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수목 미니시리즈 시간대가 모처럼 흥미진진한 맞대결을 선보이고 있다.
새롭게 시작된 MBC ‘마이프린세스’와 SBS ‘사인’이 나란히 10% 중후반대의 엇비슷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향후 치열한 시청률 경쟁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둘의 맞대결이 흥미로운 것은 같은 스타트라인에서 동시에 출발한데다 두 드라마의 스타일이 마치 권투의 인파이터와 아웃복서처럼 극명히 대비돼 과연 누가 승자가 될 지 궁금증을 더하기 때문이다.
‘마프’와 ‘사인’은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대비되는 특징을 지녔다. 우선 ‘변신’과 ‘카리스마’의 대결이다. ‘마프’는 김태희의 연기 변신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배우들이 종종 보여주는 그런 변신이 아니라 데뷔 후 유지해온 ‘여신’의 지위를 버리고 친근하게 망가지는 첫 모습이라 파급력이 특히 강하다.

‘사인’은 전적으로 박신양과 전광렬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드라마이다. 이 두 연기파 배우는 이번 작품에서 특별히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는 않지만 브라운관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시청자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강렬한 호소력의 ‘카리스마’가 ‘사인’의 강점이다.
두번째 대비는 ‘상승’과 ‘충돌’의 대결이다.
‘마프’는 자신의 신분을 모르고 어렵게 살아온 공주가 황실 복원이 이뤄지면서 ‘고귀한’ 신분을 되찾는 드라마이다. 로맨스가 가미되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신분 복귀를 위한 상승의 과정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이 극을 이끄는 힘이 될 전망이다.
반면 ‘사인’은 박신양과 전광렬이 맡은 두 캐릭터간의 ‘충돌’의 이야기이다. 사건을 둘러싼 난관들을 박신양이 극복하는 큰 줄기의 드라마 뼈대는 ‘충돌’을 기반으로 해서 진행될 것이 유력해 보인다. 여주인공이자 극중 조력자인 김아중과의 로맨스도 예상되지만 극의 큰 흐름 상에서는 부차적인 내용이 될 듯하다.
세번째 대비는 ‘성대결’이다. 시청층을 말함이다. ‘마프’는 전형적인 여성 시청자들을 위한 드라마이다. 드라마 성격 자체가 달콤함을 기반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의 성격이 강한데다 연출자가 전작 ‘파스타’에서 섬세한 감정 표현과 상황 묘사로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권석장 감독이라는 점에서도 ‘마프’의 타깃층은 젊은 여성 시청자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인’은 남성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 드라마이다. 극의 호소력이 충돌과 이에 따른 긴장감을 통해 발생되는 점에서도 그러하거니와 과학수사대라는 소재 자체도 여성보다는 남성 시청자들이 관심을 많이 보일 대상이다.
‘마프’와 ‘사인’은 이처럼 극명한 대비 속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 쪽이 완승을 거두는 상황보다는 방영 내내 극히 적은 시청률 차이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시청자들의 취향에 따라 어느 한 드라마를 선택하면 좀처럼 채널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변수는 있다. 미니시리즈의 전개 과정에서 극적 긴장감이 떨어지는 순간이 오거나 설득력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 순간 고정돼 있는 듯했던 시청층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어찌됐든 동시간대 두 드라마가 이처럼 각각의 장점과 확실한 대비점을 갖고 팽팽하게 경쟁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출연자나 제작진 모두 완성도를 높이고 유지하기 위해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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