 있었기에 선동렬 감독은 새해 한국시리즈 우승 목표를 세운 상태였다. 따라서 삼성 구단의 감독 교체 결정은 실로 그 누구도 예상 못한 일대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동렬 감독의 무게가 워낙 엄청나서인지 최종 발표가 나온 이후 야구계를 넘어 한국 사회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어찌 보면 선동렬 감독이 2003년 말 김응룡 당시 삼성 감독의 부름을 받고 삼선 투수 코치를 맡았던 것 자체가 이변이었다. 연고 의식이 강했던 시절 그는 선수로서 호남 연고 해태의 신화를 쓴 주인공이었기에 영남 연고의 삼성 행이 의외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필자는 당시 선동렬이라는 사람이 옳은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 인물임을 알았기에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일본의 주니치 드래곤즈를 센트럴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던 1999년 12월, 선동렬은 가족과 함께 팀의 미국 LA 지역 우승 기념 여행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선동렬은 애너하임에 있는 디즈니랜드 호텔에 짐을 풀자 마자 그의 도착을 기다리던 메이저리그 보스턴 관계자로부터 거액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36억 원(300 만 달러) 이상을 보장받는 조건이었다.
 
기자는 LA의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선동렬과 가족을 차에 태우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선동렬이 야구와 가족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 돈과 명예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가 숙고한 선동렬은 결국 가족과 명예를 택해 거액이 확보된 메이저리그 도전 대신 이미 발표한대로 선수 생활 은퇴를 단행했다.
 
그후 2년간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을 지내면서 당시 두산 그룹 회장이었던 박용오 KBO 총재와 차기 두산 감독 직을 맡기로 약속까지 했던 것으로 후일 밝혀졌다. 어쨌든 선동렬 감독이 2003년 말 주니치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한국프로야구계에 일대 회오리가 몰아쳤다.
그런데 박용오 총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던 선동렬 홍보위원은 두산으로부터 일방적인 포기 통보를 받고 말았다. 역시 감독으로 갈 수도 있었던 서울 라이벌 LG는 고려대 선배인 이광환 감독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스스로 포기했다.
 
그리고 그는 김응룡 삼성 감독이 내민 손을 잡았다. 김응룡 감독도 언젠가 자신의 자리를 물려 줘야 하는 거물 투수코치가 많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았는데 선뜻 껴안았다. 결국 1년 후 김응룡 감독은 구단 사장, 선동렬 투수코치는 감독으로 변신해 삼성 야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2003년 말 프로야구계에 불어 닥친 ‘선동렬 한국야구 복귀’ 후 폭풍으로 선동렬 개인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두산과 LG, 두 서울 팀의 김인식 감독, 이광환 감독이 모두 사령탑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그렇게 당당하게 야구 인생을 걸어 온 선동렬 감독이 이번에는 자신이, 전혀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정말 꿈에서도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충격적인 일을 당했다.
세상사가 어쩌면 한 치 앞도 못 내다본다는 사실을 삼성의 선동렬 감독 교체 사태로 모두가 새삼 깨닫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정작 주인공인 선동렬 감독은 의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모두가 납득 못하는 상태에서도 ‘그럴 수 있다’고 담백하게 받아들였다. 그 누구 탓도, 어떤 변명도 하지 않고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않고 있다. 진정한 프로답게 깨끗하게 인정하고 침묵에 들어갔다.
억측(臆測)은 오히려 선동렬 감독을 난처하거나 곤란하게 만들 수 있기에 삼가 했으면 좋겠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의 입을 통해 삼성 감독에서 물러나게 된 진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선동렬 감독은 보스턴 행을 포기한 이유도 삼성 감독이 된 후 몇 년이 돼서야 밝힌 바 있다. 조만간 야구계에 선동렬 감독 현장 복귀 폭풍을 일으킬 것이 확실한 그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보경S&C㈜ 대표,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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