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이번 주 초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온라인 상에서 급속히 확산되었던 “걸 그룹 지도”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여 최근 5~6년 동안 대한민국 여성 가수들의 인기 판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만큼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소녀시대•카라(KARA)•2NE1가 3강으로 판세를 주도하던 가장 최근 지도는 불과 하루 만에 ‘카라제국’이 멸망(?)해서 사라지고 아이유제국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19일 ‘방송인 신정환의 입국 소식’과 함께 가장 뜨거운 연예계 뉴스로 등장한 ‘카라 멤버 3인의 소속사에 대한 전속 계약 해지 통보’는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에도 긴급 뉴스로 연일 보도되고 있다. 수 많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억측 기사와 각종 루머 성 이야기 역시 난무하고 있다. 언론•관련업계종사자•팬•네티즌들도 소속사인 DSP에 잔류한 멤버를 지지하는 측과 해지를 통보하고 법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는 멤버를 옹호하는 측으로 나뉘어져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 것 조차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양상이 계속 되고 있다.
필자는 이런 논쟁을 하고 싶지는 않다. 어떤 것이 가장 최선의 길인지를 말하고 싶을 뿐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소녀들이 겪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이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져 그녀들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깊은 상처로 남아 있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어느 걸 그룹 보다 힘들게 현재 정상의 자리에 올랐기에 그들을 계속 지켜본 많은 팬들의 마음은 가장 절망적일 것이다. 카라가 현재의 악몽에서 벗어나 다시 ‘그녀들의 제국’이 재건되어야 하는 그 이유를 말하고 싶다.

- 3대 가요 기획사 출신 걸 그룹과 당당히 경쟁했던 카라 –
카라의 소속사 DSP는 90년대 중 후반 ‘아이돌 1세대’인 젝스키스와 핑클을 배출하며 H.O.T와 S.E.S가 소속되었던 SM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최고 황금기를 보냈는데, 젝스키스와 핑클는 1~2회 정도 연말 가요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SM사단에 필적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획사였다. SM은 H.O.T와 S.E.S가 해체된 후에도 신화•보아•강타•플라이 투 더 스카이 등을 키워내며 막강한 위치를 계속 유지하였고, DSP 역시 핑클의 리더 이효리를 가수이자 엔터테이너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리며 명맥을 유지한다..
SM은 2004년 5인조 남성 그룹 동방신기를 데뷔시키며 “제2세대 아이돌 전성기”의 서막을 알렸고, 슈퍼주니어•소녀시대•샤이니•f(X)로 현재까지 막강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SS501과 카라를 내세웠던 DSP는 1세대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JYP(원더걸스•2AM•2PM•미쓰에이)와 YG(빅뱅•2NE1)에게 주도권을 양보하게 된다.
SS501는 데뷔 이래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다수의 1위 곡을 기록하며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동방신기•빅뱅 •2PM 등 3대 기획사의 대표 아이돌 그룹에 비해서는 인지도와 인기도면에서는 늘 아쉬운 점이 있었다.
카라는 2007년 데뷔 당시 ‘제2의 핑클’이라 회자되며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지만,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의 팽팽한 인기 구도 속에 1집 활동을 조용히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다. 4인조에서 5인조로 탈바꿈하고 ‘생계형 아이돌’이라 스스로 말하면서 썩 만족스럽지 않은 초창기 활동 환경을 딛고 “가요계의 한 획”을 그었던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의 저력을 발휘하게 된 것은 ‘Pretty Girl’과 “Honey”가 히트했던 2집 미니 앨범 (2008년 12월 발표) 이후라 할 수 있다.
그들이 데뷔 초의 실패에서 벗어나 절치부심 정상의 자리에 오를 때까지 어린 소녀들과 소속사관계자• 부모들의 마음 고생은 그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원더걸스•소녀시대•브라운아이드걸스•2NE1등 함께 활동하는 걸 그룹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는 히트곡들을 만들고 정상의 자리에 오른 동안 카라 멤버들 역시 그들과 당당히 경쟁하면서 노래는 물론 TV 예능 프로그램 및 CF 등에서 각자의 개성과 끼를 유감없이 발휘 대표적인 대한민국 인기 걸 그룹 자리에 올랐다.
특히, 2010년 일본 대중 음악계에 진출 소녀시대 보다 많은 음반 및 영상 판매 매출액을 기록할 만큼 히트곡 ‘미스터’로 상징되는 “카라 신드롬”을 만들어 낸 것이다.
- 이룬 것 보다 이뤄야 할 것이 더 많이 남아 있는 카라 –
2010년 한국가요계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시상식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가요대상”이 개최되었다. ‘루팡(Lupin)’’점핑(Jumping)등의 1위곡을 발표했었고, 일본에서 여러 음악상을 수상했던 카라가 2010년에 개최되었던 연말 가요 시상식에 아이러니하게도 한번도 수상자로 초대되지 못했다. 이번 시상식이 카라에게 그나마 2010년 활발한 활동의 결과로써 유일하게 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지만, 하루 전달 터진 비보가 모든 것을 날아가 버리게 만들었다.
모든 활동이 전면 중단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지금의 카라가 존속되기를 바라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많은 아시아 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더 이상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언론 기사와 정황에 모두가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고 관련 당사자들이 대치상황을 피하고 ‘카라를 위한 최고의 선택이 무엇인가?’에 대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고 논의하는 시간이 빨리 성사되길 바란다. 그리고, 함께 하는 카라를 보고 싶다.
횟수로 5년 차가 된 카라.
해 온 것 보다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은 그들
이룬 것 보다 이뤄야 할 것이 더 많은 다섯 소녀.
하루 만에 없어진 “카라제국”이 기적처럼 재건되는 그 날이 오길 희망한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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