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야구에서 득점 확률이 가장 높은 상황은?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1.02.08 09: 09

통계를 바탕으로 접근한 야구문제 하나를 풀어보도록 하자. 보기는 다음과 같다. (1)무사 주자 3루. (2)무사 주자 1, 3루. (3)무사 주자 2, 3루.(4)무사 만루.
 
위의 4가지 상황을 득점확률이 가장 높은 순서부터 차례대로 나열하라고 문제를 낸다면 과연 어떤 상황이 맨 앞에 나올까?

야구에서 주자 상황(8가지)과 아웃 카운트 상황(3가지)을 복합적으로 대입해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모두 24가지이다. 그 중에서 득점으로 이어질 통계적 확률이 적어도 80%이상 나오는 경우를 따로 추려보면 앞서 열거한 4가지 경우로 범위가 좁혀진다.
얼핏 보기 (4)번에 나와 있는 무사 만루의 득점확률이 가장 높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통계를 바탕으로 나온 답은 그렇지가 않았다. 무사 만루가 득점으로 이어질 확률(1점 이상)은 85.5%로 4개의 보기 중 3번째 높은 수치였다.
그러면 포스상태(주자가 밀려가는 형태)의 주자가 없어 수비하기에 까다로운 상황인 (1)번의 무사 3루나( 3)번의 무사 주자 2, 3루가 가장 높은 득점확률을 보이지 않았을까?
이번에도 답은 틀렸다. (1)번을 선택했건 (3)번을 선택했건 둘 다 최고 확률을 기록하진 못했다. 무사 주자 3루는 84.3%, 무사 주자 2,3루는 85.9%로 각각 4위와 2위 자리의 득점확률에 머물렀다.
이제 남은 것은 2)번 하나뿐. 주자 한 명이 포스상태에 놓여있는 무사 주자 1, 3루 상황의 득점 확률이 86.1%로 4가지 상황 중에서 수치가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었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를 따져보기 이전에 이러한 통계적 수치자료의 신빙성은 과연 얼마나 되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야구명제 중 <통계는 그저 통계일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대체로 숫자를 통해 나타나는 야구통계의 확률이라는 것이 사람마다의 얼굴이 저마다 다르듯, 어느 상황 하나도 짜여진 규칙처럼 획일적일 수 없는 야구의 속성상, 모든 상황을 대변하거나 설명해 줄 수는 없다는 주장에서 나온 말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통계적 결과가 1년치 또는 2-3년치만의 빈약한 자료를 바탕으로 뽑아낸 결과물이 아니라, 무려 20년치의 자료를 바탕으로 추출해낸 통계라면 쓰레기통으로 그 통계자료를 바로 던져버릴 야구계의 강심장(?)은 몇 안될 것이다.
야구에서 득점확률이 가장 높은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24가지 경우의 수 모두를 대입해 뽑아낸 자료의 토대가 된 데이터는 1988년부터 2009년까지 벌어진 프로야구 1군 경기(약 1만1000경기)로, 스포츠 기록 통계업체인 <스포츠 투아이>가 무려 86만2979번의 상황을 주자와 아웃 카운트 별로 세세히 분류해 상황 별 득점확률 값을 구해냈다.
이 정도의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뽑아낸 통계라면 어느 정도 신뢰나 신빙성을 부여해도 좋지 않을까? 단편적인 예로 ‘3할 또는 4할 타자’를 따질 때에도 결국 가름의 기준이 되는 것은 10번에 3번이나 4번 이상 안타를 기록했다는 통계적 결과물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통계론은 이쯤에서 접어두고 다시 상황 얘기로 돌아와보자. 득점확률이 대단히 높게 나타난 4가지 말고도 무사 주자 1, 2루 상황도 대단히 좋은 기회인데 왜 앞에서는 언급이 되지 않았을까?
결과부터 보면 무사 주자 1, 2루 상황의 득점확률은 63.8%에 그치고 있다. 그 이유는 주자들이 포스상황에 놓여있어 후속타구로 병살을 당할 위험성도 그만큼 높았기 때문으로 보여지며, 보내기 번트를 이용해 주자를 2, 3루로 진루시키는 데에 따른 1개의 아웃 카운트 소진에도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무사 만루의 득점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이유도 같은 이치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보내기 번트를 시도해 1사 주자 2, 3루로 상황을 바꾸어 놓았을 경우의 득점확률은 얼마나 높아졌을까? 67.8%로 4%가량 높아졌다. 무사 주자 1, 2루 상황보다 생각보다는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이러한 논거로 살펴보면 무사 주자 1, 3루의 득점확률(86.1%)이 가장 높게 나타난 이유 안에는 병살시도에 의한 일종의 자동득점이 상당수 끼어있음을 알 수 있다. 수비 측이 1점을 헌납하는 대신 아웃 카운트 2개를 잡아내려는 수비행위를 함으로써 3루주자가 제지 없이 득점하는 경우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또한 내야땅볼 타구 때 병살까지는 아니더라도 3루주자를 무리하게 아웃 시키려는 모험보다 비교적 선행주자(1루주자)에 대한 안전도 높은 수비기회를 선호하기 때문에 다른 경우의 수보다 득점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것으로 사료된다.
반면 무사 주자 2, 3루나 주자 3루의 경우, 루상의 주자들이 포스상황에 놓여있지 않은 관계로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무리한 주루플레이를 시도하기보다 한 박자 쉬어가는 플레이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사 주자 1, 3루보다 상대적으로 득점확률이 떨어지는 것으로의 해석이 가능해진다.
다음 번에는 진부한 얘기이자 영원한 숙제이기도 한, 무사 주자 1루 상황에서의 보내기 번트 시도가 과연 효과가 있는 작전인지와 필요하다면 어떤 상황에서 필요한 작전인지를 통계를 가지고 풀어보도록 한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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