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2월 14일 오전 시간 위성 생중계된 제53회 그래미상 시상식은 광고 시간을 제외하고 브라운관 앞에서 자리를 비울 수 없을 만큼 멋진 팝 스타들의 공연과 시상이 펼쳐졌다. 1월 8일자 “그래미상 수상자 예측” 칼럼에서 필자가 예상했던 수상자와 많은 부분에서 일치를 이뤄내기도 했지만 정말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이변이 일어난 수상도 있었다. ‘이변과 예측이 공존했던 올해 그래미상 시상식’을 되짚어 본다.
- 올해 ‘그래미의 영웅’ 레이디 앤터벨룸 -
3인조 혼성 컨트리 그룹 레이디 앤터벨룸(Lady Antebellum)이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에서는 ‘Need You Now’의 수상할 것이란 예상은 적중했다. 정통 컨트리 음악이라기보다는 팝 음악에 가까운 ‘Need You Now’가 투표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그들이 수상 소감에서 말한 것처럼 2010년은 레이디 앤터벨룸의 인생이 바뀐 해였고 그 결실이 그래미상 다관왕 수상의 영예로 이어졌다. 컨트리 부문에서도 “올해의 앨범”,”올해의 노래”등 3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5관왕을 차지 53회 그래미상의 최고 영웅으로 탄생한 것이다.

- 최대 이변의 주인공 아케이드 파이어와 에스페란자 스팔딩 –
그래미상 4개 주요 부문 중 “올해의 앨범”과 “최우수 신인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낳아 ‘이변’이란 표현을 쓸 수도 있겠지만 이게 바로 ‘그래미 만의 힘’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올해의 앨범” 부문에서는 에미넴(Eminem)의 수상을 필자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예상하였지만, 수상은 캐나다 출신의 인디 록 밴드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의 “The Suburbs”에게 돌아갔다. 2010년 발표된 음반 중 수작이란 평가는 받았지만, 상업성과 음악성 모두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던 에미넴의 수상 가능성은 어느 해 보다 높았다. 그래미상 공연의 마지막 무대를 경력이 일천한 캐나다 밴드에게 맡긴 것이 올해 그래미의 최고 반전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
“최우수 신인상 부문 역시 멋진 공연을 펼친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와 드레이크(Drake) 중 한 명을 선택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음악과 이름 조차 알려지지 않은 여성 재즈 싱어 에스페란자 스팰딩(Esperanza Spalding)의 이름이 호명되어 저스틴 비버의 수상을 희망했던 전세계 여성 팬들은 안타까운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 시상식 후 희비가 엇갈리는 팝 스타들 –
에미넴은 이미 시상식이 열리기 전에 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스스로 예견을 했다. 10 개 부문 후보에 오를 만큼 팬들은 다 관왕을 기대했지만 랩 부문에서 “최우수 랩 솔로 퍼포먼스”와 “최우수 랩 앨범” 수상에 만족해야 했다. 랩 부문은 이전 그래미상에서 여러 번 수상했기에 본상 부문 트로피에 간절한 바람은 다음 기회로 넘겨야 했다. 대중적인 인기도면에서 작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저스틴 비버와 케이티 페리(Katy Perry>는 멋진 노래와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 준 것으로 만족하며 무관의 설움을 달래야만 했다.
반면 시상식 초반 신곡 ‘Born This Way’를 선보이며 시상식을 뜨겁게 달구웠던 레이디 가가(Lady Gaga)는 “최우수 여성 팝 보컬 퍼포먼스”과 “최우수 팝 보컬 앨범”상을 수상할 것이란 필자의 예상을 적중시키며 아티스트로서 인정받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7개 부문에 올라 신인급 뮤지션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브루노 마스(Bruno Mars)는 B.o.B•자넬 모네(Janelle Monae)와 함께 공연하며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존 메이어(John Mayer)•마이클 부블레(Michael Buble)등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최우수 남성 팝 보컬 퍼포먼스”을 수상하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뮤즈(Muse)•어셔(Usher)•리한나(Rihanna)등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현재 팝 아티스트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그래미의 단골 손님’들인 알리샤 키스(Alicia Keys)•제이-지(Jay-Z)•존 레전드(John Legend)도 그래미 토로피를 품에 안았다.
- 시상 보다 공연에 초점 맞추며 최대의 쇼 연출하다 –
그래미는 팝 음악계의 전설적인 아티스트들도 함께 하는 자리였다. 제프 벡(Jeff Beck)•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닐 영(Neil Young)•허비 행콕(Herbie Hancock)`이 후배 뮤지션들과 당당히 경쟁하며 그래미 상을 수상하였고, 본 시상식에서는 음악사에 길이 남을 멋진 공연이 펼쳐졌다.
밥 딜런(Bob Dylan)•믹 재거(Mick Jagger)•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의 공연은 후배 음악인들과 관객들의 기립 박수도 모자랄 만큼 감동을 주는 무대를 선사하였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와 제니퍼 허드슨(Jennifer Hudson)등 5명의 디바가 췌장암으로 투병 중인 선배 아티스트인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쾌유를 염원하는 합동 무대를 오프닝 공연으로 선보여 뜨거운 찬사를 얻었다.
올해 그래미상 시상식은 100개가 넘는 분야 중 10개 부문만 TV 중계를 통해 수상자를 발표하고 쉽게 접할 수 없는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위주로 펼치며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팝•록•댄스•R&B•힙합•컨트리•포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은 물론이고 현재의 팝 스타와 노장들의 무대를 적절히 배분하며 3시간 30분의 장 시간 동안 지루함은 찾을 수 없었다.
시상식 실황을 본 후 필자를 비롯 우리 대중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엔 ‘한국판 그래미 시상싱은 언제쯤 열릴 수 있을까?’란 의문과 부러움을 올해도 품었을 것이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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