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영균의 인사이더] ‘놀러와’가 또 해냈다.
‘세시봉 콘서트’로 지난 해 추석에 이어 올해 설도 따스해진 마음으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 줬다. 지난 번 송창식을 불러낸 데 이어 이번에는 이장희였다. 한국적 정서의 자작곡으로 신중현 송창식 김창완 조용필 등과 함께 가요가 팝의 복사본이 아닌, 한국적인 대중 음악으로 성장하는데 토대를 놓은 당대의 거물 아티스트, 하지만 다시는 라이브를 보지 못할 것으로 여겼던 그이다.
이장희가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의 첫 소절을 시작할 때 일반인들은 소중한 과거의 추억으로 감동이 부풀어 올랐다면 가요 종사자 혹은 골수 가요팬들에게는 잃어버린 전설을 대면하는 전율의 시간으로 다가왔다. 물론 지난 추석 보다 좀더 본격적으로 재현된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의 음악 세계도 소중했다.

‘놀러와’는 이번 ‘세시봉 콘서트’로 그 동안 추구해 온 자신만의 색깔을 확고히 공인 받은 것으로보인다. 특집이라 콘서트 형식이기는 하지만 최근 ‘놀러와’의 잇따른 이색 시도들은 이 프로그램이 ‘섭외’로 승부를 걸고 있다는 토크쇼라는 점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섭외는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언급되던 의미와는 크게 다른 뜻을 지니고 있다.
‘놀러와’의 섭외는 스타를 불러다 프로그램에 나오게 하는 일차원적 개념이 아니다. 대상 선정, 이에 따른 프로그램 진행에 창의적인 기획이 있다. ‘세시봉 콘서트’ 이전에도 악역 전문 배우 특집이었던 ‘나쁜 아저씨들’이나 중년 여배우들 특집 등에서 볼 수 있듯 다른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시도하지 못하는 대상들을 섭외해 남다른 재미와 감흥을 만들어낸다.
예능을 지속적으로 해오지 않은 이들, 특히 ‘나쁜 아저씨들’의 영화배우 윤제문처럼 예능에 나와서도 “별로 할 말이 없다’라고 말하는 게스트를 데리고 예능을 재미있게 만들기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과 비교해 생각해 보면 무모한 도전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놀러와’는 서툰 게스트의 작은 재미도 크게 증폭시키고, 눈치 없는(?) 게스트의 당황스런 돌발 상황도 편안하게 정리하는 유재석 김원희 두 특별한 MC와, 절제 배려 섬세함이 있는 연출과 편집이 있어 불가능한 임무도 가능하게 만든다.
게스트와 시청자 모두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재미까지 전하는 독특한 예능으로 ‘놀러와’는 자신의 자리를 뚜렷이 새기고 있다. 이로 인해 ‘놀러와’에는 자신만의 특별한 행보에 더욱 속도를 가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생겨났다. 바로 신뢰다.
‘놀러와’는 회를 거듭하면서 예능에 거부감이 있는 스타들에게 신뢰를 쌓아왔다. 그러한 신뢰의 성숙도가 최근 잇따른 결실로 나타날 만큼 무르익었다. 다른 어떤 예능에서도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스타들로, 다른 어떤 예능과도 느낌이 다른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놀러와’는 앞으로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더욱 강화해나갈 수 있을 듯하다.
섭외의 장인정신, 그 결과로 ‘작품 예능’으로 자리잡은 ‘놀러와’는 연출자인 신정수 프로듀서를 주목하게 만든다. 신 프로듀서 섭외의 진정성은 꽤 역사가 있다. 과거 ‘음악캠프’ 연출 당시 가요 프로그램 출연을 절대 하지 않던 빅마마를 TV로 이끌어 냈던 이가 신 PD였다. 가요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애정, 그리고 사고와 취향의 유연성이 당시 빅마마와 소속사의 방침을 바꿔 놓았다.
신 PD는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에 이은 또 한 명의 작가주의 예능 감독 반열에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PD처럼 현란하지는 않다. 하지만 자신 만의 색깔로 예능(토크쇼)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면서 재미와 감동, 시청률과 평가를 모두 이끌어 내고 있는 점에서 둘은 꽤 많이 닮았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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