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가슴으로 듣는 노래의 귀환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1.03.07 09: 22

[OSEN=최영균의 인사이더]마침내 ‘나는 가수다’가 베일을 벗었다.
방송 전 탈락자, 순위 꼴지 등 관련 소식이 쏟아져 나오자 ‘언론 플레이가 너무 잦다’며 짜증을 내던 시청자들, ‘최고의 가수들을 데려다 놓고 서바이벌은 너무 잔인하다’며 불만을 갖던 가요팬들, 모두 입을 다물었다. 웃음이 빵빵 터져서도, 순위 매기기의 피 말리는 짜릿함 때문도 아니었다. ‘가수’들의 ‘진짜’ 노래, 그걸로 정리가 끝났다.
귀로만 듣는 노래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던 대중들이 잊고 살았던, 가슴으로 듣는 노래를 다시 만나는 순간이었다. 7명의 가수 모두 그랬지만 특히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공연에서 눈물을 흘리던 관객의 모습, 이 장면이 ‘나는 가수다’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관객석에 있던 그 몇 명 만이 아니었다. 방송 후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바람이 분다’를 들으면서 눈물이 자신도 모르게 흘러 당황했다는 의견이 수없이 올라왔다. 노래는 원래 그런 것이었다. 울고 싶은 마음을 어루만져 눈물로 마음을 정화하게 만들어주고 슬프고 외로운 이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그런 노래들이 예전에는 곁에 있었다. 아니, 최근에도 있다. 하지만 대중은 어디 있는지 모르게 돼 버렸다.
방송이 끝나자 각종 음원사이트에는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 ’제발’, 박정현의 ‘꿈에’ ’사랑이 올까요’ 같은 이전 노래들의 순위가 급상승했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가수다’는 박수를 받아야 된다. 지금까지 방송이 해야 할 일이었지만 방임하고 있었던, ‘진짜’ 가수의 노래와 대중 사이의 가교 노릇을 확실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의 경우 수록된 6집 전체가 당시 최고의 명작으로 꼽혔던 음반이었다. 대중성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대중들이 이 노래와 음반을 폭넓게 접할 기회가 없었다. 이소라는 당시 언론 인터뷰도, TV 출연도 사실상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들은 노래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이런 경우는 출연자 모두 마찬가지다. 홍보의 정도 차이는 있지만 김건모 윤도현 박정현 김범수 정엽의 최근 앨범에는 대중들에게 폭넓게 주목 받지 못한 좋은 곡들이 많다. 특히 가요계에 아이돌의 시대가 시작된 이후 이런 상황은 더 심화됐다.
‘가슴으로 듣는 노래’를 대중들이 필요 없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슈퍼스타K’ ‘세시봉 콘서트’ 그리고 ‘나는 가수다’에 이르는 일련의 프로그램들에서 확인된 뜨거운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노래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들을 만한 여유가 없는, 가장 치열하고 각박하게 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한국의 대중들은 방송이 ‘진짜’ 노래를 외면하면 필요로 하더라도 잊고 지낼 수 밖에 없게 돼 있다.
예능 사상 가장 독한(?) 기획 중 하나로 남을 ‘나는 가수다’는 윈-윈 기획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침체에 빠진 MBC 일요 저녁 예능을 부활시킬 강력한 컨텐츠이자, 대중들과 좋은 가수/노래를 연결시켜주는 착한 대중문화 도우미로 기능할 자질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는 첫 방송을 통해 탈락자가 별 의미가 없음을 확실히 보여줬다. 오직 가수들의 무대만이 중요한 것이고 탈락하더라도 그 가수는 여전히 한국 최고의 가수임이 시청자들에게는 확실히 각인됐다.
다만, 앞으로 대체될 새로운 가수 섭외에는 극도로 엄격해야 할 것이다. 계속해서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가수들이 합류해야만 ‘나는 가수다’가 탈락이라는 시스템을 넘어 한국 최고 가수들과 방송의 ‘행복한 만남’으로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문화가이드 ck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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